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단테의 언어 망치지 않길"…로마서 결혼 20주년 기념


이탈리아 의회에서 연설하는 찰스 3세 국왕
(로마 AP=연합뉴스)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몬테치토리오 궁전(하원)에서 영국 국왕으로는 처음으로 이탈리아 의회 합동 연설을 하고 있다. 왼쪽은 이냐치오 라루사 상원의장, 오른쪽은 로렌초 폰타나 하원의장. 2025.04.09 [email protected]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를 국빈 방문 중인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9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이탈리아어를 섞은 연설로 큰 박수를 받았다.

찰스 3세는 이날 로마에 위치한 몬테치토리오 궁전(하원)에서 영국 국왕으로는 처음으로 이탈리아 의회 합동 연설에 나섰다.

그는 이탈리아어로 연설을 시작하며 "단테의 언어를 너무 망쳐서 다시는 이탈리아에 초대받지 못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며 유머를 곁들였다.

'신곡'을 쓴 알리기에리 단테는 당시 지식인의 언어였던 라틴어 대신 조국의 언어인 이탈리아어(토스카나 방언)로 책을 썼다.

현대 이탈리아어의 정립에 크게 공헌한 단테를 기리는 뜻에서 이탈리아인들은 이탈리아어를 '단테의 언어'라고 부르는데, 찰스 3세가 이 표현을 쓴 것이다.

그는 연설 말미에 신곡 중 "E poi uscimmo a rivedere le stelle"(그리고 우리는 다시 별을 보기 위해 나아갔다)를 원문으로 인용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찰스 3세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에도 유럽과 함께 미래를 설계하겠다는 의지를 문학적으로 전달했다고 현지 일간지 라레푸블리카는 평가했다.

이날 연설에서 찰스 3세는 유럽의 연대, 민주주의의 가치,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영국과 이탈리아는 민주주의적 가치를 수호하는 데 있어 하나"라며 "양국은 우크라이나가 가장 어려울 때 함께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도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찰스 3세는 양국의 강력한 유대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전쟁은 끔찍한 대가를 요구한다"며 "평화는 결코 당연시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날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을 만난 찰스 3세는 국빈 방문 사흘째인 이날 오전에는 조르자 멜로니 총리와 회담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날 결혼 20주년을 맞은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를 위해 대통령 관저인 퀴리날레궁에서 성대한 만찬을 연다.

찰스 3세는 오는 10일 라벤나를 방문해 제2차 세계대전 나치 독일로부터의 해방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단테의 묘를 방문한 뒤 귀국한다.

영국성공회 수장인 찰스 3세는 당초 8일 바티칸을 방문, 가톨릭교회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날 예정이었지만 폐렴으로 장기간 입원했던 교황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연기됐다.

찰스 3세는 왕세자 시절 이탈리아를 17차례 공식 방문했지만 즉위 후에는 이번이 처음이다.

찰스 3세, 이탈리아 의회 연설
(로마 EPA=연합뉴스)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몬테치토리오 궁전(하원)에서 영국 국왕으로는 처음으로 이탈리아 의회 합동 연설을 하고 있다. 2025.04.09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815 카이스트표 '마법샴푸' 불티나더니…이번엔 '칙칙' 뿌리면 단숨에 풍성해진다? 랭크뉴스 2025.04.16
44814 “빚 떠안을까봐” 일가족 5명 살해 50대 가장...경찰, 구속영장 신청 랭크뉴스 2025.04.16
44813 한 달 반 남은 권한대행이 '관세 협상' 주도‥트럼프 압박에 끌려가나? 랭크뉴스 2025.04.16
44812 관세 협상 트럼프 직접 등판 소식에, 일본 긴장 “전략 수정 불가피” 랭크뉴스 2025.04.16
44811 헌재 韓 지명 위헌가능성에 주목…민주 "당연한 판결" 국힘 "편향된 판결" 랭크뉴스 2025.04.16
44810 ‘대통령 고유 권한 자의적 행사’ 비판 불가피…한덕수, 조기대선 앞두고 국정 리더십 타격 랭크뉴스 2025.04.16
44809 이재명, 타임지 선정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포함(종합) 랭크뉴스 2025.04.16
44808 "몸이 너무 간지럽다"…대학교 남자기숙사 발칵, 무슨 일 랭크뉴스 2025.04.16
44807 대선 전 헌소 본안 판단 가능성 희박···한덕수 ‘헌법재판관 2인 지명’ 사실상 무산 랭크뉴스 2025.04.16
44806 ‘1박 2일’ 베란다 갇힌 노인…순찰 경찰관이 구조 랭크뉴스 2025.04.16
44805 "편히 살다 가겠소, 징하게 감사허요"…1500명 움직이게 한 80대 할머니의 진심 랭크뉴스 2025.04.16
44804 "엄마라서 포기 못 해"‥세월호 '준영 엄마'의 약속 랭크뉴스 2025.04.16
44803 효력 정지된 한덕수의 도발, ‘대망론’도 함께 꺼지나 랭크뉴스 2025.04.16
44802 업무 혼란 속 PA 간호사…“리스크 큰데 보상 없어” 랭크뉴스 2025.04.16
44801 검찰, '선우은숙 친언니 강제추행' 유영재에 2심도 징역 5년 구형 랭크뉴스 2025.04.16
44800 신안산선 공사장 붕괴 실종자 끝내 숨져... 지하 21m서 발견 랭크뉴스 2025.04.16
44799 [단독] 재소자가 스마트폰·전자담배 반입…교정시설 ‘구멍’ 랭크뉴스 2025.04.16
44798 이재명, 타임지 선정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포함 랭크뉴스 2025.04.16
44797 소방당국, 광명 신안산선 공사현장서 실종자 숨진채 발견...사건 124시간만 (종합) 랭크뉴스 2025.04.16
44796 경찰, 부모·처자식 일가족 5명 살해한 50대 구속영장 신청 랭크뉴스 2025.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