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MBC 예능 '나혼자 산다'에 등장하는 음주 미화 한 장면. 방송 캡처

유명 연예인들이 술에 취한 채로 출연하는 ‘술 방송(술방)’ 콘텐트가 많아지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강제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무분별한 음주가 조장·미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8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전날 가수 보아는 팬 소통 플랫폼인 위버스를 통해 “이틀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라이브 방송에서 보여드린 경솔한 언행과 발언, 미성숙한 모습으로 불편함을 느끼셨을 모든 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실례되는 발언을 해 박나래(방송인)님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고, 너그러이 이해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문제가 된 방송은 지난 5일 보아가 방송인 전현무와 한밤중에 인스타그램을 통해 진행한 취중 라이브다. 전현무는 “집에 놀러 오신 분이 아끼던 술을 까서 마시고 있다”고 했다. 이어 두 사람은 취기가 도는 얼굴로 대화하거나 몸을 기대는 모습 등을 보였다. 보아는 전현무와 박나래의 열애설이 사실인지를 묻는 댓글에 “오빠(전현무)가 아깝다”고 반응해 논란을 빚었다.

5일 방송인 전현무와 가수 보아의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 영상 캡처

유튜브에서는 술방 콘텐트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방송인 신동엽의 ‘짠한 형’, 가수 이영지의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차쥐뿔)’, 웹툰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의 ‘술터뷰’ 등이다. 블랙핑크 지수, 아이브 안유진, BTS 등 인기 아이돌이 출연한 유튜브 술방은 조회 수가 수백만을 웃돈다.



음주 미화 장면 2년 새 3배 늘어
음주를 미화하고 권유하는 장면도 자주 연출된다. 가장 해로운 음주 습관으로 꼽히는 원샷, 건배, 술 섞어 마시기를 한다. 지난달 10일 방송된 ‘짠한 형’에 출연한 배우들은 “이게(술이) 보약이다” “혈액 순환에 (좋다)”는 등 대화를 나눈 뒤 원샷을 권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술방’, ‘음주 방송’ 등 단어로 검색되는 조회 수 상위 100개 영상을 모니터링한 결과, 음주를 미화하는 장면은 2021년(27.8%)에 비해 2023년(78%) 3배 가까이 늘었다.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면서 술방 콘텐트를 소비하는 경로도 다양해졌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최근 3년(2021~2023년)간 TV 시청률 상위 10개 드라마·예능 프로그램 한 편당 음주 장면 송출 횟수는 평균 1.1회로 나타났다. OTT(온라인동영상 서비스) 인기 드라마·예능의 음주 장면은 한 편당 3.7회로 집계됐다. 중·고교생의 약 10%는 드라마·예능에서 음주 장면을 시청한 후 ‘술을 마시고 싶다고 생각했다’는 조사도 있다.

지난달 10일 방송한 '짠한형'에서 술방을 하는 모습. "드라마 홍보하면서 술도 마시고 세상이 좋아졌다"는 발언이 나왔다. 유튜브 캡처



"연예인 음주 모습, 주류 광고보다 영향 커"
유튜브는 미성년자(만 18세 미만)에게 유해한 음주·폭력 등 콘텐트를 자체 가이드라인에 따라 삭제할 수 있다는 규정을 뒀지만, 인기 술방 대부분은 연령 제한 없이 시청할 수 있다. 틱톡도 성인이 과도한 음주를 보여주는 경우 연령 제한을 두도록 했다. 정부도 나섰다. 지난 2023년 보건복지부·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미디어 음주 장면 가이드라인'을 6년 만에 개정했다. 과도한 음주를 부각·미화하는 콘텐트에 ▶어린이와 청소년의 접근성을 최소화하고 ▶경고 문구 등으로 음주의 유해성을 알려야 한다는 2개 조항을 신설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규제가 권고 사항에 가까워 음주 미화를 막기에 역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중독 연구 권위자인 이해국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교수는 “인기 많은 연예인이 친숙하게 술을 마시는 모습은 주류 광고보다 파급력이 크다”며 “유튜브 등 플랫폼의 자율 규제를 강화하고, 정부의 예방 사업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공중파부터 OTT, 개인방송까지 스마트폰으로 모두 시청하다 보니 (콘텐트에 대한) 도덕적인 잣대가 전반적으로 하향 평준화하고 있다. 어린이·청소년이 음주 장면을 무분별하게 소비하지 않도록 미디어 문해력 교육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549 [속보] 국힘 경선 서류면접, 8명 통과…국민여론조사로 1차 경선 랭크뉴스 2025.04.16
44548 [속보] 국민의힘 대선 1차 경선 김문수·홍준표·한동훈·나경원·안철수 등 8명 진출 랭크뉴스 2025.04.16
44547 최상목, 다음주 방미… "美 재무장관, 통상 현안 회의 제안" 랭크뉴스 2025.04.16
44546 [단독] 한덕수, 헌법재판관 청문회 요청 미루고 각하 주장‥"고의 지연 꼼수" 비판 랭크뉴스 2025.04.16
44545 민주 "韓대행 헌법재판관 지명은 위헌"…헌재에 의견서 제출 랭크뉴스 2025.04.16
44544 보아 "인생 송두리째 무너지는 느낌"…취중 라방 논란 후 심경글 랭크뉴스 2025.04.16
44543 이재명, 하루 만에 후원금 29억 채웠다…"99%가 소액 후원" 랭크뉴스 2025.04.16
44542 인천 횡단보도 ‘지름 5m’ 땅꺼짐…부평역 앞 도로 통제 랭크뉴스 2025.04.16
44541 이재명 후원금 하루 만에 29억4000만원… 법정 한도 채워 모금 마감 랭크뉴스 2025.04.16
44540 이재명, 후원금 모금 당일 29억 한도 채워…“좋은 정치로 보답” 랭크뉴스 2025.04.16
44539 "늑대 아냐?"…대형견 세마리 입마개 안한 채 쇼핑몰 활보, 뭔일 랭크뉴스 2025.04.16
44538 한달만에 어르신 수백명 "운전대 놓겠다"…울주 '파격 혜택' 뭐길래 랭크뉴스 2025.04.16
44537 용인 일가족 살해범 “분양 사업 중 피소… 빚 많아 괴로웠다” 랭크뉴스 2025.04.16
44536 “대선주자 청와대 이전 언급에” 수도권보다 세종시 아파트 거래 증가 랭크뉴스 2025.04.16
44535 추미애 "내란 재판 주연은 尹, 조연은 지귀연 판사... '법관 징계' 필요" 랭크뉴스 2025.04.16
44534 이재명 "보복 절대 없다"…나경원 "내 드럼통 사진 아팠나 보다" 랭크뉴스 2025.04.16
44533 체코 다음 카자흐스탄… 한수원, 중앙亞서 원전 수주 도전 랭크뉴스 2025.04.16
44532 이재명 ‘3자 대결’ 50% 돌파 눈앞…정권교체 찬성론 흡수 랭크뉴스 2025.04.16
44531 경찰, 윤석열 전 대통령 공관·경호처 압수수색 랭크뉴스 2025.04.16
44530 [속보]경찰 출석한 쯔양 “가세연 고소 취하하려 한 적 없다···40회 이상 괴롭혀” 랭크뉴스 2025.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