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난달 28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광장에서 열린 '2025년 제17회 노인일자리 채용 한마당'에서 60세 이상 고령 구직자들이 구인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임금을 깎지 않고 정년을 연장하면 청년층 일자리가 줄어들고 조기퇴직은 오히려 늘어난다는 한국은행의 진단이 나왔다. 일본처럼 임금 조정을 동반한 ‘퇴직 후 재고용’ 제도 강화를 한은은 대안으로 제시했다.

8일 한은 고용연구팀과 김대일 서울대 교수가 발간한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법정 정년이 60세로 올라간 이후 고령층(55~59세) 근로자가 1명 늘어날 때 청년층(23~27세) 근로자는 평균 1명(0.4~1.5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년층이 선호하는 ‘노조 있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임금근로자 기준으로 2016~2024년 고령층이 약 8만 명 늘어난 반면, 청년층은 약 11만 명 줄었다. 기업이 인건비 부담 등 때문에 신규 채용부터 줄인 영향이라고 한은은 풀이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정년 연장에 따른 고령층 고용 증가 효과가 줄었는데, 청년 일자리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임금근로자 기준 고령층의 고용률 증가 효과는 2016~2019년 2.3%포인트에서 2020~2024년 1.3%포인트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정년 연장이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6%에서 -6.4%로 오히려 확대됐다. 기업의 인사ㆍ노무 정책에 따라 10% 내외이던 조기퇴직 비율(55~70세 기준. 권고사직·명예퇴직·정리해고된 비율)도 정년 연장 이후 12% 수준으로 상승했다. 2013년 대비 2019년 평균 임금은 0.11% 감소했다.

하지만 늙어가는 한국을 방치할 순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노동 공급 규모가 향후 10년간 141만 명(6.4%) 감소할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을 3.3%(연 0.33%)나 낮추는 요인이다. 인구 감소가 평균 잠재성장률(연 1.6%)의 약 5분의 1을 갉아먹는 격이다. 은퇴 후 소득 공백은 노인 빈곤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차준홍 기자

한은이 제시한 대안은 정년 연장이 아닌 퇴직 후 재고용 제도 활성화다. 새로운 근로계약을 통해 직무와 성과에 기반한 임금체계로 개편하고, 근무시간 등 근로 조건도 유연하게 조정해서 계속근로를 장려하는 방식이다. 일본은 ‘고령자 고용의 안정 등에 관한 법률’을 통해 기업에 65세까지 고용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임금체계는 노사가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재고용 시 평균 약 40%의 임금 삭감이 이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60세 퇴직 후 65세까지 재고용되는 비율이 2034년까지 50~70% 수준으로 높아진다면 임금근로자 수는 39만~61만 명 늘어나는 것으로 한은은 추산했다. 그 결과 0.9~1.4%포인트의 경제성장률 제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인구 감소로 인한 향후 10년간 GDP 하락분(3.3%) 3분의 1 정도는 방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노후 빈곤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한은 시뮬레이션 결과 60세 이후에도 기존 임금의 60% 수준만 받고 계속 일한다면, 64세까지 매월 238만원을 벌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노인 일자리 종사자(59만원)보다 179만원 많다. 국민연금 납입 기간이 늘면서 65세 이후 받는 연금소득도 월 14만원 증가한다. 85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추가소득과 연금소득 증가분을 다 합친 ‘노후소득’이 1억4000만원으로, 노인 일자리 종사자보다 1억1000만원 많다.

오삼일 한은 고용연구팀장은 “퇴직 후 재고용을 단기간 내 법적으로 의무화하려고 하면 노조 교섭력 강화 등으로 10년 전의 부작용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며 “초기에는 유인체계를 통해 자율적으로 재고용 제도의 확산을 유도하고 이후 점진적으로 기업에 재고용 의무를 부과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136 미 재무 “한국과 다음주 협상…먼저 합의하면 유리” 압박 랭크뉴스 2025.04.15
44135 서울에 땅꺼짐 주범 '노후 하수관' 55%... 30%는 50년 넘은 '초고령' 랭크뉴스 2025.04.15
44134 용인 아파트서 일가족 추정 5명 숨진 채 발견... 경찰, 50대 용의자 검거 랭크뉴스 2025.04.15
44133 방언 터진 김문수 “박정희 땐 누가 죽진 않았잖아…광화문에 동상 세워야” 랭크뉴스 2025.04.15
44132 경찰, '남양주 초등생 뺑소니' 50대 남성 음주 운전 정황 포착 랭크뉴스 2025.04.15
44131 ‘관세 주도’ 미국 재무장관 “한국도 다음주 협상…이득은 타결순” 랭크뉴스 2025.04.15
44130 '불출석 패소' 권경애 "기사화했으니 각서 무효"‥유족 측 "조건 없었다" 랭크뉴스 2025.04.15
44129 용인 아파트서 일가족 추정 5명 살해 혐의 50대 검거 랭크뉴스 2025.04.15
44128 박지원 “한덕수, 온실 속 난초같이 자란 사람…땜빵 주자 될 듯” 랭크뉴스 2025.04.15
44127 [속보] 트럼프2기 美전략폭격기 한반도 두번째 전개…한미 연합공중훈련 랭크뉴스 2025.04.15
44126 '일가족 추정 5명 살해 혐의' 50대 남성 검거‥남성의 누나가 119 신고 랭크뉴스 2025.04.15
44125 음주운전 현장서 피의자 대신 동료 팔 꺾은 경찰관 고소당해 랭크뉴스 2025.04.15
44124 용인 아파트서 '일가족 5명 살해' 혐의 50대男 검거 랭크뉴스 2025.04.15
44123 "외국인이 몰래 음식물 내다 버려" 악취 진동하는 이 동네, 뭔일 랭크뉴스 2025.04.15
44122 국힘 주자들, 저마다 '반명 빅텐트'…각론서 주도권 신경전 랭크뉴스 2025.04.15
44121 100번째 신통기획 주인공은 '둘리' 배경 쌍문동…1900세대 탈바꿈[집슐랭] 랭크뉴스 2025.04.15
44120 '시신 지문으로 대출'... 김천 오피스텔 살인범 양정렬, 1심서 무기징역 랭크뉴스 2025.04.15
44119 용인 아파트서 일가족 추정 5명 '타살' 정황…50대 용의자 검거 랭크뉴스 2025.04.15
44118 지라시에 떠는 다주택자…탄핵 이후 부동산 향방은?[비즈니스 포커스] 랭크뉴스 2025.04.15
44117 이륙 직전 항공기에서 승객이 비상구 열어 ‘아찔’ 랭크뉴스 2025.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