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부산중부경찰서에서 50년 만에 재회한 강씨 남매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중부경찰서 제공

세 살 때 가족과 헤어진 남성이 유전자(DNA) 검사 덕분에 50년 만에 가족과 상봉하는 기적적인 일이 벌어졌다.

사연은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1일 부산중부경찰서에 따르면 1975년 3월 실종 당시 세 살이었던 강모(53)씨는 아버지와 함께 서울역에서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인파에 밀려 아버지를 잃어버렸고, 부산 서구의 한 보육시설로 보내져 성인이 될 때까지 지냈다.

이후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강씨는 잃어버린 가족을 찾고 싶어 지난 2월 중부경찰서를 방문했다. 본명과 생일도 모르는 강씨의 사연을 들은 경찰은 DNA 채취를 권했고, 이를 아동권리보장원에 보냈다. 아동권리보장원은 2004년부터 실종아동과 실종자를 찾는 보호자의 DNA 정보를 ‘실종아동업무시스템’에 등록해오고 있다.

오매불망 소식만 기다리기를 한 달, 아동권리보장원으로부터 강씨가 그토록 바라던 소식이 왔다. 강씨의 어머니가 2019년 DNA 정보를 등록해 둔 것이다. 다만 강씨의 어머니는 2023년 1월 86세로 사망한 상태였다. 경찰은 강씨 어머니의 가족관계와 연락처 등을 토대로 탐문수사에 나섰고, 마침내 서울에 살고 있는 강씨의 한 살 터울 누나와 연락이 닿았다. 강씨의 누나는 “오래전부터 잃어버린 동생을 찾기 위해 헤어진 가족을 찾아주는 방송에도 출연했지만 소용없었다”며 “죽은 줄로만 알았던 동생을 다시 만나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강씨 남매는 부산중부경찰서에서 마련한 상봉식에서 그동안 살아왔던 이야기 등을 나누는 등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남매가 상봉한 이날은 강씨가 태어난 진짜 생일 바로 전날이어서 의미를 더했다. 심태환 부산중부경찰서 서장은 “강씨 누나가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동생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모친의 DNA를 미리 등록해둔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DNA 분석을 적극 활용해 장기 실종자 찾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부산= 박은경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