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심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라며 조기 대선에서 권력구조를 바꾸는 개헌안 추진은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력 대선주자인 이 대표가 선을 그으면서 권력구조 개편은 차기 정부 과제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대표는 5·18 정신의 헌법 전문 게재와 계엄 요건 강화를 담은 개헌에는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헌도 중요하고 더 나은 민주주의도 중요하지만 파괴된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 내란 극복이 훨씬 더 중요한 과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데 “동의한다. 필요하다”면서도 “이런 문제들은 각 대선 후보들이 국민에게 약속을 하고, 대선이 끝난 후 최대한 신속하게 공약대로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6월 3일 치러질 것으로 보이는 조기 대선 국면에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이 대표는 다만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게재하는 문제와 (대통령의) 계엄 (선포) 요건을 강화해 함부로 친위 군사 쿠데타를 할 수 없게 하는 것, 이것은 국민의힘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정도는 국민투표법이 개정이 돼 현실적으로 개헌이 가능하다면 곧바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민투표법 개정을 서둘러 조기 대선과 함께 이 부분 개헌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그간 ‘내란 종식 우선론’을 내세워 권력구조 개헌에 선을 그어온 입장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탄핵 정국에서 국민의힘이 현행 권력구조를 12·3 비상계엄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몰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 책임론을 흐린다는 문제의식을 표출해 왔다. 이 대표는 이날도 국민의힘을 겨냥해 “논점을 흐리고 내란 문제를 개헌 문제로 덮으려 하는 시도를 하면 안된다”고 경고성 발언을 내놨다.

이 대표 측은 조기 대선 시간표에 맞춘 권력구조 개헌 논의의 실효성도 적다고 본다. 당대표실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4년 중임제를 말하지만 실제 개헌하자고 하면 찬성할지는 모르는 일”이라며 “이재명이 하자는 것은 무조건 반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선 뒤 권력구조 개편 개헌 이행을 함께 약속하는 방안이 오히려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대표 입장 표명에 따라 조기 대선에서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개헌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지게 됐다. 다만 실현 가능성과 별개로 조기 대선 국면에서 개헌 내용을 둘러싼 논쟁은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비이재명(비명)계 목소리는 엇갈렸다. 대선 주자로 분류되는 김동연 경기지사는 “(개헌을) 대선후보가 공약하고, 선거가 끝나면 흐지부지되는 역사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라며 “분권형 4년 중임제 등 공감대가 큰 사안은 대선과 동시투표하고, 국민적 동의가 더 필요한 부분은 대선 공약을 통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이날 SNS에서 이 대표 발언을 두고 “개헌 추진 가능성을 열어 둔 의미 있는 발언”이라며 “(권력구조 개편 등) 다른 사항은 정권교체 이후 충분한 논의를 거쳐 내년 지방선거 때 2단계로 추진하자”고 말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 주장을 함께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가 명확한 개헌 시간표를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용진 전 의원은 통화에서 “대권 주자들이 이번 대선에서 개헌을 치열하게 논의하고 각자의 일정과 계획을 제시해야 된다”며 “누구나 권력을 잡으면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절대반지’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대표와 민주당은 개헌을 거부하느냐”며 “(이는) 시대적 요구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성명에서 “국회 양 교섭단체 당 지도부가 대선 동시 투표 개헌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라며 “개헌은 제 정당 간 합의하는 만큼 하면 된다”고 밝혔다. 양당의 합의 수준에서라도 일단 개헌을 추진하자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우 의장은 전날 대국민담화에서는 “기한 내 합의할 수 있는 만큼 논의를 진행하되, 가장 어려운 권력구조 개편은 이번 기회에 꼭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은 조기 대선에서 대통령 선출과 개헌 국민투표가 이뤄질 수 있는 국민투표법 개정 작업에 우선 착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구성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의힘에 국민투표법 개정안 심사를 위한 소위원회 개최 등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098 ‘이완규·함상훈 지명철회 촉구 결의안’ 국회 운영위 통과 랭크뉴스 2025.04.15
44097 [속보] 용인 아파트서 일가족 추정 5명 살해 혐의 50대 검거 랭크뉴스 2025.04.15
44096 尹 ‘다 이기고 돌아왔다’ 발언에 전한길 “예수님 같다” 랭크뉴스 2025.04.15
44095 용인 아파트서 일가족 추정 5명 숨진 채 발견…살인 혐의 50대 체포 랭크뉴스 2025.04.15
44094 [단독] '청부 민원' 류희림, 계엄 뒤 휴대폰 2번 교체‥'왜 바꿨냐' 물었더니 랭크뉴스 2025.04.15
44093 “이재명 땡큐”… 주가 2배 뛰자 딱 45억원어치만 주식 판 코나아이 대표 랭크뉴스 2025.04.15
44092 "얼마나 맛있길래"…1억개 팔린 이장우 호두과자, '성심당 본진' 진출 랭크뉴스 2025.04.15
44091 “이재명은 실용주의자, 한동훈과 달라” 윤 멘토 신평의 변심? 랭크뉴스 2025.04.15
44090 한동훈 "성장하는 중산층 시대 만들 것… AI 200조 투자 제안" 랭크뉴스 2025.04.15
44089 "공보의 대신 군대 간 의대생 1천900명…의정갈등 중 입대 10배" 랭크뉴스 2025.04.15
44088 박지원 "김두관 경선 불참, 김경수 때문… 한덕수 땜빵론은 '윤건희' 작품" 랭크뉴스 2025.04.15
44087 이륙 준비 중 승객이 갑자기 비상문을…제주공항서 항공기 결항, 100여명 불편 랭크뉴스 2025.04.15
44086 한동훈 “3·4·7로 성장하는 중산층 시대 열겠다” 랭크뉴스 2025.04.15
44085 박보검, 세계에 한복 알린다 랭크뉴스 2025.04.15
44084 [속보] 항공기 비상구 강제개방 승객 “폐소공포증”…현행범 체포 랭크뉴스 2025.04.15
44083 의대생 2074명 올 1학기 ‘군 휴학’…군의관·공보의 수급 ‘빨간불’ 랭크뉴스 2025.04.15
44082 “여보, 5분 전 내려준 사람 같은데?” 부부 택시기사, 보이스피싱 수거책 잡았다 랭크뉴스 2025.04.15
44081 “‘신안산선 붕괴 사고’ 보강 공사 위해 H빔 내리던 중 발생”…현장 노동자 진술 랭크뉴스 2025.04.15
44080 우크라 포로된 中 2명 “러시아 거짓말에 완전히 속아” 랭크뉴스 2025.04.15
44079 터질 게 터졌다…‘관세폭탄’ 현실화에 워싱턴 라인 재정비 랭크뉴스 2025.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