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멜로니, EU와 미국 간 상호 관세 철폐 제안할 것"
지난 1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만난 멜로니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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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오는 17일 미국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관세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는 이날 로마 키지궁 총리실에서 이탈리아 기업인들과 만나 "4월17일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며 당연히 이 문제(관세 문제)를 미국 대통령과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제안한 '상호 무관세'(zero-for-zero tariffs)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제안은 EU와 미국이 서로에 부과하는 관세를 철폐하자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멜로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EU에 부과된 20%의 상호 관세를 완화하도록 설득하는 것을 넘어 EU 전체를 대표해 상호 무관세 방안을 놓고 직접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도 이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멜로니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EU-미국 간 관세 철폐를 제안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멜로니 총리의 방미 계획을 알고 있으며 EU의 전체 통상 전략과 어긋나지 않도록 멜로니 총리와 지속적으로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멜로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을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부터 미국과 유럽 간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멜로니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관세 철회 등 실질적인 양보를 끌어낸다면 외교적 성과로 평가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구체적인 성과 없이 빈손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이탈리아에 미국과의 관세 문제는 경제적 타격을 줄이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지난해 이탈리아는 미국과의 무역에서 약 400억 유로(약 65조원)에 달하는 흑자를 달성했다. 이는 독일, 아일랜드에 이어 EU 내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다. 현재 이탈리아의 전체 수출 가운데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에 이른다.
멜로니 총리는 미국의 고율 관세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이미 배정된 EU 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EU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공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EU 기금을 최우선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약 140억 유로는 EU 코로나19 회복 기금을 통해, 추가로 110억 유로는 EU 지역 개발 기금에서, 70억 유로는 기후 변화 대응용 EU 기금에서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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