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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로 잿더미 된 주왕산 가보니
공원 전체의 30%인 3260㏊ 불타
지리산도 260ha… 아직 ‘죽음의 냄새’
공원 입구 달기약수터 상가 큰 피해
경북 청송 주왕산국립공원 인근 임야가 3일 새까맣게 탄 모습. 경북 의성에서 지난달 22일 발생한 산불이 25일 주왕산국립공원으로 번지면서 공원 3분의 1가량 면적이 피해를 입었다. 국립공원공단 제공

지난 7일 찾은 주왕산 국립공원 산불 현장은 ‘죽음의 냄새’에 짓눌려 있었다. 불이 꺼진 지 2주가 지났지만 숨을 쉴 때마다 묵직한 탄내가 폐 속으로 밀려 들어왔다. 눈에 닿는 나무들이 대부분 그을려 있었고 일부 산봉우리는 완전히 불타 윗부분이 비어 있는 흉한 모습이었다. 관광명소였던 국립공원 초입의 달기약수터는 처참했다. 특히 주변 상가 피해가 심했는데, 새까맣게 탄 건물들은 종잇장을 구긴 듯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다.

경북 청송군 너구마을에서 만난 권성환 이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물 뿌린 트럭을 타고 읍내로 달리는데 불터널을 지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절대 멈추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주왕산 국립공원 안에 있는 너구마을은 주민이 19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마을이다. 권 이장은 당시 주민들을 모두 대피시키고 마지막으로 마을을 빠져나왔다. 그는 “재난문자가 오고 한 시간 만에 마을 뒷산에서 불기둥이 치솟았다”며 “전기가 나가고 연기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아, 익숙한 길이 아니었다면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괴물 산불’은 국립공원에도 역대 최악의 상흔을 남겼다. 8일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주왕산 국립공원에서만 산림 3260㏊가 불탔다. 전체의 30%에 달하는 면적이다. 지리산 국립공원은 260㏊가 피해를 입었다. 공단 관계자는 “그간 전국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산불을 모두 더해도 이번 산불 피해가 더 크다”고 말했다.

산불 목격자들이 일관되게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과 ‘불덩어리’였다. 지난달 25일 저녁 주왕산 국립공원 내 최대풍속은 초속 25m로, ‘허리케인급’이었다는 게 공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불길이 번지는 속도도 빨랐지만, 불 붙은 나무와 낙엽들이 거대한 불덩어리가 되어 최대 수백m씩 날아가 국립공원 곳곳을 휩쓸었다는 것이다.

공단은 이날부터 국립공원 내 산불 피해상황에 대한 기초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인력을 따라 산길을 오르자 걸음마다 재와 뒤섞인 흙먼지가 날렸다. 산불 열기로 땅속 수분이 완전히 메마른 탓이다. 공단 측이 위성 분석을 진행한 결과 국립공원 내 산불 피해 면적 중 약 565ha가 ‘매우 심각’하거나 ‘심각’ 수준이다. 이 지역은 10년이 지나도 자연회복이 되지 않으면 인위적으로 복구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수종에 따른 피해 차이도 크다. 침엽수인 소나무는 뿌리부터 기둥까지 새까맣게 탔지만, 수분이 많은 활엽수는 겉보기에도 그을린 흔적이 적었다. 주왕산 국립공원의 수목 비율은 활엽수 61%, 침엽수 34% 수준이다.

기후위기로 대형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현재 국립공원공단이 소유하고 있는 산불 헬기는 30년된 노후 헬기 1대뿐이다. 김도헌 국립공원공단 경영기획이사는 “산불은 고지대 능선을 따라 번지는데, 화선을 초기에 진화하기 위해선 헬기 외에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임도는 마을이나 저지대 산불을 잡는 데에는 활용할 수 있지만, 경사가 가파르고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고지대 불길은 헬기로 진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 산불이 발생할 경우 최소 2~3대의 헬기가 투입돼야 한다. 김 이사는 “이번 산불 때에도 지리산을 진화하느라 주왕산에 헬기를 제때 투입하지 못했다”며 “국립공원 내 독립적 진화 체계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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