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계엄군이 지난해 12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으로 진입을 시도하자 시민들이 서로 손을 잡고 저지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12·3 비상계엄 수사 막바지에 접어든 검찰이 남은 계엄 가담자를 어떻게 처분할지 고민하고 있다. 윗선의 지시를 받고 이를 부하들에게 하달한 군·경 중간 간부에게 ‘내란 중요임무종사’와 ‘부화수행’ 중 어떤 혐의를 적용해야 할지를 놓고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계엄에 투입된 수천명의 군·경 등 지시에 따른 모든 가담자들을 처벌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이날까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포함해 군·경 비상계엄 가담자 총 20명을 기소했다. 사건의 정점에 있는 윤 전 대통령에게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가, 다른 19명의 피고인들에게는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다른 계엄 가담자들에게도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저울질하고 있다. 형법상 내란 모의에 참여, 지휘하거나 그 과정에서 살상, 파괴, 약탈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서는 중요임무종사 혐의가 적용된다. 최소 형량은 5년 이상의 징역·금고형이다. 단순히 관여만 한 경우 부화수행 혐의가 적용된다. 유죄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금고형을 받을 수 있다.
계엄 당일 군 사령관들로부터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 투입 지시를 받고 이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군 지휘관들에게 어떤 혐의를 적용해야 할지를 놓고서도 법조계에서는 다소 의견이 갈린다. 공안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계급이 높아도 지시를 받아 수행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임무라고 인식하고 종사했어야 고의가 인정된다”며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고 해이하게 임무를 수행했을 경우 중요임무종사자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통해 고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내란 사건, 5·18 내란 사건, 통합진보당 내란 선동 사건 등 판례를 거론하며 비교적 폭넓게 중요임무종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차 교수는 “고의는 미필적 인식으로도 족하다”며 “구성원으로서 내란에 포함되는 행위에 부분적으로 참여하거나 기여하면 내란죄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썼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현관 모습. 정효진 기자
단순히 윗선의 지시를 따르기만 한 하급 군·경 대원에게 부화수행 혐의를 적용해 입건, 기소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검찰이 파악하는 계엄 당일 투입된 군·경 병력 수는 5400여명에 달한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전날 SNS에서 “경우에 따라 단순히 명령을 수행한 하위 계급 군인들도 입건은 하되 기소유예로 종결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만약 수사대상을 제한한다면 어떤 기준과 원칙을 적용했는지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는 “부화수행에 해당하는 사람을 모두 입건하거나 기소할 필요나 실익이 크진 않다”면서도 “선관위 직원 휴대전화를 압수하거나 국회 유리창을 부수는 등 죄질이 나쁜 몇몇은 부화수행으로도 의율해 기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당일 투입된 군·경 대원들에게 모두 법적 책임을 묻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비상계엄을 둘러싼 일부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먼저 밝힌 뒤 최종적으로 적용할 혐의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큰 틀에서 수사는 어느 정도 진전됐지만 아직 규명되지 않은 의혹들이 있다”며 “그 전모를 밝히는 과정에서 처벌이 필요한 사람에 대해 혐의 적용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