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이영진 재판관 알선수수 의혹, 임기 중 수사
2005년 이상경 재판관 탈세의혹 제기, 자진 사퇴
피의자 신분으로 재판관 지명 사례는 한 차례도 없어
2005년 이상경 재판관 탈세의혹 제기, 자진 사퇴
피의자 신분으로 재판관 지명 사례는 한 차례도 없어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완규 법제처장이 지난 8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후 청사를 나서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오는 18일 퇴임하는 문현배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난 8일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임명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에 위헌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이 처장이 내란방조 피의자로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관이 수사를 받은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재판관으로 재직하면서 비위 사실이 불거진 경우다. 피의자 신분으로 임명이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지난해 10월 퇴임한 이영진 전 재판관은 2021년 10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다. 이 전 재판관은 인척관계인 사업가 이모씨의 고등학교 친구인 사업가 A씨의 이혼소송을 알선해준다는 명목으로 골프 및 만찬 비용, 현금 500만원, 골프의류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를 수사했고 2024년 4월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이 전 재판관은 6년 임기를 모두 채우고 퇴임했다.
2005년 5월에는 이상경 전 재판관이 10년 동안 건물 임대소득을 줄여 신고하는 수법으로 소득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전 재판관은 임기를 4년 이상 남겨 둔 같은 해 6월 자진해서 사퇴했고 이후 시민단체 고발로 국세청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권한대행이 이번에 재판관으로 지명한 이완규 처장은 ‘12·3 비상계엄사태’ 다음날인 지난해 12월4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과 회동해 내란 방조 혐의로 경찰과 공수처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 회동에서 비상계엄 관련 법률검토를 했다고 의심한다. 이 처장은 이 회동 이후 자신의 휴대전화를 교체해 증거인멸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이 처장을 피고발인으로 불러 한차례 조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9일 한 권한대행과 이 처장을 내란 및 내란부화수행죄로 추가 고발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이 처장을 내란방조와 증거인멸 혐의로 고발했다. 이 고발 사건과 관련해 공수처는 아직 이 처장을 부르지 않았는데, 추가 고발까지 나오면서 관련 수사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5·18서울기념사업회는 10일 성명을 내고 “(이 처장은)현재 내란공범으로 공수처의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세로, 헌법재판관으로 지명된 데 대해 분노와 배신감을 넘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 헌법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경향신문 기자와 통화에서 “국민 눈높이에서 재판관은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기를 원하는 게 아니라 법조인 중에서도 존경받는 인물이어야 하는데 그에 비춰볼 때 이번 지명은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며 “수사 중인 당사자를 후보자로 그간 지명한 사례가 없었던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