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석 달 넘게 임명을 미뤄오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면서, 퇴임을 앞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후임자까지 지명해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후임자 지명이라는 적극적 권한 행사의 자격이 있냐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지명된 후임자도 논란이 제기된 인물이어서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오늘 입장문을 통해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열흘 뒤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했다"고 밝혔습니다.
갑작스럽게 후임자까지 지명한 배경에 대해 한 대행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과, 경찰청장 탄핵심판 역시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극심한 논란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당장 권한대행의 자격으로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이라는 적극적인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냐는 지적이 나오는데, 한 대행 스스로 '이는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한덕수/대통령 권한대행 (작년 12월 26일)]
"불가피한 비상사태가 벌어지지 않는 한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 행사를 자제하고 안정된 국정 운영에만 전념하라는 우리 헌정질서의 또 다른 기본 원칙마저 훼손될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후보자로 지명된 이완규 법제처장은 검사 출신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이며, 비상계엄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4일 박성재 법무장관 등과 대통령 안가에 모인 4인방 중 한 명입니다.
계엄 관련 후속 조치 등을 논의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내란 관련 혐의로 고발까지 된 인물입니다.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기습적인 한 대행의 인사권 행사로 정치적 후폭풍이 거세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야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