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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지역 용산구, 동참 업체 7개 불과
6개 업체가 안경점 등 ‘특정 업종’에 치중
동원훈련 이수자·모범 예비군 등에 ‘제한’
美 징병제 때 무이자대출·민간채용 혜택
같은 징병제 국가들, 학비·실업수당 제공
병무청이 지난 2023년 8월 발표한 ‘나라사랑 가게’ 사업 추진 방식. 사업 시작 이후 전국 1200여 개 업체가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제공=병무청

[서울경제]

병역의무 이행 담당기관인 병무청은 지난 2023년 8월부터 병역이행자들을 위해 음식점, 숙박업소, 카페, 헬스장, 이·미용실, 개인병원 등에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나라사랑 가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3월말 기준으로 전국에 1700여 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전역군인 혜택은 거의 없고 ‘생색내기용’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상당수 업소가 안경점·소규모 병원 등 특정 업종에 치중돼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군 관련 커뮤니티에는 “병역의무 때문에 군 복무를 하지만 현역병 신분이 아니면 사실상 혜택이 주어지는 것이 전혀 없다”, “현역병을 대상을 제공하는 업체들의 할인 혜택도 호구 취급하듯 복무할 때만 주어지지 전역하면 나몰라라 얄팍한 장사속 뿐이다”, “정치권은 표를 의식해 현역군인 월급 올리겠다는 정책만 내놓을 뿐 전역군인 예우는 전혀 챙기지 않는다”, “병역이행의 헌신과 희생에 대한 사회적 존중과 예우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혜택이 법적으로 보장될 필요가 있다” 등의 불만이 쏟아졌다.

병무청 홈페이지에서 국방부가 속해 있는 서울 용산구 지역 내 동참 업체를 실제 조회한 결과 7개 업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참 업체도 6개 업체가 안경점이고, 나머지 1개는 영세 음식점이었다.

할인 대상도 동원훈련 이수자나 모범예비군, 현역병, 병역명문가 등으로 국한했다. 게다가 동원훈련이수, 모범예비군, 복무확인서, 병역명문가증을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 혜택은 서비스 이용료의 10%~30%를 할인해 준다.

사진 제공=국가보훈부


제대군인 정책을 담당하는 국가보훈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NH농협카드와 KB국민카드, IBK기업은행 등 함께 전역 후 3년 이내의 제대군인 혹은 만 34세 이하 제대군인을 대상으로 ‘히어로즈 카드’를 발급한다. 학원·서점·어학시험·이동통신·교통 등에서 5~2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하지만 제한적 서비스로 신청 기간인 전역 후 3년 이내를 놓치면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데다, 무엇보다 34세가 지나면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서비스인 군인공제회가 전역을 앞두거나 전역 후 6개월 이내의 제대군인에게 제공하는 휴대전화 할인 혜택인 ‘전역폰’도 신청을 제한하고 있다.

이외에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CGV와 패밀리레스토랑 빕스는 20년 이상 장기 복무한 예비역만 할인 대상이다. 코엑스 아쿠아리움은 전역군인에게 전역 당일에만 입장료의 30% 할인을 제공한다. 전국의 군 골프장(체력단련장)은 전역증을 제시하면 그린피 10%를 할인해주지만, 민간인이 군 골프장을 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군 관련 커뮤니티에는 “나라를 지키려고 병역의무를 마치고 돌아왔는데 남은 건 예비군 통지서 밖에 없다”, “미국처럼 전역군인에 대한 예우가 대폭 늘리지 않는다며 앞으로 누가 군대에 가려고 하겠냐”, “미국이나 이스라엘은 전역 군인에게 의료보험 혜택까지 제공한다” 등의 병의의무 이행 전역자들의 불만이 잇따랐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제대군인들에 대한 현실적 혜택이 주어지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병역의무 이행에 대한 사회적 존경심이 커지고 병영의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e-병무지갑 서비스 개요도 이미지. 사진 제공=병무청


올 들어 군 전역증 재발급이 크게 증가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 회자가 되고 있다. 종이를 코팅해서 줬던 볼품없는 전역증과 달리 최근에는 플라스틱 재질에 깔끔한 디자인으로 바뀐 모습이 제법 그럴싸한 증명서 같다. 특히 뒷면에는 해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영문도 함께 표기됐다. 다만 운전면허증 등과 달리 신분증으로 대체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별다른 혜택이 없어 인기가 없었다.

하지만 올해 1~2월 전역증 발급 건수는 총 2만 4867건으로 2024년 한 해 발급한 1만 2568건의 2배에 가깝다. 1월 1만 1975건, 2월 1만 2892건을 각각 기록했다. 전역증 발급이 늘어난 것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그 이유가 우리나라가 아닌 해외에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외국에서 전역증을 보이면 할인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면서 재발급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미국 제대군인은 전역증을 박물관·미술관·관광지·쇼핑몰·음식점 등에 제시하고 할인을 받는다”, “한국인 방문객에게도 “미국의 혈맹”이라며 같은 혜택을 준다” 등의 얘기다.

이 때문에 전역증을 재발급 받았다는 인증샷 릴레이도 이어지고 있다. 소문이 나면서 군 전역자 사이에서 ‘전역증’이 미국 여행 필수 준비물이 됐다. 여성들은 남편이나 남자 친구에게 “전역증을 재발급 받으라”고 성화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외국서 혜택 받겠다” 전역증 재발급 급증


실제로 미국에선 관광지와 공원, 경기장, 공항 등 많은 지역에서 전역군인을 무조건 우대한다. 할인율은 최대 20%에 달하고 연령 제한도 없다. 말 그대로 백발노인도 전역증만 제시하면 청년들과 똑같은 혜택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와 같은 징병제 국가인 이스라엘과 싱가포르, 핀란드, 스위스 등도 학비, 실업수당, 직장 복귀 보장 등 실질적인 혜택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병역의무만 강조할 뿐 전역 이후 보상은 부족한 게 현실이다.

미국의 경우 1940~1970년대 징병제 시절에는 전역군인 대상 대학 등록금 전액 지원, 전역 후 평생 재향군인부(VA) 병원 이용, 저금리·무이자 주택 대출 제공, 공공·민간 우선 채용 등 여러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다행히 최근 한국에서도 모르는 현역 군인들의 음식값을 계산해주거나, 카페에서 무료 커피나 간식을 대접한다는 훈훈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과거보다는 나아지고 있지만 현역·예비역 군인에 대한 예우가 휘발성 미담으로 그치기보다 군인을 비롯한 수많은 경찰·소방관 등 제복 입은 또는 입었던 분들의 국가를 위한 희생에 대해 현직이든 퇴직 이후든 존경과 다양한 예우가 주어질 수 있는 제도 강화가 시급하다”고 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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