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일 시작, 작은 일 챙기면 큰일 할 수 있어"
'어대명' 분위기 속 김동연, 김경수 '대항마'
'어대명' 분위기 속 김동연, 김경수 '대항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국회에서 대표직 사퇴 후 최고위원 등 당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한 뒤 인사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당대표 직을 내려놓으며 대선 레이스 출발선에 섰다. "위대한 대한민국을 향한 새로운 길, 여러분과 함께 걷겠다"며 수권 의지를 뚜렷이 드러냈다. 10일에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대국민 출마 선언을 내놓는다.
이 전 대표의 대권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7년 성남시장, 2022년 경기지사, 2025년 거대 야당 대표로 정치적 체급을 거듭 키웠다. 이날 이 대표가 "거대한 신화를 만드는 것이야 쉽지 않겠지만, 작은 일들을 성실하게 많이 챙기면 큰일을 해낼 수 있다"고 밝힌 것은 그의 정치 여정과 미래 포부를 함축한 메시지로 읽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 더불어민주당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현희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홀가분하거나 하지는 않다" 절제된 톤으로 사퇴
이 전 대표는 이날 절제된 어조로 사퇴의 변을 밝혔다. 그는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무리하며 "이제 또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며 "아쉽거나 홀가분하거나 그런 느낌은 사실 없다"고 했다. "출발할 때는 험했는데, 그래도 퇴임하는 상황에서는 출발 때보다 상황이 좋은 것 같다"는 담담한 소회도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년 8개월간의 당 대표 시절을 두고 "소설 같다"고도 표현했다. "엄청나게 긴 시간 같기도 하고 한편으론 거의 순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도 했는데, 공직선거법·위증교사·대장동·백현동 사건 등을 둘러싼 검찰 수사, 체포동의안 가결, 흉기 피습 테러,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정국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정치 여정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그는 "민주당 당원들께서 저를 지켜주셨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이 전 대표는 '공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수권 리더로서의 면모도 부각했다. 그는 "공직이 게으르고 무책임하고 사욕이 많은 사람이 하면 놀기도 좋지만, 한편에서 의욕과 열정을 가지고 실력을 발휘하면 정말 큰일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큰 성과를 만들 수 있다" "엄청난 차이가 날 수 있다"고도 했다. 실력발휘를 할 기회를 갖고 싶다는 취지다.
당은 '어대명'(어차피 대선후보는 이재명) 분위기다. 친명계인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 전 대표의 사퇴에 "대표님 폭싹 속았수다"(무척 수고하셨다는 제주도 방언)라고 추켜세웠다. 이 전 대표로부터 당 대표 의사봉을 넘겨받은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과 함께 저희도 같이 가겠다"고 힘을 실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9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자동차 부품 관세 대응을 위한 미국 출장에 앞서 대선 출마 선언을 마친 뒤 출국하고 있다. 뉴시스
김동연·김경수 대항마 나선다..김부겸은 '불출마'
이 전 대표는 10일 별도의 현장 연설 없이 다큐 형식의 대선 출마 선언 영상 메시지를 공개할 예정이다. 그동안 강조한 민생·성장 등을 자신의 키워드로 내세울 전망이다. 11일엔 국회에서 미래 비전과 경선 캠프 인선을 발표한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존중하고 정당 간의 협치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장소로 국회를 선택했다"고 했다.
대선 경선 경쟁자들도 '대항마'를 자처하고 나섰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이날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거대 양당의 기득권으로 가득 찬 정치판을 바꾸겠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친문계 후계자로 꼽히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경선 참여로 가닥을 잡고 출마 선언 시기와 장소를 저울질 중이다. 다만 '어대명' 기류 탓에 '2등 싸움'이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부겸 전 총리는 이날 "민주당 대선 경선에 불참하겠다"고 대선 도전을 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