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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계열사 킴스편의점, 그간 SSM 규제 미적용
산업부 행정지도에 마트식 운영 행위 중단 불가피
일각선 “과도한 규제로 소비자 선택권 제한” 지적도

이 기사는 2025년 4월 9일 오전 5시 21분 조선비즈 RM리포트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Super Supermarket) 형태를 갖췄지만 편의점으로 등록돼 규제를 회피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이랜드그룹의 ‘킴스편의점’이 정부로부터 운영 방식을 바꾸라는 내용의 행정지도를 받은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신선식품 장 보는 편의점’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출범한 킴스편의점은 SSM처럼 채소, 과일 등 다양한 종류의 신선식품을 대량으로 취급해 왔지만, 이번 조치로 이런 판매 행위가 제한될 전망이다. 일부 매장의 가맹점 전환을 필두로 가맹사업에 진출하려던 계획도 사실상 중단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말 킴스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랜드그룹 측에 판매 품목을 동종 편의점 업계와 유사한 수준으로 조정하고, 건물 내에 컵라면 취식 공간 등 편의점 관련 시설을 배치라하는 권고사항이 담긴 행정지도를 내렸다. 산업부 관계자는 “3월 말 관련 내용을 담은 행정지도를 업체에 통보했고, 6개월의 유예 기간을 부여했다. 9월 말부터는 완전히 편의점 형태로만 운영되도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행정지도는 법적인 강제성은 없지만, 향후 인허가나 지원 등에서 불이익 우려가 있어 사실상 강제력을 가진다.

킴스편의점 염창점 전경. /이랜드그룹 제공

킴스편의점은 대기업 이랜드그룹의 계열사로 지난 2023년 6월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첫 매장을 열었다. 현재 봉천점을 비롯해 도곡점, 신정점, 신촌점, 염창점 등 서울 내 5곳의 직영점이 있다. 킴스편의점은 SSM처럼 운영됐지만, 업종 상 편의점으로 등록돼 각종 규제를 피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일례로 킴스편의점은 담배는 팔지 않되 과일·채소·정육 등 신선식품의 판매 비중이 20~30%로 높다. 같은 이랜드리테일 계열사이자 대형 농수산물 할인점 ‘킴스클럽’의 유통망을 활용해 로컬 푸드나 신선식품을 보다 낮은 가격에 대규모로 들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킴스편의점은 유통망을 공유하는 이랜드그룹 계열 외식업체인 애슐리의 반조리식품도 판매하고 있다.

반면 기존 편의점들은 대개 공간이 협소해 다루는 신선식품의 종류와 수량이 제한적이고, 들여오는 일부 신선식품도 소포장 된 상태로 판매한다. 매장 내 신선식품의 비중도 1% 수준으로 낮다. 또 빠른 회전율을 중시하며, 물류 시스템도 인근 상권의 수요-공급에 맞춰 소형화돼 있기 때문에 대량의 신선식품을 자주 발주, 공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도 제약이 따른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킴스편의점은 쌓아둔 채소류를 소비자가 비닐봉지에 담아 무게를 달고 가격을 매겨 판매하는 등 사실상 SSM과 다르지 않게 운영돼 왔다”고 했다.

킴스편의점은 그간 SSM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규제를 적용받지 않았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상 SSM은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만 영업할 수 있다. 또 전통상업보존구역 반경 500m 내에는 출점이 불가능하며, 지자체 조례에 따른 주말 의무 휴업 규제도 받는다. 현재 킴스편의점과 유사한 운영 구조를 가진 GS더프레시,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롯데슈퍼, 이마트에브리데이 등은 이러한 규제를 따르고 있다.

산업부 측은 킴스편의점 측에 행정지도를 내린 배경에 대해 “SSM과 편의점을 구분할 때 현실적으로 획일적인 기준을 정하기 쉽지 않아 실제 운영 방식을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가 회의를 통해 1차 산물 비중, 매장면적, 영업시간 등의 내부 기준을 정했다. 이에 따라 전체 편의점과 SSM, 킴스편의점을 각각 비교한 후 현장 실사 및 의견 수렴을 통학 킴스편의점이 SSM에 가깝다는 결론을 내렸다. 향후 유사사례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 방식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가 이랜드리테일의 식품 전문 할인 매장 킴스클럽 '쓸어담는 실속채소' 코너에서 채소를 고르고 있다. 킴스편의점은 킴스클럽과 유사한 형태로 신선식품 관련 코너를 운영해 왔다. /이랜드 제공

이랜드그룹 측은 정부의 행정지도를 성실히 이행하면서, 편의점 사업 확장 대신 킴스클럽 등 기존 본업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이랜드그룹은 올 상반기 킴스편의점 직영점 중 일부 매장을 가맹점으로 전환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킴스편의점의 신선식품 대량 유통이 막히면서,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편의점 업계에서 차별화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편의점 개수는 약 5만5000개로 국민 100명당 1곳 수준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기존 직영점에 대해선 산업부 요청대로 수행하고 편의점 확대 및 가맹사업 추가 운영은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킴스클럽 내 애슐리 제휴 메뉴 확대, 이랜드리테일의 점포 운영 방식 변화 등으로 본업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흐려지는 편의점-SSM 경계… 일각선 “과도한 규제” 지적도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산업부의 행정지도 조치가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편의점과 SSM 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기 때문에, 업계 현실을 반영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도한 규제는 경쟁 활성화를 통한 소비자 효용 증대를 저해할 수 있다”며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1인 가구가 많아지는 추세인데, 주거지 인근에 SSM이나 대형 슈퍼마켓이 없는 경우 원하는 시간대에 편하게 신선식품을 구매하기 어려운 경우가 잦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나서 편의점과 SSM의 경계를 과도하게 나누면,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킴스편의점과 같은 형태의 매장을 기존 편의점처럼 바꾸는 정부의 이번 행정지도 조치는 자칫 미봉책에 머물 수 있다”며 “관련 법을 더 촘촘히 개정해 시장의 혼란을 줄이거나, 관련 규제를 아예 없애는 식으로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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