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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동률을 낮추거나 일이 적었던 적은 예전부터 많았어요. 그런데 공식적으로 공장이 멈춘 건 처음이라 불안감이 몰려오네요.”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면 협력사인 우리부터 계약이 안 될 거랍니다. 걱정이 큽니다.”

4월부터 가동을 멈춘 현대제철 인천공장의 철근 생산 시설. /서일원 기자

건설경기 침체로 창사 이래 처음 가동을 멈춘 현대제철의 철근 공장. 지난 7일 오후 5시쯤 찾은 인천 송현동 공장 안쪽의 ‘단결하라, 투쟁하라, 24임단투 승리하라!’ 현수막 방향에서는 노동조합의 노동가요가 흘러나왔다.

현대제철 노사는 작년 9월부터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진행하다 이달 10일 잠정 합의했다. 회사는 1인당 평균 2650만원(기본급 450% + 1000만원)의 성과급에 임금 10만원 인상을 제안했으나 민주노총 산하 노조는 추가 지급을 요구하며 파업을 이어왔다. 그러다 11시간가량 이어진 회의 끝에 ‘기본급 450% + 1050만원’, 임금 10만1000원 인상에 합의했다.

작년에 65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현대제철은 인천의 철근 공장을 4월 한 달간 셧다운한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전 임원의 급여도 20% 삭감하면서 비상 경영을 선포했다.

당진제철소를 비롯해 인천·포항·순천에 공장을 두고 있는 현대제철은 국내 1위 철근·형강 업체다. 인천 공장에서는 철근, H형강(단면이 H모양인 철강), 스테인리스스틸(STS), 주·단강 제품을 생산해 왔다.

2023년 9월에는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로 경쟁력을 잃은 스테인리스스틸 생산을 멈췄다. 인천공장의 철근과 H형강의 연간 생산량은 각각 150만톤(t), 200만톤(t)에 달한다.

7일 찾은 현대제철 인천공장 정문. 보안팀 직원이 퇴근 하는 직원들에게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서일원 기자

철근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출근하지 않고 있는 직원은 400명 정도다. 소형공장 조업 인원 70여명을 포함해 60·90톤 제강공장 등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70%의 임금을 받으며 휴업 중이다. 한때 3000명에 달했던 인천공장 직원 수는 현재 약 1300명으로 줄었다.

철근 공장 가동이 멈춘 지 일주일째인 이날 만난 직원들은 불안감을 토로했다. 공장 앞에서 만난 한 직원은 “무조건적인 휴업이 아니라 수급 조절로 알고 있다”면서도 “소문만 돌았는데 감산이 길어지고 셧다운이 공식화되니 불안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주변에서 괜찮냐고 물어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직원 이모씨는 “잘리지(해고 당하지) 않고 다른 부서로 가겠지만 공장이 문을 닫으면 일도 새로 배워야 한다. 나이도 있고 가정도 있는데 밑에서부터 새로 시작하기엔 쉽지가 않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인천공장 안내도. 정문을 기준으로 왼 편의 공장들이 셧다운된 철근 생산공장이다. STS라고 표시된 스테인리스스틸 공장은 폐쇄된 상태다. /서일원 기자

공장에서 만난 현대제철 협력사 직원들은 구조조정 대상이 되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었다. 3년 전 협력업체에서 현대제철 자회사로 전환한 현대ISC도 직원 약 73명도 휴업 중이다.

현대ISC 직원 이(40)모씨는 “현대제철에서 성과급 얘기가 나오고 희망퇴직도 하는 걸로 안다.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건 우리다. 도급계약이 더 이상 안 될 수 있어서 다들 걱정이 큰 상황”이라고 했다. 2023년 폐쇄된 인천의 스테인리스공장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다른 곳으로 재배치됐다.

지난 7일 인천 송현동 현대제철 인천공장에 오후 6시쯤 들어오는 통근버스. '인천-2교대'라고 적혀있다. /서일원 기자

업황 악화로 다른 철강사들도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동국제강은 건설경기 침체로 작년에 60% 수준이던 공장 가동률을 현재 50%까지 내렸다. 그나마 하는 생산도 전기료가 저렴한 야간 시간대에 한다.

현대제철 노동조합은 신규 투자 부재를 문제로 꼽기도 했다. 한 노조 관계자는 “최근 발표한 58억달러(약 8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 필요성과는 별개로 끊임없이 신규설비 투자를 요청해 왔으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후화는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고 생산능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작년에 공장 안전 설비 투자를 했고, 지금은 투자를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7일 오후 찾은 인천 송현동 현대제철 인천공장 전경. /서일원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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