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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의 1060일 〈3〉 결정적 장면 (상)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3년 4월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의사당에서 미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정치 입문 9개월 만에 권력의 정점에 선 윤석열 전 대통령은 2년 11개월(1060일) 만에 물러났다. 가장 빨리 뜨고, 가장 빨리 진 벼락스타였다. 과거 한국 정치사에서 못 본 장면도 여럿 남겼다. 그 중 결정적 몇 장면의 비하인드를 전한다.

#영어 약한 윤, 연설문 통째 암기

2023년 4월 26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윤 전 대통령이 돈 맥클린의 ‘아메리칸 파이(American Pie)’를 불렀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열광하며 윤 전 대통령의 손을 잡는 사진은 최고 수준의 한·미 관계를 상징하는 모습으로 각인됐다. 당초 윤 전 대통령은 노래 부를 계획이 없었다. 만찬 직전 백악관이 돈 매클린이 사인한 기타를 선물로 마련했다는 말을 들었지만, 무대로 이끈 건 바이든의 즉흥적인 결정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국빈 방문 뒤 기자 간담회에서 “가사가 생각이 안 났으면 아주 망신당할 뻔했다”고 회고했다. 참모진 사이에선 “윤 전 대통령이 9수를 하며 했던 다양한 경험이 도움됐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윤 전 대통령의 미 의회 영어 연설도 화제였다. 윤 전 대통령은 만찬 다음날 미 의회를 찾아 40여분간 구한말 미국 선교사에서 시작해 6·25전쟁 영웅과 한·미 동맹의 미래로 이어지는 연설을 이어갔다. 61번의 박수갈채가 터졌다. 원래 윤 전 대통령은 영어에 강하지 않다. 하지만 이날 연설을 위해 며칠간 집무실에서 A4 용지 18쪽 연설문 전체를 달달 외웠다. “부끄럽지만 좀 도와달라”며 30대 외교관 김원집 행정관 등에게 도움을 요청해 문장과 발음을 다듬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영어 실력을 높이 산 다수의 해외 정상들이 통역 없이 말을 걸어와 윤 전 대통령을 당황하게 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다들 내 영어 실력을 너무 과대평가하더라”며 웃었다.

#이념이 가장 중요

하루 전 백악관 국빈만찬에선 팝송 ‘아메리칸 파이’를 불렀다. [연합뉴스]
2023년 8월 29일.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연찬회를 찾아 주먹을 쥐며 이렇게 말했다.

“국가가 정치적으로 지향해야 할 가치 중 제일 중요한 것이 이념이다.”

외교에선 형식과 의전도 내려놓고 국익과 실리를 추구했던 윤 전 대통령이지만 국내 정치에선 반대였다. 그 2주전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산주의, 전체주의를 맹종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조작 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한다”고 한 데 이어 이념 공세를 본격화했다. 육군사관학교 홍범도 흉상 철거 논란 등 역사 전쟁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였던 이철우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아버지인 이종찬 광복회장이 강하게 반발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 교수와도 멀어졌다.

이념 전쟁의 결과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였다. 그해 10월 열린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돼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던 김태우 전 구청장을 다시 공천했다. 윤 전 대통령이 대법원 선고 3개월 만에 사면을 해줘 가능했다. 하지만 민주당 진교훈 후보(현 강서구청장)에게 17%포인트 차이로 대패했다. 민심이 이념 전쟁에 채찍을 든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다시는 이념의 ‘이’자도 꺼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계엄 선포문을 보면 결과적으로 헛말이 됐지만 말이다.

※ 이 기사의 전문은 더중앙플러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비속어 썼으니" 참모들 제안…'바이든 날리면' 실상은 이랬다 ③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7066

"내가 있어 지금의 尹 있다고…김건희, 술자리 때마다 말해" ②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6699

총선 출구조사에 격노한 尹 "그럴 리 없어! 당장 방송 막아!" 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645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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