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야경 / 사진=한국경제신문 김범준 기자
전 세계 부유한 도시 순위에서 서울의 순위가 크게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화 약세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겹치며 고액 자산가들의 ‘탈서울’ 현상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영국의 투자이민 컨설팅업체 헨리앤드파트너스(Henley & Partners)와 자산 조사기관 뉴월드웰스(New World Wealth)가 최근 발표한 ‘2024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50대 도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의 백만장자 수는 6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전년(8만2500명)보다 약 1만6500명 감소했다. 도시 순위는 전년 19위에서 24위로 5계단 하락해, 조사 대상 도시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보고서가 정의하는 ‘백만장자’는 상장 주식, 현금, 암호화폐 등 투자 가능한 유동자산이 100만 달러(약 14억7000만 원) 이상인 개인으로, 부동산은 제외된다.
‘초고액 자산가’로 분류되는 1억 달러(한화 1470억원) 이상 보유자 수도 줄었다. 서울의 억만장자 수는 148명으로, 전년(195명)보다 47명 줄었다. 백만장자 수의 10년간(2013~2023년) 증가율도 17%에 그쳐, 전년 보고서에서 집계된 10년 증가율(28%)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자산 감소의 주요 배경으로는 원화 가치 하락이 지목됐다. 앤드루 어모일스 뉴월드웰스 연구총괄은 “2024년 한국 원화는 미 달러 대비 꽤 큰 절하를 겪었고, 이는 달러 기준 자산 통계에 큰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서울 외환시장에서의 달러·원 환율은 1472.5원으로, 전년(1288원) 대비 14% 상승했다. 원화 기준 자산의 실질 가치가 크게 준 것이다.
상당수의 고액 자산가가 해외로 이탈한 것도 순위 하락의 한 요인으로 꼽혔다. 헨리앤드파트너스가 별도로 발표한 ‘2024년 국가별 백만장자 순유출 추정치’에 따르면, 한국은 순유출 1200명으로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1만5200명), 영국(9500명), 인도(4300명)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수치다. 한국 부유층이 주로 이주한 국가는 미국, 호주, 캐나다 등으로 나타났다. 어모일스 연구총괄은 "이와 같은 모든 요인에 있어 정치적 상황과 시위는 분명히 주요 동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가장 부유한 도시 1위는 뉴욕(38만4500명)이 차지했고, 샌프란시스코(34만2400명)와 도쿄(29만2300명)가 뒤를 이었다. 미국은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휴스턴, 달라스 등 11개 도시가 순위에 올라 국가별 최다를 기록했다. 중국은 베이징, 상하이, 선진 등 5개 도시가 포함되며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4개 도시가 이름을 올린 호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