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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공공택지 3곳 가 보니
곳곳에서 착공·이주 '잡음'
사업장 49곳 줄줄이 사업 지연
최대 66개월 늘어난 곳도
경기 성남시 성남복정1 공공주택지구 C4BL(블록)이 6일 텅 비어 있다. 이 사업장과 인근 C5블록에는 당초 지난달까지 행복주택 700호가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최근 사업 기간이 2030년까지 연장됐다. 김민호 기자


서울 턱밑 성남복정1 공공주택지구 C4·C5BL(블록). 서울지하철 8호선 남위례역과 맞붙은 금싸라기 땅이지만 6일 찾아간 현장에는 검붉은 맨땅만 보였다. 공공주택건설 사업계획상 지난달에는 준공해야 했던 행복주택 708호는 흔적이 없다. 계획 승인 후 3년이 지났지만 사업은 아직도 거북이걸음이다. 정부는 두 사업장의 사업 기간을 2030년 3월까지 60개월 연장한다고 지난주 고시했다.

3기 신도시 등 줄줄이 사업 기간 연장



수도권 공공주택 건설 사업 기간이 고무줄처럼 늘어지고 있다. 착공도 못 한 사업장이 수두룩하다.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아파트 공급이 충분하다고 강조하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안에서는 정부가 무리한 목표를 제시했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사업 기간을 단축하느라 부실 공사까지 우려하는 상황이다.

준공·입주가 당초 계획보다 미뤄진 수도권 공공주택은 서류상 물량만 2만 호가 넘는다.
본보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달 7일까지 국토부가 고시한 공공주택건설 사업계획 변경 내역을 조사한 결과, 2만8,197호의 사업 기간이 직전 고시 기간보다 평균 20개월 늘었다.
사업 기간이 66개월 늘어난 사업장도 있다. 사업 기간은 통상 입주 개시를 포함한다.

사업 기간이 변경된 사업장은 50곳으로 이 가운데 49곳의 사업 기간이 늘었다. 연장 기간별 사업장 수는 1년 미만(17곳)이 가장 많았지만 1년 이상~2년 미만도 16곳에 달했다. 이어 2년 이상~3년 미만 8곳, 5년 이상 5곳, 3년 이상~4년 미만 2곳 순이었다. 4년 이상 연장된 곳도 있다.
고양창릉·부천대장·하남교산 등 3기 신도시 공공주택지구 사업장 6곳도 사업 기간이 최장 18개월 늘었다.


사업계획이 여러 차레 변경된 전례가 흔해 사업 기간이 재연장될 수도 있다. LH는 업무 관행상 사업계획 변경 승인을 연말, 연초에 쏟아낸다. LH는 지난해 사업승인과 착공을 함께 추진해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실제 이번 집계의 절반 정도(24건)가 지난해 12월 말에 고시됐다. 국토부는 그달에 공공주택건설 사업계획 변경·승인·취소 184건을 고시했다.
30, 31일 이틀간만 109건이다. 이는 통상 정부의 연도별 주택 공급 실적에 포함된다.

이달 초 찾아간 경기 남양주시 남양주진접2 공공주택지구에 야생동물이 나타났다. 김민호 기자


이달 초 찾아간 남양주진접2 공공주택지구. 이곳 공공주택 사업장 10곳 중 5곳은 아직 착공 시기를 정하지 못했다. 김민호 기자


"정부가 무리하게 주택 공급 가속"



사업계획 승인 뒤 착공도 한참 미뤄질 수 있다. LH와 시공사가 약속한 계약상 착공일은 서류상 숫자에 불과하다. 본보가 경기 남양주진접2 공공주택지구를 방문한 결과, 착공했다는 사업장에 트럭 한두 대가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 공공주택 사업장 10곳 중 5곳이 이미 계약 착공 시기가 지났다. 4곳은 지난해 12월, 1곳은 지난달 착공할 예정이었다. A-1블록과 A-4블록의 공정률은 지난달 기준 0%다.
나머지 5곳은 아직 착공 시기도 못 정했다. 민간 매각용 택지 9곳 중 6곳은 팔리지도 않았다.

현장에서는 정부가 주택 공급 가속 페달을 너무 세게 밟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집값을 잡으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달성 가능한 목표를 제시하라는 얘기다.
LH 내부에는 부족한 인력을 짜내 정부 시책을 따르느라 퇴사자가 줄을 잇는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LH 관계자는 “업무 절차상 계약 착공 뒤 실착공까지 시간이 걸린다”면서도 “올해 이 지구에서만 5개 현장을 동시에 착공하니 품질이 괜찮을지 불안한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6일 경기 하남시 하남교산 공공주택지구에서 만난 지역 건자재 업체 관계자가 당국이 '선 이주, 후 착공'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하남교산 공공주택지구는 이주가 상당 부분 진행됐지만 아직 터전을 떠나지 못한 건자재 업체가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아파트 짓다 민생 흔들 판



무리한 사업 기간 단축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6일 경기 하남교산 공공주택지구에서는 당국이 이주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아파트 건설을 서두른다고 하소연하는 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주민 이주가 상당 부분 진행돼 곳곳에 쓰레기가 나뒹굴었다.

특히 지역 업체들은 공공이 ‘선 이주, 후 착공’ 약속을 어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업장에서 철재를 자르던 고모(46세)씨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주변 업체들에 ‘안 나가면 명도를 진행하겠다’고 전화를 돌려 벌써 많이들 떠났다"며 “기업을 이전할 곳부터 만들고 택지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제는 죄송하다고만 한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사 전후 발생할 영업 공백도 문제다. 특히 현 거래처를 타지에서 유지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인근 철강 업체 대표는
“이미 발주받은 양을 소화하려면 최소 상반기까지는 이주 못하는데 어떡하란 말이냐"며 "
아파트가 아무리 중요해도 상식적으로, 순리대로 일을 진행해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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