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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국제공항 (KBS 자료화면)

■ 청주공항 임대료 50억 원 가로챈 사업가… 법원 판단은?

오늘(10일) 오전 10시, 청주지방법원 621호 법정. 수인복을 입은 50대 남성이 피고인석에 섰습니다.

KBS가 7년 동안의 취재 기록을 바탕으로 그 실체를 추적해 밝혀낸, 청주국제공항 상업 시설의 '검은 손' 56살 박 모 씨입니다.

박 씨는 10년 가까이 청주공항의 상업 시설을 과점 형태로 운영하고, 한국공항공사에 내야 할 임대료 수십억 원을 빼돌렸습니다. KBS가 파악한 피해 금액만 50억 원이 넘습니다.

이 과정에서 갓 20살을 넘긴 아들 명의로 상업 시설을 임차하는 편법까지 동원됐습니다.

국가 재산을 사유화하고, 막대한 손해를 끼친 박 씨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요?


■ "아들 명의로 한국공항공사 속여"… KBS 취재로 밝혀진 실체

지난해 초, 한국공항공사의 한 직원은 상업시설 매출 관리 시스템을 점검하다가 수상한 거래 내역을 발견했습니다.

청주공항 상업 시설의 매출액이 실제보다 적게 신고된 정황을 포착한 겁니다.

이후 공항공사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청주지방검찰청은 지난해 8월, 청주공항에 입점한 편의점과 카페 등 식음료 판매 업체 4곳을 압수수색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이 4개 업체의 연관성이나, 실제 운영자가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KBS 취재 결과, 이 4개 업체를 운영하는 건 법인 2곳이었습니다.

법인 2곳의 대표이사를 지낸 건 2000년생 남성이었고, 사내이사 등 나머지 임원도 상당수 중복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2018년과 2020년 설립된 업체에서 갓 20살을 넘은 남성이 사내이사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취재진은 2017년, 청주공항에서 발생했던 면세점 임대료 25억 원 체납 사건의 취재 자료를 꺼내 다시 하나씩 대조해 봤습니다.

그리고 추가 취재를 통해 당시 면세점 임대료를 체납했던 박 모 씨가, 이번 사건 대표이사와 부자 관계인 점을 확인해 단독 보도했습니다.

무려 10년에 걸쳐 이뤄진 박 씨 부자의 청주공항 상업시설 임대료 체납·편취 사건의 실체가 드러난 겁니다.

청주국제공항 상업시설 임대료를 편취해 계약 해지된 이후에도 무단 점용을 이어간 업체. (KBS 자료화면)

■ 1심 재판부, 징역 3년 실형 선고

이후 검찰은 서류상 대표인 아들이 아닌, 실제 운영자 박 씨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지난해 10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했습니다.

박 씨는 2017년 임대료 체납으로 공항에서 강제 퇴거를 당한 뒤, 2019년 아들 등 다른 사람 명의로 또다시 청주공항 상업시설 임대차 계약을 했습니다.

그리고 공항과 연동되지 않은 별도의 카드 단말기를 몰래 설치해, 고객들의 결제를 유도하는 수법으로 실제 매출액을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공항 입점 업체는 매달 매출액의 26~30%를 공항공사에 '매출 연동 임대료'로 납부하고 있는데, 매출액을 실제보다 적게 신고하는 수법으로 임대료를 빼돌린 겁니다.

2019년 3월부터 이렇게 조작한 매출액만 86억 원, 이를 통해 빼돌린 임대료는 26억 9,000여만 원에 달했습니다.

앞서 면세점 임대료 체납액을 더하면 52억 원에 가까운 돈을 챙긴 것으로 파악됩니다.

청주지방법원 제22형사부는 오늘 박 씨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박 씨의 범행을 도운 혐의로 함께 기소된 직원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10년 가까이 청주공항의 상업시설을 과점하고, 국가 재산을 빼돌렸던 박 씨는 결국 법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앞서 면세점 임대료 체납 사건의 경우 공소시효가 지났고, 따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아 처벌을 면했습니다.

특히 박 씨로 인해 공항공사가 입은 막대한 손해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면세점 임대료 체납 이후, 박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던 공항공사는 승소한 이후에도 임대료를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공항공사는 이 사건에 대한 KBS의 연속 보도 이후 재산 관리 규정을 정비하고 매출 증빙 방식을 개선하는 등 대책 마련에 착수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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