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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 건물 외벽에 ‘내란수괴 윤석열 파면’ 축하 현수막이 걸려있다. 서현희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를 기점으로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가 ‘야간 쉼터 운영 종료’를 알렸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집회를 열기 시작한 지난달 11일부터 지난 3일 아침까지 25일간 집회 참가 시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자처했던 향린교회가 ‘기쁨의 영업종료’를 선언한 것이다.

이 기간에 향린교회를 방문한 시민은 모두 300여명 가량이었다. 교회 내에서 유일하게 바닥난방 시설을 갖춘 어린이실·유아실·청년실이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의 쉼터이자 사랑방이 됐다. 교회는 샤워실에 시민들을 위한 수건을 가득 채웠고, 컵라면 등 굶주린 배를 따뜻하게 채울 음식도 준비했다. 수면실에는 남·여 공간은 물론 성 중립 공간도 마련했다. 주로 철야 집회에 나선 시민들이 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이곳에서 몸을 녹였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 탄핵 결정 선고 전날에도 31명이 이곳을 찾았다. 쉼터 운영을 담당한 최필수 향린교회 장로는 “지방에서 올라온 시민들이 은박 담요가 아니라 따뜻한 곳에서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며 “추위에도 광장을 지켜줬던 시민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윤석열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X’(엑스, 전 트위터)에 올라온 아간쉼터 운영 종료 안내문 캡처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비상행동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는 야간 쉼터 개방 중단을 알리는 공지가 올라왔다. 누리꾼들은 “신세 많이 졌습니다” “덕분에 따뜻하게 잘 자고 갔습니다” 등 고마움을 표했다.

지난 3주간 주기적으로 광화문 집회를 찾은 임모씨(24)는 “시위를 위해 강원도에서 올라온 데다가 무일푼인 저에게 큰 도움이 됐다”며 “같이 묵은 사람들과 민주주의에 대해 대화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향린교회는 잠만 자는 게 아닌 교류와 연대의 장이었다”고 말했다. 시위 때마다 향린교회를 찾았다는 김보라씨(34)는 “방문할 때마다 환대를 받아 너무 감사했다”며 “극우적 행보를 보이는 교회들을 보면서 개신교에 대한 편견도 있었는데 ‘이런 교회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향린교회는 1987년 민주화 운동 당시 명동 부근에서 민주화 운동 기지 역할을 했다. 6월 항쟁 국민운동본부 발기인대회가 여기서 열리기도 했다. 그 후로도 이주민, 노동자 등 사회의 다양한 소수자들과 함께해왔다. 본래 명동에 있었지만 재개발로 2023년 5월 광화문에 새로 터를 잡았다. 12·3 비상계엄 이후 비상행동이 향린교회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7일 만난 기동서 향린교회 사회부장은 “탄핵 선고 후 첫 예배를 ‘탄핵 축하 만세삼창’으로 시작했다”며 “재개발로 인해 명동에서 쫓겨난 덕에 광화문에서 시민들을 도울 수 있었다. 쫓겨난 것마저 하나님의 뜻인 것 같다”고 했다.

기동서 향린교회 사회부장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현희 기자


기씨는 “시민들과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교회의 시대적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세상에서도 세상의 빛과 소금이 돼야 할 교회의 임무를 수행하고자 했다”며 “나누려는 마음으로 광장에 부스를 열어 차를 나누고 교회 공간을 열었다”고 했다. 이어 “시민들의 응원을 많이 받은 덕분에 저희가 베푼 기쁨보다 받은 기쁨이 더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향린교회는 탄핵 이후에도 연대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기씨는 “퇴진이 마무리됐으니 교회의 가치인 자유와 평등을 지키는 세상, 전쟁이 없고 사랑이 넘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며 “앞으로 팔레스타인 연대, 차별금지법 제정, 환경보호 등 소수자 의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라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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