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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다 딸과 말다툼 후 강아지 죽여
분노한 딸, 흉기로 친부 왼쪽 가슴 찔러
法 "우발 범행·피해자 '선처 요청' 고려"
인천지법 청사 입구의 안내판. 한국일보 자료사진


반려견을 죽인 아버지를 경찰관이 보는 앞에서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20대 딸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8일 법원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 김기풍)는 지난 4일 존속살해미수 혐의로 기소된 A(24·여)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10일 오전 3시쯤 인천 소재 거주지에서 친부 B(57)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발단은 이 사건 발생 전날 부녀 간 다툼이었다. 작년 12월 9일 저녁 무렵 A씨는 거주지 인근 노래방에서 아버지 B씨, 그리고 B씨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B씨와 말싸움을 하게 됐다. B씨는 집으로 먼저 귀가했고, A씨가 기르던 강아지 한 마리를 창문 밖으로 내던져 죽였다.

A씨는 귀가 후 창문 밖에 숨져 있던 강아지를 발견, 이에 격분해 아버지를 살해하기로 결심했다. 주방으로 가서 흉기를 찾다가 남동생의 제지로 실패하자 B씨를 주먹으로 폭행했다. 이를 목격한 남동생은 아버지 B씨를 현관문 밖으로 일단 피신시켰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이후 경찰관들과 함께 B씨가 집으로 들어오자, A씨는 피우던 담배를 B씨에게 던진 뒤 B씨 왼쪽 가슴 부위를 흉기로 찔렀다. 남동생과 경찰관들이 흉기를 빼앗는 바람에 A씨의 공격은 B씨에게 혈심낭을 동반한 심장 손상을 가하는 데 그쳤다. B씨는 심장 부위 봉합 수술을 받았고,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재판부는 "범행이 미수에 그쳤지만, 과거 대장암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피해자(B씨)는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다"고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다만 "피해자가 범행을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가해자는) 평소 소중하게 기르던 강아지가 죽은 사실에 분노해 우발적으로 범행했고, 피해자도 '딸을 선처해 달라'고 탄원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감형 사유를 설명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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