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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정다운 기자


미국발 관세전쟁에 전 세계가 혼란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예전보다 확고하게 관세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트럼프의 책사들은 기본적으로 ‘관세 옹호론자’다. 이들은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바가지를 씌운다”고 믿는다. 관세정책을 점진적으로 쓸지 아니면 초반부터 고율 관세를 매겨 협상 카드로 활용할지 정도의 개인차만 있다.

트럼프 경제팀은 미 경제 부활이란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단기적인 증시 충격과 공포는 어쩔 수 없다는 태도도 견지하고 있다. 관세를 지연시키되 포기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실시간 주식시장을 확인하며 소방수 역할을 했던 트럼프 1기 때와 대비된다.

◆온건파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헤지펀드 출신으로 미국 월가에서 잔뼈가 굵었다. 투자의 귀재 조지 소로스가 1992년 영국 파운드화를 공격할 때 함께했다. ‘검은 수요일’ 사건의 주역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는 또 소로스펀드의 최고자산운용책임자(CIO)이던 2011~2015년 일본 엔화 약세를 예상하고 투기에 나서 10억 달러 이상을 벌었다.

베선트는 오랫동안 민주당을 후원하다 2010년대부터 공화당 주요 기부자가 됐다. 2016년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끝도 없는 재정 지출이 심각하다”고 지적하며 트럼프 행정부에 합류했다.

앞으로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 테이블에선 베선트가 키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베선트와 제이미슨 그리어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한국과 일본의 협상 임무를 맡겼다고 밝혔다.

베선트는 그동안 공격적인 관세 정책을 밀어붙인 강경파(하워드 러트닉·피터 나바로)에 밀려 트럼프 관세정책 수립에 역할이 적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가 최전선에 합류한 것은 온건파이며 관세 문제를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증시 폭락과 시장 불안으로 폭발 직전인 월가를 달래려는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베선트는 한국과의 협상 카드로 ‘알래스카 석유·천연가스 개발 사업’을 지목했다. “미국에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관세 협상에서) 그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는 사업성이 불투명해 민간 기업들이 일찍이 발을 뺀 개발 사업이다. 총 개발비만 387억 달러로 추정된다.

◆관세 핵심 제이미슨 그리어

그리어가 대표를 맡고 있는 USTR은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최전선에서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다. USTR 대표는 장관급이다. 뉴욕타임스는 “USTR 대표직은 역사적으로 주목받았던 직책은 아니지만 트럼프 정부하에서 중요성이 더 커졌다”고 평가했다.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로 활동한 그리어는 트럼프 1기 시절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의 수석보좌관으로 일했다.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보호주의 무역을 주창하며 관세정책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리어는 관세와 무역장벽에 대해 줄곧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왔는데 트럼프가 그를 베선트와 함께 관세 협상의 투톱으로 세운 것은 관세정책의 일관성을 상징한다는 해석이 있다.

◆강경파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러트닉 상무장관은 자수성가 기업인 출신이다. 1983년 월가의 투자은행 캔터피츠제럴드에 입사해 1991년부터 30년 넘게 CEO로 일했다. 주로 미 국채 거래를 중개해서 부를 쌓았다.

힘든 시절도 있었다. 10대 시절 모친은 유방암으로, 부친은 의료 사고로 떠나보냈고 9·11 테러 당시 입주해 있던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졌을 때 같은 회사에서 근무했던 동생 게리를 포함해 직원 960명 중 658명을 잃었다. 창업자가 갑자기 사망하며 창업자 유족과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러트닉은 거칠고 위압적인 행동과 발언으로 최근 백악관 참모들의 불만을 높이고 있다. 심지어 다른 경제 자문들과 충분히 대화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발표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많은 이들이 그를 ‘말 뒤집는 독선자’, ‘신뢰하기 어려운 협상 상대’ 등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앞서 러트닉은 재무장관 자리를 두고 베선트와 마지막까지 접전을 벌이기도 했다. 베선트가 재무장관으로 확정되자 당시 시장에선 급진적인 러트닉보다는 온건파인 베선트가 시장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2기서도 실세 스티븐 밀러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1985년생으로 올해 39세의 젊은 피다. 트럼프 대통령의 ‘브레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1기에 이어 2기에 들어서도 핵심 직책을 맡게 된 인사는 손에 꼽을 만큼 드문데 밀러가 그 사람이다. 트럼프 1기 4년 내내 백악관 선임고문과 연설담당관을 역임했다. 당시 강경 이민정책을 입안하고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나이 30세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반이민정책, 다양성 정책 폐기, 석유 생산 증대, 의회 폭동 관련자 사면 등을 발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데는 스티븐 밀러의 역할이 크다”고 평가했다.

밀러는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에 대한 강경한 관세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이 한국을 보호하고 방어하는 대신 그들은 우리 자동차산업과 전자산업을 훔쳤다”고 주장하며, “왜 미국은 세계를 보호하고 세계에 원조를 주고 세계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가. 이 모든 것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세 책사 피터 나바로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선임고문은 트럼프의 무역전쟁 설계자로 불린다. 그는 트럼프가 신뢰하는 몇 명 안 되는 인사다. 1기 때도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보좌관으로 근무했다.

나바로는 오래전부터 중국에 대한 강경 태도를 보였는데 2011년 ‘중국이 부른 죽음’이란 책을 통해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비판했고 그 결과 미국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반적이지 않은 시각이었다. 당시만 해도 중국의 성장이 모두를 잘살게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나바로의 의견에 깊게 공감했다. 이들은 손을 잡고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을 개시했다.

나바로는 “관세는 미국 기업과 노동자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불공정한 무역이 대규모 무역적자로 이어졌고 공장 등 제조업 기반 붕괴는 블루칼라 노동자 실직을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브로맨스 찍던 일론 머스크, 관세 놓고 대립각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수장이다. 3년 전만 해도 머스크와 트럼프는 앙숙인 관계였다. 소셜미디어나 정치 집회 등에서 서로를 모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대선을 거치면서 이들은 세기의 브로맨스를 자랑하고 있다. 머스크는 트럼프 캠프를 지원하기 위해 ‘아메리카 PAC’이라는 정치후원단체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런데 트럼프와 머스크가 최근 관세 문제를 놓고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머스크 CEO가 주말 동안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관세정책 수정을 설득하려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한 불만으로 자신의 X(옛 트위터)에 트럼프 관세정책의 설계자인 나바로 고문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는 해석도 부연했다. “하버드 박사 학위는 좋은 것이 아닌 나쁜 것. 나바로는 아무것도 제조해본 적이 없다”는 내용이다.

반면 나바로는 폭스뉴스채널에서 “머스크에게는 자동차를 판매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테슬라의 텍사스주 공장은 멕시코와 중국, 대만산 부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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