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여론조사 방식이나 ‘역선택 방지’ 등 변수도
국민의힘의 대선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지난달 19일 인천 인천대에서 ‘민주를 넘어 공화로 : 헌법과 정치’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여러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대선 주자로 유승민 전 의원의 지지율이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이나 보수층에서는 반탄(탄핵 반대)파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나 홍준표 대구시장 등 주자들에 비해 지지세가 약하다. 그러나 중도·진보와 다른 당 지지층에서는 다른 후보들보다 우세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유 전 의원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당원들 마음을 잡는 게 관건이라는 관측이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뉴스1 의뢰로 지난 6~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유 전 의원은 15%를 얻어 김 장관(16%)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앞서 갤럽이 서울경제 의뢰로 4~5일 실시한 조사에서 유 전 의원은 19%로 김 장관(15%), 홍 시장(13%), 한 전 대표(11%)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었다. 유 전 의원은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이전 다자 대결 조사에서는 줄곧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렀었다.
다만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좁히면 유 전 의원의 지지도는 두 조사에서 모두 4%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당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유 전 의원에 대해 ‘배신자 프레임’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상대로 한 본선 경쟁력을 고려하면 확장성이 있는 유 전 의원을 배척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뉴스1 의뢰 조사에서 유 전 의원은 이 대표와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무당층으로부터 35%를 얻어 25% 득표에 그친 이 대표를 10% 포인트 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 전 의원의 바람이 실제 국민의힘 경선에서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8일 통화에서 “보통 유 전 의원 지지도는 정치 고관여층이 선호하는 자동응답전화(ARS) 조사보다 전화면접 조사에서 잘 나오는 편”이라며 “국민의힘이 경선 여론조사를 전화면접 방식으로 할 경우 유 전 의원이 1차 컷오프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20대 대선 1차 경선에서는 전화면접 방식을 채택했다.
국민의힘이 경선 여론조사에서 다른 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을 배제할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을지도 변수다. 서울경제 의뢰 조사에서 유 전 의원은 개혁신당(58%), 조국혁신당(50%), 민주당(31%) 지지층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았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으로부터는 3% 지지도를 받는 데 그쳤다. 역선택 방지 조항이 포함될 경우 유 전 의원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여부는 비상대책위원회 결정 사항”이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