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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 업종마저 비용 급속히 늘어
상의 “환율 1500원대로 치솟으면
올 성장률 1.3%까지 하락할 수도”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몇 년간 지속한 고환율이 과거 금융위기 수준에 근접하면서 산업계 곳곳에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호황·불황 업종, 대·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원자재 구매비 증가, 해외 투자비 급등, 환 헤지 실패 등의 직격탄을 맞았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7.7원 내린 1456.4원에 거래를 마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외 국가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면서 환율은 전날 대비 진정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전날에는 장중 환율이 1480원대 후반까지 치솟으며 과거 금융위기 수준을 넘나들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2월 보고서를 통해 “환율이 1400원대에서 1500원대로 치솟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주요 기관 예측치보다 낮은 1.3%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소비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 이전에도 우리 기업들은 미국보다 낮은 기준금리,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인한 고환율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하며 신음하고 있었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703억원의 환 손실을 냈다. 원화 가치가 예상 범위를 벗어나는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환 헤지를 목적으로 투자한 파생 상품에서 손해가 발생했다. 고환율은 전력기기 호황에 올라탄 LS전선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마찬가지로 급격한 환율 상승으로 인해 관련 파생 상품에서 손실이 발생하면서다. 환율 변동을 반영해 최근 확정한 당기순이익은 잠정 실적 발표 때 수치의 약 60% 수준으로 추락했다.

경영 여건이 나쁜 기업에 고환율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전기차 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영업이익의 3분의 1에 달하는 환 손실을 봤다. LG에너지솔루션은 환율이 10% 상승하면 연간 약 2400억원의 손실이 난다고 공시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갈등 중인 고려아연 역시 고환율로 지난해 4분기 245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1974년 회사 설립 이후 첫 분기 단위 순손실이었다. 회사 측은 “엄청난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손은 불가피한 변수였다”고 설명했다.

환 헤지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 상황은 더 심각하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소 제조기업의 영업이익 가운데 환차손이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달한다. 대비 역량도 달린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발표한 통계를 보면 중소기업의 49.3%가 환율 리스크 관리 전략이나 수단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 고환율로 인한 수출 경쟁력 제고 효과를 누리던 기업들조차 해외 수입처의 단가 ‘후려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천구 대한상의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연구위원은 “주력 산업 부진 등 한국 경제의 잠재 리스크가 환율 급등과 맞물리면 실물·금융 리스크와 결합한 복합 위기가 올 수 있다”며 “석유화학, 철강 등 업종의 신용 위험이 확대된 가운데 환율 급등은 외화 차입 기업의 상환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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