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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6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호 비난의 각축장인 정치권에선 11일 때 아닌 헌법학 법리 경연이 펼쳐졌다. 논제는 ‘권한대행의 권한행사의 한계’였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이 촉발한 풍경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에 대해선 헌법에 명시적 규정이 없어 헌법학계의 견해 대립이 팽팽하다. 권한대행은 ‘현상 유지적 권한만 행사할 수 있다’는 견해(현상유지설)와 ‘대통령이 궐위된 경우에는 적극적 권한 행사가 가능하다’(사고·궐위 구분설)는 견해가 갈린다. 더불어민주당은 전자를, 국민의힘은 후자를 금과옥조로 받아들여 공방을 펼쳤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10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한 대행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은 위헌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며 “한 대행의 지명은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앙일보가 입수한 입법조사처 보고서에는 크게 두 가지 학설을 지지하는 여러 학자들의 논리적 근거가 균형있게 망라돼 있었다.



민주 “헌법 파괴” vs 국힘 “대통령 궐위 후 가능”

변호사 출신인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 대행의 지명이 위법임을 지적하는 PPT를 띄웠다. 전 최고위원은 “권한대행은 잠정적 임시관리자라 대통령의 권한인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행사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헌법재판소, 국회, 헌법학자, 법제처의 일치된 결론”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 대행의 지명은 별도의 조치 없이도 법률적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 원천 무효 위헌, 위법 행위”라며 “권한 없는 자의 직권남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표 내로남불”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검사출신인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내대표회의에서 “민주당이 최상목 전 권한대행에게 집요하게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요해 최 전 대행이 2명을 임명하지 않았냐”며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행사하는 새로운 헌법적 관행이 수립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행사에 대해 아무런 제약이 없다”며 “명문 규정이 없으면 관행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사 출신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일시적 사고 시에는 소극적 현상유지에 머무르는 게 타당하지만, 대통령 궐위가 확정된 경우엔 권한대행이 전면적 권한 행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행이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이 확정된 후 인사권을 행사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완규 법제처장도 9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동일한 주장을 펼쳤다. 당시 이 처장은 “이번 지명은 탄핵 선고 이후에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으로부터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로 지명된 이완규 법제처장이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학계는 "정치의 사법화 부적절”
헌법학계에선 그간 ‘현상 유지설’이 다수설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 사례 자체가 많지 않다는 한계 속에서 전개돼 온 견해 대립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다수 헌법학자가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가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만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궐위 시 적극적 권한 행사론을 얘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관 임명은 불가역적이기 때문에, 후임 대통령의 임명권을 침해하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우원식 국회의장은 11일 한 대행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한 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한 것이 중대한 헌법질서 위반이며, 국회의 헌법기관 임명에 관한 인사청문권을 침해한다는 게 청구 이유다.

허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이 단독으로 추천 또는 지명하는 헌법기관장을 임명하지 못하게 하고 ▶불가피하게 권한을 행사할 경우 국회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정부조직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이와 관련,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가 모호한 건 사실이나 법률안을 우후죽순 만들어 해결할 사안은 아니다”며 “사법의 정치화, 정치의 사법화가 아닌 정치적 협상을 통해 풀어나가야 하는 문제”라고 조언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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