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메타 등 빅테크 통한 수익은 상호관세율 산정 때 고려 안 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미국의 상호관세가 자의적 기준으로 부과됐다는 사실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그중 하나는 미국이 상호관세의 세율을 산정할 때 자국이 흑자를 보는 ‘서비스 무역’은 쏙 빼버린 점이다. 구글과 메타, 넷플릭스와 같은 주요 빅테크 기업 등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상호관세율 산정 때 고려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미국은 무역수지를 산출할 때 상품과 서비스 수출입을 함께 고려한다. 하지만 상호관세 세율을 정할 땐 상품 무역만 반영됐다. 미국은 지난해 한국과의 교역에서도 상품 쪽에선 662억달러 적자를 봤지만, 서비스 쪽에선 107억달러 흑자를 냈다. 상호관세 세율을 산정할 때 서비스 무역이 포함됐다면 한국의 관세율은 25%가 아닌 19%로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미국 대부분 국가에서 ‘서비스 무역’ 흑자
7일 미국 상무부 자료를 보면, 미국의 지난해 총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는 9178억달러 적자다. 그러나 상품과 서비스 무역의 양상이 다르다. 미국은 상품 수출입 쪽에선 1조2130억달러 적자를 봤지만, 서비스 수출입 쪽에선 2952억달러 흑자를 냈다. 상품 교역 쪽의 적자 규모가 큰 탓에 전체 무역수지도 적자를 나타냈다.
미국은 서비스 산업 강국이다. 상품과 달리 서비스 무역 쪽에서는 우리나라는 물론 대부분 국가에서 흑자를 내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2952억달러), 유럽연합(-2367억달러), 캐나다(-706억달러) 등에서 상품 무역으로는 큰 적자를 봤지만, 서비스 무역에선 이들 나라에서 모두 흑자를 냈다. 중국에서는 318억달러, 유럽연합에서는 756억달러, 캐나다에서는 349억달러 흑자를 각각 거뒀다.
미국 기업인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넷플릭스 등이 전세계에서 벌어들이는 구독료, 수수료, 광고 수입금, 저작권 사용료 등은 모두 서비스 무역에 해당된다. 골드만삭스 등 미국 금융회사가 국외 지점에서 거두는 수익 또한 서비스 무역이다. 여기에 미국 관광, 미국 유학 등도 서비스 무역으로 집계된다.
지난 2일(현지시각) 발표된 미국의 상호관세에는 이런 서비스 무역 흑자는 쏙 빠졌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누리집에 공개한 계산식을 보면, 상호관세율은 교역국에 대한 무역수지를 수입액(교역국의 수출액)으로 나눈 값에 100을 곱한 뒤 ‘절반’을 한 수치다. 이때 ‘무역수지’와 ‘수입액’에는 상품 수출입만 반영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한겨레에 “미국 무역수지는 상품과 서비스를 함께 집계하는데, 상호관세 계산식엔 자국에 유리한 상품 수출입만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이 상호관세 세율을 정할 때 서비스까지 포함한 전체 무역수지를 반영했다면 각국 관세율은 지금보다 낮아진다. 한겨레가 분석해본 결과, 한국의 상호관세율도 25%에서 19%로 낮아진다.
■ 각국, 미국 서비스 분야 보복?
서비스 무역은 실물이 없는 수출입인 까닭에 관세를 부과하기 어렵다. 미국이 상호관세 계산 때 이를 고려했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율을 정할 때 각국의 플랫폼 규제 등 비관세 장벽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비스 무역과 관련된 발언을 해놓고 상품 교역만 계산식에 반영한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조처다. 한 예로 미 정부는 넷플릭스 등 미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의 망사용료 문제를 비관세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는데, 한국 정부가 이를 수용하더라도 상호관세율은 낮아지지 않는다. 망사용료는 서비스 무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자의적 상호관세율은 되레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미국 주장대로면 서비스 무역 적자를 겪고 있는 전세계가 미국을 향해 똑같이 상호관세를 매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5일 “미국 서비스 무역 흑자에 동일한 방법론(미국 상호관세 계산식)을 적용하면, (미국을 향해) 각국은 평균 19%의 상호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코노미스트의 접근법으로 한겨레가 계산한 결과, 우리나라도 미국 서비스 무역 흑자와 관련해 20%의 상호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물론 서비스 무역은 관세 부과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미국 기업을 향한 규제 강화 등의 보복 조처를 각국이 할 수 있다. 미 매체 폴리티코는 “유럽연합이 구글, 제이피모건 등 미국 서비스 부문을 표적으로 하는 보복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기업을 향한 디지털세 부과, 사업 제한 등의 조처가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