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8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회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8일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2인을 지명하자 법조계에서는 “위헌적 월권행위이자 헌법 파괴”라고 평가했다. 헌법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가 명확히 나와 있지 않은 것을 이용해 한 권한대행이 법 체계 전반을 뒤흔들었다는 것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적으로 근거가 없는 행위인데, 그렇다고 실질적으로 한 권한대행의 지명권 행사를 막을 방법도 마땅치 않다”고 우려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선 지난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임명 건과는 완전히 다른 경우라고 지적한다. 마 후보자는 ‘국회 선출 몫 재판관’ 후보자다. 대통령 몫 재판관 ‘지명’ 행위는 선출직인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으로, 스스로 임명직에 불과한 권한대행이 할 수 없다는 게 그간 헌법학계의 통설이었다.

고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는 책 <헌법학신론>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에 대해 “잠정적인 현상 유지에만 국한되고, 정책의 전환, 대대적인 인사 변동과 같이 현상 유지를 벗어나는 직무는 대행할 수 없다고 해야 할 것”이라고 썼다.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국무총리나 국무위원 등에게 민주적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이었던 성낙인 서울대 전 총장도 <헌법학>에서 “헌재소장과 헌법재판관,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의 임명과 같이 사법권 구성에 관한 권한은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 밖이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두 달짜리 권한대행이 6년 임기 재판관 ‘알박기’…매우 문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8일 국무회의에서 18이 퇴임하는 문형배.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헌법재판관 후보로 지명된 이완규 법제처장이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후 청사를 나서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과거 전례를 봐도 대통령 권한대행에게는 형식적 임명 절차의 권한만 있다”고 말했다. 2017년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파면 기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이선애 전 재판관을 임명했으나, 이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명한 후보자였다. 당시 박한철 헌재소장도 퇴임했으나 대통령 몫이라 황 전 총리가 후임을 지명하지 못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에 권한대행의 권한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허점을 노린 꼼수”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한 권한대행은 마 후보자를 석 달 넘게 임명하지 않으면서 헌재 구성권을 침해하더니, 대통령 몫 재판관에 대해서도 임의로 법을 해석해 대통령의 실질적 권한까지 행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마 후보자 미임명과 관련해 최상목 부총리를 직무유기로 고발한 김남주 변호사는 “만약 헌재가 대통령 탄핵심판의 심리 정족수도 채우지 못할 정도로 긴급한 상황이라면 권한대행이라도 권한을 한정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당장 두 달 안에 새 대통령이 선출될 예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재판관을 지명하는 건 자신이 대통령을 대신하겠다는 건데, 겨우 두 달짜리 권한대행이 6년 임기의 재판관을 ‘알박기’하는 건 매우 문제가 있다”며 “헌법 수호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대통령 몫 재판관은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 국회가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송부하지 않아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기 때문에 한 권한대행이 지명 의사를 밀고 나간다면 논란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권한쟁의 심판 및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률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법조계에선 “법적 효력이 있을지는 알 수 없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사안에서 국회의 권한이 침해된 것은 없기 때문에 권한쟁의 심판은 청구해도 각하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한 권한대행 스스로 지명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909 이재명 캠프 “李 타임지 100인 선정, 국가 지켜낸 국민 저력 덕분” 랭크뉴스 2025.04.17
44908 [단독] 신세계센트럴 역세권 활성화 사업 놓고 감사원에 서울시 공익감사 청구 랭크뉴스 2025.04.17
44907 음주운전·불법숙박업 혐의 문다혜씨 오늘 1심 선고 랭크뉴스 2025.04.17
44906 “한화, 삼성 다 막혔는데 여긴 왜?” 이재명 테마株 속전속결 유증심사 통과 논란 랭크뉴스 2025.04.17
44905 파월 "관세로 물가 오르고 성장 둔화…정책목표 달성 힘들 수도" 랭크뉴스 2025.04.17
44904 대전협 박단 “결국 정부가 해결해야···필수의료 동료들 돌아갈 환경 조성이 중요” 랭크뉴스 2025.04.17
44903 불출마 뒤 몸값 뛰는 오세훈… 국힘 경선 주자들 문전성시 랭크뉴스 2025.04.17
44902 국가성평등지수 65.4점…양성평등의식 약화에 첫 '후퇴' 랭크뉴스 2025.04.17
44901 윤석열 11%? 40%? 여론조사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제대로 보는 법 총정리 랭크뉴스 2025.04.17
44900 "반수 제한" 초강수 전국 로스쿨…'두자릿수 성장' 사교육은 급팽창 랭크뉴스 2025.04.17
44899 [단독] 인구 비슷한 TK와 호남, 경선 반영은 3배 차이... 국민의힘 여론조사 왜곡? 랭크뉴스 2025.04.17
44898 처자식 죽이고도 집유? 살인피해자의 31%인데 가중처벌 없다 랭크뉴스 2025.04.17
44897 홈플러스·발란·JDX 다음은 누구…기업들 돈줄이 말라붙었다 [돈줄 가뭄] 랭크뉴스 2025.04.17
44896 [이슈 In] '11年 담배소송' 항소심 내달 마지막 변론…누구 손 들어줄까 랭크뉴스 2025.04.17
44895 수업 도중 “싱싱할 때 애 낳아라”…서울시교육청, 성희롱 교사 징계 요구 랭크뉴스 2025.04.17
44894 [오늘의 운세] 4월 17일 목요일 랭크뉴스 2025.04.17
44893 이준석 "계엄 옹호세력과 빅텐트? 이재명 막는데 비효율" [대선주자 릴레이 인터뷰②] 랭크뉴스 2025.04.17
44892 '돈세탁 실형' 페루 前대통령 부인 망명…도피 논란 랭크뉴스 2025.04.17
44891 트럼프, 일본과 관세·방위비 패키지딜 시사…내주 한국에도 꺼내나 랭크뉴스 2025.04.17
44890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 오늘 발표…증원 前 '3천58명' 유력 랭크뉴스 2025.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