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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딩기어 안 내리고 동체 착륙했지만
1월과 2월 점검에서 파손 부분 발견 못 해
사고 직후 사진상 흔적도 현재는 사라져
5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지상 보안구역 활주로에 차 한 대가 서 있다. 긴급 착륙(동체)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무안=홍인기 기자


지난해 말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179명이 사망한 참사 당시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 중간 지점에 긴급 착륙(동체 착륙)했다고 알려졌지만 사고 직후 촬영된 사진에는 그런 흔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활주로 보수 공사도 전혀 없었다. 로컬라이저(방위각 제공 시설) 둔덕과의 충돌이 막대한 인명 피해가 난 원인이라는 것은 달라지지 않지만 여객기 양력이 마지막까지 유지된 정황도 정확한 사고 경위 규명의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8일 국회 12·29 여객기 참사 특별위원회 소속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일 참사 발생 이후 활주로를 보수한 이력은 없었다. 공사는 자료에서 "1월 7일 국토교통부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 합동 점검, 2월 10일 부산지방항공청 특별 점검 결과 활주로에서 특별히 파손된 부분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공항공사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직후 촬영한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사고 여객기 양쪽 날개에 달린 엔진 두 개가 바닥에 닿아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자국이 선명하다. 현재 이 흔적은 활주로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한국일보가 확보한 참사 직후 촬영된 활주로 사진을 보면 사고 여객기가 동체 착륙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땅에 닿은(터치다운) 지점으로 알려진 활주로 가운데에도 특별한 흔적은 없었다. 제주항공 여객기의 터치다운은 연장 공사로 총길이가 2,800m에서 2,500m로 줄어든 활주로의 중간인 1,200m 부근으로 추정됐다.

사진상으로 흔적이 확인되지 않아 실제 터치다운은 로컬라이저와 더 가까운 곳에서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로컬라이저와 가까운 활주로를 사고 직후 찍은 사진에는 사고 여객기 양쪽 날개에 달린 엔진 두 개가 노면에 닿아 생긴 것으로 보이는 검은색 자국이 선명하다.

사진에서 이 자국은 로컬라이저 부근까지 쭉 이어졌는데, 참사 100일을 이틀 앞둔 지난 5일 무안공항 지상 보안구역 로컬라이저 주변과 활주로 외곽 도로에서 망원렌즈와 육안으로 직접 살펴본 결과 활주로에 이렇다 할 흔적은 남아 있지 않았다. 무안공항 관계자는 "비가 오고 시간이 지나면서 (검은색 자국이) 지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고기가 바퀴 등을 포함한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에서 동체 착륙을 했는데도 활주로가 손상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전현직 기장들은 "비행기를 들어 올리는 양력이 마지막까지 살아있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총 비행시간이 1만8,000시간에 이르는 한 전직 기장은 "(사고) 4분 전부터 (블랙박스) 기록이 없었다는 것은 엔진 두 개가 다 꺼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인데, 이 경우 항공기를 활주로까지 최대한 끌고 오는 것이 최우선이 될 수밖에 없다"며 "양력을 유지하다 보니 터치다운 뒤에도 속도가 줄지 않았고 비행기 무게가 지면에 실리지 않았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고기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것에 대해 "고장 난 랜딩기어를 수동으로 내릴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을 수도 있지만 양력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저항이 큰 랜딩기어를 안 내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경력 30년의 또 다른 전직 기장은 "(사고기인) 보잉 737-800 기종은 랜딩기어가 없으면 엔진부터 바닥에 닿는 구조"라며 "꽝 하고 바닥에 닿으면 엔진이 폭발할 수 있어 부드럽게 내리는 데 집중하다 보니 감속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공항공사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직후 촬영한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중간 부분. 여객기가 동체 착륙을 한 지점으로 알려졌는데 활주로에는 손상된 곳이 보이지 않는다.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다만 사고기가 터치다운 후에도 기수(머리 부분)를 내리지 않고 들고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한다"고 다들 말을 아꼈다. 사조위가 1월 27일 공개한 예비보고서에 따르면 활주로를 2㎞가량 남겨둔 시점에 사고기의 속도는 시속 298㎞나 됐다. 손 의원은 "지난달 사고 현장을 직접 점검했지만 특별히 파손된 활주로 부분을 보지 못했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보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과 책임자 규명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잉 및 프랑스 엔진 제작사 등과 기체 정밀 분석을 진행하는 동시에 교신 내용 등을 통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는 사조위는 지난 2월 사고 조사에 1년에서 1년 6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경찰 수사도 큰 진척이 없다. 전남경찰청 수사본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 등 50여 명을 불러 조사했지만 형사 입건자는 없다"며 "사조위 조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 감식 결과가 나와야 의미 있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00일 추모제가 열린 5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한 유가족이 분향소에 헌화하는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무안=홍인기 기자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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