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조지 G. 슈피로 '보이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
조지 G. 슈피로 '보이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
2022년 3월 2일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심상정(왼쪽부터) 정의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손을 잡고 있다.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유권자라면 자신이 싫어하는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다수의 뜻을 따라야 하지만 실제로는 어려운 내적 갈등, 즉 '민주주의의 역설'에 이르게 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소수점 뒤로 9가 무한히 이어지는 0.9999…는 1과 같은 수일까. 답은 ‘그렇다’이다. 아무리 작은 차이라도 두 숫자는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음의 방정식으로 증명할 수 있다. 숫자 0.9999…를 X로 표기한 뒤 ‘X=0.9999…’의 양변에 10을 곱한다. ‘10xX=9.9999…’의 양변에서 X를 빼 보자. 그러면 ‘9xX=9’, 즉 X는 1이 된다. 이런 방법도 있다. 분수인 1/3을 십진 표기로 쓰면 0.3333…인데 두 수에 모두 3을 곱하면 각각의 결과인 1과 0.9999…는 같은 수라는 것이 증명된다.
스위스 출신 수학자인 조지 G. 슈피로가 쓴 ‘보이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는 이처럼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역설 60가지를 소개하고 분석한다. 가령 내 친구들이 나보다 인기가 많은 ‘우정의 역설’, 내가 타려는 엘리베이터는 항상 늦게 오는 것처럼 느껴지는 ‘엘리베이터 역설’이 실제로 사실이라는 것을 수학적 논리로 풀어낸다.
저자는 수학에서 출발해 사회과학, 언어, 정치, 종교 등을 아우른다. 인간의 불완전한 논리가 품고 있는 허점들을 꼬집는 대목이 적지 않다. 전능한 존재라면 자신이 들어올릴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돌을 창조할 수 있을까 하는 고전적인 질문이 대표적이다. 전능한 존재라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어야 하지만 전능하다면 아무리 무거운 돌이라도 들 수 있어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
보이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조지 G. 슈피로 지음·이혜경 옮김·현암사 발행·448쪽·2만4,000원
정치에도 수많은 역설과 모순이 있다. 다수의 뜻을 지지하는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유권자라면 자신이 싫어하는 후보자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더라도 그를 지지해야 하는 역설과 마주하게 된다. 이처럼 저자가 다루는 역설은 단순한 수수께끼나 지적 유희에 그치지 않고 인간 행동의 복잡성과 세상의 작동 방식을 보다 심도 있게 들여다볼 수 있게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