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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의 공포’가 아시아 금융시장을 엄습했다. 7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추락했다. 트럼프(Trump) 정부의 관세(Tariffs) 정책이 불러온 후폭풍이다. 미국 달러 대비 원화 가격은 하루 만에 30원 넘게 내렸다. 5년여 만에 최대 낙폭이다.

이날 코스피는 5.57% 하락한 2328.20으로 마감했다. 낙폭은 지난해 8월 이후 최대로 2300선도 위태로운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코스닥 지수도 5.25% 미끄러졌다. 이날 일본 닛케이 지수는 7.83% 떨어지며 3만1136으로 거래를 마쳤다. 역대 세 번째 큰 하락 폭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아시아 증시가 피바다를 이뤘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떨어트린 관세 폭탄은 금융시장을 ‘블랙먼데이’로 몰아넣었다. 전 세계가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공포가 자산시장에 짙게 드리웠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 정부의) 공격적인 관세 부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주식 등 위험자산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과도한 낙폭으로 인해 한국과 일본은 나란히 주식시장에 긴급 제동을 걸어야 할 정도였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프로그램 매매 매도 호가의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일본 오사카거래소도 닛케이 선물 매매를 중단시키는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했다.

대만 자취안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9.7% 하락하면서 거래를 마쳤다. 하루 낙폭으로 사상 최대다. 지수도 지난해 3월 이후 최저다. 대만 증시는 지난 3~4일 연휴로 휴장한 탓에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을 뒤늦게 받았다.

대만 증시 시가총액 1위 종목인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 주가도 9.98% 내리며 하한가를 기록했다. TSMC가 하한가를 기록한 건 약 12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 상하이(-7.34%), 홍콩(-13.22%) 증시도 얼어붙었다. 홍콩 항셍지수의 하락률은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이후 최대였다.

유럽 증시도 이날 급락세로 출발했다. 범유럽 주가 지수인 스톡스600은 전 거래일보다 6% 내리면서 출발했다. 프랑스 CAC40과 영국 FTSE100 지수도 6%가량 추락했다. 독일 닥스(DAX) 지수는 장 초반 하락 폭이 10%에 육박했다. 미국 증시 또한 큰 폭으로 하락하며 출발했다. 나스닥 지수는 장 초반 전 거래일보다 4% 넘게 하락했다. 한때 ‘90일간 관세 유예’ 보도를 백악관이 가짜뉴스라고 부인하며, 반짝 반등했던 유럽과 미국 증시가 다시 떨어졌다.



반도체주도 휘청TSMC 하한가, 하이닉스 9.6% 급락
미국발 상호관세 충격으로 7일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137.22포인트(5.57%) 내린 2328.20으로 마감했다.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이날 종가가 표시돼 있다. 전민규 기자
국내 주요 기업 주가도 타격을 입었다. 이날 시총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5.17%와 9.55% 하락했다. 현대차(-6.62%), 기아(-5.69%) 등 자동차주는 물론 조선주, 방산주 가격도 나란히 큰 폭으로 내렸다.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94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원화 가치도 급락했다. 달러당 원화값은 이날 전 거래일(1434.1원)보다 33.7원 하락하면서(환율은 상승) 1467.8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원화값이 크게 떨어졌던 2020년 3월 19일(-40원)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탈출구는 잘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경제팀은 1기 때와 달리 주식시장보다 미국 국채 금리와 정부 부채에 무게를 둔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관세 폭탄 여파로 세계 증시가 패닉에 빠진 상황에서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느리게 움직이는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가 주가 하락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최근의 관세 조치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고, 경제 성장 둔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주원 기자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부채로 인한 이자 부담이 국방비보다 많다”며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증시가 단기적으로 떨어지더라도 장기 금리가 내려가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다음 선거인 중간선거가 1년 반 가까이 남아 정치적으로도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상호관세 부과로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자 금융 당국은 100조원 규모의 시장안정 조치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7일 금융위원회는 김병환 금융위원장 주재로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5대 금융그룹 회장(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정책금융기관장 등이 참석했다. 주요 금융지주는 24조5000억원 규모로 중소기업 금융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상호관세로 인해 피해를 본 기업에 대한 지원안도 논의됐다. 금융위는 “통상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추진하고 있는 50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 조성에 더 박차를 기하겠다”고 했다.

한국은행은 유상대 부총재 주재로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유 부총재는 “미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고 예상보다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24시간 점검체제를 통해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면 가용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도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김성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본격 반등이 나타나기 위해선 국가별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돼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관세율이 최종적으로 낮아지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관세 영향을 상쇄할 각국의 내수 부양 정책이 나오는지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추진 중인 추가경정예산 등 재정 중심의 경기 부양이 (반등의) 출발점으로 중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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