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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관세 전쟁’이 마침내 막을 올렸다. 미국이 한국을 포함한 80여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가 9일(미국 동부시각 9일 0시1분) 발효됐다. 한국의 대미 수출품에는 25%의 관세가 부과된다. 세계 경제를 규율해온 자유무역 질서가 지속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우리 정부의 전략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엘엔지) 구매 확대, 알래스카 가스관 사업 합작 등 미국과의 산업 협력 강화를 통해 미국 정부의 대미 무역 흑자 감축 요구를 일정 부분 충족시키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한국 상품에 대한 관세 인상의 폭을 최대한 낮추려는 데 맞춰져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통화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한국 대통령 권한대행과) 거대하고 지속 불가능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관세, 조선, 미국산 엘엔지의 대량 구매, 알래스카 가스관 합작 사업, 그리고 우리가 한국에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대한 비용 지불을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한국의 전략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미국 행정부 안에서 관세를 둘러싼 강온파의 대립이 격화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을 내세워 한국, 일본과 먼저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성과를 내야 하는 베선트 장관은 한국과 일본을 거세게 압박해 최대한 양보를 얻어내려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정상 간 통화에 정부 차원의 큰 그림과 치밀한 전략이 담겨 있었는지 의문이다. 경제 부처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정상 통화 사실을 보도를 보고야 알았다. 사전에 경제부처와 의제 협의도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주목할 지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경제와 무역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상대를 압박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고 상대국과의 관계를 재조정하는 수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대한 비용 지불”에 대해 논의한다고 한 것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관세와 관련된 협상 현안으로 논의하겠다는 뜻이다. 한국 처지에선 관세와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연동시키는 게 적절한지, 6·3 대선으로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가 이를 결정해도 되는지부터가 논란거리다.

무엇보다 2026년도 방위비 분담금 규모와 2030년까지 적용될 분담금 증가율을 담은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의 국회 비준동의까지 받은 상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에 한국이 부담해야 할 분담금 규모를 100억달러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 양국이 지난해 합의한 분담금의 9배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주장에 한덕수 권한대행이 8일 통화에서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9일 ‘관세와 방위비를 묶어 협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엘엔지, 조선 등) 전체가 관세하고 패키지로 간다고 봐야지 방위비만 떼서 (관세와 묶으려고) 하는 건 아니다”라는 모호한 답변만 반복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저녁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상호관세 발효가) 걱정”이라며 “보복관세로 강경 대응하는 나라도 있지만, 한·미 동맹을 안보동맹이자 경제동맹으로 격상시켜 나가는 것이 보다 슬기로운 해법”이라고 했다.

하지만 방위비 분담금 인상은 이미 국회 승인까지 마친 양국 간 협정을 바꾸는 것이어서 ‘두달짜리 임시직’인 한덕수 대행의 권한을 넘어선다.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당장 관세 문제가 엄중하기 때문에 권한대행 체제에서도 미국과 협상을 할 필요가 있지만, 한덕수 권한대행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 최소한의 결정만 해야 하고, 그 역시 국회와 반드시 소통을 하면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재협상 요구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등 한·미 동맹의 성격 변화와도 맞물린 문제”라며 “권한대행 정부가 이 부분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와 탐색적 대화는 이어가야 하지만, 재협상까지 나아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필요에 따라 미국 정부와 협상하더라도 범위는 무역과 산업 분야에 국한하고,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트럼프 정부의 의중을 명확히 파악해 차기 정부가 대비책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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