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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한덕수-트럼프 통화
안보 비용, 관세 협상과 연계 시사 '진퇴양난'
방위비 분담금 불용액만 1.8조… 인상 명분 낮아
전략자산 전개·연합훈련 비용 별도 협정 가능성
에너지 공급망·함정 노후화 등 협상서 앞세워야
도널드 드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8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미국의 석탄 채굴 및 생산 증진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DC=AFP 연합뉴스


한국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안보 비용' 압박이 본격화했다. 후보 시절 트럼프는 한국을 '머니 머신'(현금인출기)이라고 불렀는데 이제 그가 출금을 요구할 때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미국이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 보호에 대한 지불" 등을 25%에 달하는 상호관세에 대한 협상 조건으로 내걸었다. 정부로선 대미 통상과 한반도 안보라는, 거부하기 힘든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100조'는 비현실적… 2배 인상이 최대치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건 바이든 행정부 때인 지난해 합의한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SMA)을, 우리 측 분담 비율을 높이는 쪽으로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머니 머신'인 한국은 100억 달러(약 14조7,000억 원)의 방위비 분담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한미가 합의한 2026년 분담금 1조5,192억 원의 9배를 웃도는 액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처럼 분담금이 단숨에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인상될 가능성은 낮다. 이미 미국은 우리에게 받은 분담금 중 약 1조8,000억 원을 쓰지 못한 채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2021년엔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을 위해 쓰여야 할 분담금 불용액 2,800억 원이 미 재무부로 송금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일단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최대 인상폭은 2배 수준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가 말하는 100억 달러는 어림도 없다"며 "2배가 최고치"라고 내다봤다. 현재 한국은 주한미군 운용비의 30% 수준을 부담하고 있는데, 이를 50%까지 늘리는 것이 한계란 뜻이다. 즉 약 1조5,000억 원의 분담금이 3조 원 수준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목표로 하는 한미 간 무역 불균형 해소에는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지난해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적자액은 445억 달러로 현재 환율로 따지면, 약 65조9,000억 원에 이른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 공군 초음속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2024년 10월 1일 제76주년 국군의 날을 기념해 서울 송파구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뉴스1


전략자산 전개 비용 등 추가 협정 가능성… 韓 함정 MRO 카드는 '읽힌 수'



따라서 미국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이외에 추가적인 비용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 두진호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에 대한 방위 공약 이행을 위해 한반도에 전개하는 미 전략자산에 대한 비용과 한미 연합 훈련에 소요되는 예산 중 일부를 한국에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 문제를 별도의 협정으로 체결할지, 기존 분담금 협상에 포함시킬지는 미지수다.

우리가 '안보 비용' 협상의 조건으로 염두에 뒀던 묘수가 미국에 읽혔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필요로하는 함정 유지·보수(MRO) 사업을 매개로 추가되는 안보 비용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전화 통화에서 '관세 협상'과 연계할 의제들로 한국의 대미 흑자, 조선업 협력,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알래스카 가스관 합작투자, 대규모 안보 비용 등을 언급했다. 조선업 협력 역시 관세 협상의 대상으로, 안보 비용과 동등한 차원에서 논의하겠다는 의중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화오션이 MRO 사업을 위해 수주한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호가 창정비 수행을 위해 2024년 9월 2일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입항해 있다. 한화오션 제공


미 대중 전략서 한국 중요성 여전… "트럼프 큰 그림 읽어야"



하지만 현 국면이 우리에게 불리한 상황만은 아니라는 낙관론도 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전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가장 긴밀한 동맹이자 교역 파트너 중 일본과 한국을 분명히 우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서도 한일이 경제·군사적으로 중요성이 크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잘 헤아려 미국의 패권주의적 국제질서에 전략적으로 편승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두 연구위원은 "미국의 핵우산 역시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의 능력 내에서 미국이 청구하는 안보 비용을 적극적으로 분담하면서 경제적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다면, 이는 분명 한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이라고 분석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에너지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개편함으로써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트럼프의 큰 그림"이라며 "상대적으로 작은 안보 비용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알래스카 송유관 건설, 함정 MRO 같은 조선 분야 협력 등 우리가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는 분야를 앞세워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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