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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해군 함정 유지·보수 등 활용
국내서 기자재·인력 수급 쉬워
지분 83%인수가 5000억 예상
협력관계 HD현대가 가능성 커
바필리핀 아길라 수빅 조선소 전경. 사진=수빅 조선소

[서울경제]

HD현대그룹이 동남아시아 생산 기지를 넓히고 아시아에 주둔 중인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위해 필리핀 수빅 조선소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매각 측은 국내 양대 조선사를 보유한 HD그룹과 한화그룹에 제안서를 전달해 사실상 2파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필리핀 수빅 조선소의 경영권을 갖고 있는 미국 사모펀드(PEF) 운용사 서버러스캐피털은 HD현대 측에 인수를 제안했으며 HD현대는 이를 심도 있게 논의 중이다. 서버러스캐피털은 한화오션에도 인수 의향을 타진했으나 업계는 HD현대의 인수 가능성을 보다 높게 보고 있다. 매각 대상은 서버러스캐피털이 보유한 83%의 지분으로 인수가는 5000억 원 가까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수빅 조선소는 한진중공업이 2006년부터 건설해 2009년 완공한 뒤 한때 세계 5대 조선소로 키워오던 곳이다. 2019년 한진중공업 구조조정에 따라 필리핀 현지에서 회생에 들어갔으며 2019년 서버러스가 인수했다. 수빅 조선소는 과거 미 해군이 함정 수리 시설로 활용했으며 현재는 필리핀 해군이 임대해 쓰고 있다. 업계는 아시아 지역에 주둔하는 미 해군 함정을 위한 수주 기지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는 이미 수빅 조선소와 사업 협력을 개시한 HD현대그룹의 인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HD현대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은 2022년 수빅 조선소에 군수지원센터를 설치해 필리핀 군함에 대한 MRO 사업에 나섰고 2024년에는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조선소를 일부 임차해 해상풍력 하부 구조물 사업에 활용하기로 했다.

필리 조선소의 최대 강점은 미국 본토가 아니면서도 미 해군 함정 유지·관리·보수(MRO) 사업을 수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빅은 과거 미 해군이 주둔했던 곳으로 현재는 필리핀 해군의 수리 기지로 활용되고 있으며 미 방산 업체도 임대하고 있는 등 미국과 연결 고리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조선업 보호정책에 발맞추려면 미 현지 조선소 인수가 유리하지만, 이 경우 추가 시설 투자나 인력 확보를 위한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

같은 업종에서 펼치는 두 그룹의 다른 전략도 주목 받고 있다. 두 그룹은 과거 각자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 2023년 한화가 인수해 한화오션으로 출범했다. 이 시점부터 두 그룹의 경쟁 구도가 한층 강화됐다. 이후 한화는 적극적인 기업 인수 행보를 보이는 반면 HD현대는 투자보다 개별적인 협업에 무게를 싣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는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이 성장했고 방산 자체가 메인이기 때문에 미 함정 MRO 수주 확대를 위해 한화오션에서 적극적으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HD현대는 일반 조선업이 주축이고 방산은 일부인 데다 투자 시 발생하는 위험을 신중하게 따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월 미 필리 조선소와 MRO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지만 올해 1월 한화오션이 필리 조선소를 인수하는 바람에 빛이 바랬다. 그러자 HD현대중공업은 이달 8일 미국 최대 규모인 헌팅턴잉걸스 조선소와 기술 협력을 체결했다.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를 통해 해외 방산과 조선 기업 인수에 총 2조 4000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중 8000억 원은 필리 조선소 확장과 추가 조선소 확보에 쓸 예정이다. 당초 유상증자 신고서에 자금 사용 계획을 불분명하게 작성한 것도 추가 M&A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HD현대는 실질적인 수주량 확보에 나섰다. 울산 조선소에 미 MRO 사업용 도크를 배정하고 연간 2조 원 수주 목표를 세웠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과 같은 성능의 이지스함을 직접 설계, 건조하는 국내 유일 조선사다. 한국 해군이 보유하게 될 6척의 이지스함 중 5척도 직접 건조하고 있다. 미국과 협력이 본격화된다면 한 해 5척까지 건조가 가능하다는 게 HD현대중공업의 설명이다.

두 그룹이 국내에서 추가 투자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두 그룹은 SK에코플랜트의 해상풍력 하부 구조물을 제조하는 오션플랜트의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 밖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납품하는 방산 부품 기업 엠앤씨솔루션 역시 한화가 인수 후보로 올라 있다.

HD현대 역시 최근 IMM크레딧솔루션·NH투자증권을 통해 6000억 원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하면서 △친환경 선박 개발 △자체 엔진 생산능력 강화를 위한 투자 △동남아 우수 조선소 인수 등에 투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HD현대가 현재는 한화그룹에 비해 투자에 신중하지만 중장기 매물로 나올 수 있는 국내 대형 방산·해운 기업에 전격 인수를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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