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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판사 시절 일화도 화제
엑스(X·옛 트위터) 갈무리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요지를 낭독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말과 행적이 ‘문형배 어록’으로 온라인상에서 화제다. 그의 과거를 파헤치며 ‘파묘’한 누리꾼들은 ‘파면 팔수록 험한 것’이 아니라 웃음만 나온다며 그의 어록을 공유하고 있다.

“대선으로 심각한 상황에서 이런 말 하는 게 어떨지 모르겠지만, 롯데 자이언츠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안타까운 마음에 내일 사직구장에 가서 응원할 생각이다. 잘할 때 응원하는 거 누군들 못 하겠나, 못할 때 응원하는 사람이 바로 진정한 팬이다.”
문 권한대행이 2012년 9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은 응원하는 야구팀의 승리에 웃고 우는 ‘평균인’의 삶을 잘 보여준다. 그는 앞서 2010년 3월 “부산에서 롯데 자이언츠 야구선수는 연예인과 다름없다. 늘 응원석을 채워준다. 그럼 인간적으로 우승은 팬이 아니라 선수들이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열혈 팬임을 밝혔다. 이를 두고 한 누리꾼은 “이분이 시구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농담과 야구로 가득찬 하루가 돌아왔다. 기쁘다”고 적었다. 인생이든 일이든 응원팀이든 “못할 때 응원하는 사람” 입장에 놓인 이들은 “물개박수를 치고 간다”고 공감하기도 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권한대행이 과거 재판에서 한 말들도 화제다. 그가 창원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있던 2007년 카드빚을 비관해 자신이 묵고 있던 여관에 불을 질렀다가 구속된 백아무개씨에게 “‘자살’이라는 단어를 10번 외워 보라”고 한 일화가 대표적이다. 백씨가 “자살자살자살자살자살…”을 되풀이하자 문 권한대행은 “피고인이 읊은 ‘자살’이 우리에게는 ‘살자’로 들린다. 죽어야 할 이유를 살아야 할 이유로 새롭게 고쳐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당시 문 권한대행은 피고인에게 책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를 선물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일화를 접한 백종우 경희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8일 “가슴 따뜻한 판사가 문형배 판사였고, 어른 김장하 선생님에 대한 보답을 사회에 갚고자 하는 삶의 한 부분이었다니, 이렇게 삶은 연결되는 것”이라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밖에도 문 권한대행은 재판 과정에서 어릴 때 헤어진 생모를 만난 20대에게 책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을 선물하는 등 어려운 처지의 피고인들에게 인간적 관심을 기울인 판사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문 권한대행은 스스로 ‘평균인의 삶’을 다짐하기도 했다. 2019년 4월9일 국회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 당시 그의 재산은 6억7545만원으로 신고됐고, “너무 적은 거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문 권한대행은 “제가 결혼할 때 다짐한 게 있다. 평균인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최근 통계에서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재산이 한 3억원 남짓 되는 거로 아는데 제 재산은 (아버지 재산을 제외하면) 4억원이 조금 못 된다”라고 답했다. 그는 “평균 재산을 좀 넘긴 거 같아 반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평범한 일상에 울고 웃는 우리 사회 평균인임을 방증하듯, 문 권한대행의 에스엔에스 프로필에는 ‘테니스, 롯데자이언츠 우승, 유퀴즈, 유재석’이라고 적혀 있었다. 다만 지금은 해당 프로필이 확인되지는 않는다.

티스토리(tistory) 블로그 갈무리

문 권한대행이 독서일기, 생활법률 등을 담아 최근까지 20년 가까이 운영한 블로그 ‘착한 사람들을 위한 법 이야기’도 ‘파묘’의 화수분이 되었다. 블로그의 마지막 글은 2024년 12월에 올라왔다. 여기엔 독서광으로 알려진 그의 다양한 독후감이 실렸다.

김장하 선생에 대한 존경을 표한 독서일기도 있다. 김주완 전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이 쓴 ‘줬으면 그만이지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 취재기’를 읽고 쓴 글이다. 그는 “저자가 2015년부터 김장하 선생을 취재해 온 내용을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김장하 선생을 ‘이 시대의 강상호 선생’이라는 말로 요약한다”며 “호의호식할 수 있는 부자임에도 자신의 재산을 털어 세상의 가장 천대받는 사람들 편에서 평등과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앞장섰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닮았다는 이유에서다”라고 요약했다. 강상호 선생은 경남 진주의 천석지기 양반가 출신으로 일제강점기 사회적 차별을 받던 백정의 인권 신장을 위한 ‘형평운동’에 헌신했다.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김장하 선생과 인연을 말하는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어른 김장하’ 갈무리

문 권한대행은 고등학교 2학년부터 사법시험에 합격한 대학교 4학년까지 ‘김장하 장학생’이어서 이 글은 더욱 의미가 있다. 2023년 나온 문화방송(MBC)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에서 그는 “제가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인사하러 간 자리에서 선생은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닌 이 사회에 갚아라’ 하였고, 그 말씀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 존경을 표했다.

평생을 약자를 도우며 살아온 김장하 선생의 인생을 담은 책에 대해 그는 “기억되는 것은 이어지고 잊혀진 것은 사라진다. 기억되어야 할 것이 사라지고 잊혀져야 할 것이 이어질 때 역사는 후퇴한다. 역사는 저절로 발전하는 법이 없다”며 “선생의 발자취가 기억되어 이어질 때 제자들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릴 힘을 얻게 된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고 썼다.

그의 블로그 카테고리 23개 가운데 12개가 ‘독서일기’일 만큼 그는 ‘독서광’으로 알려졌다. 인문, 역사, 희곡 등 각 카테고리에 수십, 수백권의 책에 대한 리뷰가 올라와 있을 정도다. 다양한 관심사를 보여주는 독서일기에는 지난한 역사와 다양한 소수자에 대한 관심이 스며 있다.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를 화두로 삼은 ‘소년이 온다’(한강)에 대한 독서일기도 있다. 2018년 9월13일 쓴 이 책에 대한 감상에는 “1986년 대학 4학년 때 광주 망월동 묘지를 찾았다. 광주에 도착하였지만 망월동 묘지 가는 길을 물을 수가 없었다. 망월동 묘지 가는 길을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광주 시민에게 상처가 될까 봐서. 마침 대학 동기를 만나서 길을 안내받고 묘지를 찾았다. 처연하였다. 2년 뒤 망월동 묘지를 다시 찾았지만 여전히 처연하였다”고 적혀 있다.

또 박경석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말하고 정창조가 쓴 ‘출근길 지하철 : 닫힌 문 앞에서 외친 사람들’, 성소수자의 삶과 사랑을 다룬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 등에 대한 독서일기에선 소수자에 대한 관심도 보인다.

단호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22분 동안 이어진 파면 선고 요지 낭독을 통해 문 권한대행을 처음 알게 된 누리꾼들은 그의 ‘깨알’ 행적들을 공유하며 “하다 하다 헌법재판관을 덕질하게 될 줄이야”, “문형배 법관의 영상을 보면서 아침부터 울었다”, “역시 김장하 키즈! 선순환은 이런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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