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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우원식 국회의장의 ‘조기 대선-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 제안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금은 (개헌보다) 내란 종식이 먼저”라고 신속하게 입장을 밝히면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과 함께 시작된 ‘조기 개헌’ 논의는 동력을 얻기 어려워졌다.

이 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우선은 내란 종식에 집중해줬으면 좋겠다”며 우 의장의 제안을 사실상 거절하면서도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과 계엄 요건 강화 정도는 국민투표법이 개정돼서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면 바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지를 열어놨다. ‘조기 개헌’에 여지를 열어두긴 했지만, 권력구조 개편과 대통령 임기 조정이라는 핵심 쟁점이 배제된 만큼 ‘원론적인 견해 표명’ 정도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많다. 더구나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전문 삽입은 탄핵 정국을 거치며 극우화한 국민의힘의 지금 분위기로는 합의 자체가 쉽지 않다. 불씨는 살려뒀지만 ‘지금이 적기는 아니’라는 데 강조점을 찍은 것이다.

이 대표가 메시지를 내기 전부터 민주당 안에선 우 의장 제안에 대한 비판이 공개적으로 쏟아졌다. 국민투표법 개정과 개헌특별위원회 구성, 구체적인 개헌안을 마련할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할뿐더러 자칫하면 ‘내란 세력 심판’이라는 대선 구도 자체가 흐트러질 수 있다는 우려였다. 특히 헌법재판소 판결 전까지도 내란과 극우 세력을 앞장서 감쌌던 국민의힘을 어떻게 개헌이란 국가공동체의 중대사를 논할 대화 상대로 인정할 수 있느냐는 불만이 컸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개헌에 우호적이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도 ‘조기 개헌 불가론’에 힘을 실었다. 전날 공개된 한국갤럽-서울경제신문 여론조사(4~5일 전국 유권자 1012명, 무선전화 면접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9.5%)에선 응답자 50%가 차기 대통령 임기를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개헌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왔다. 찬성은 39%, 모름·무응답은 11%였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이를 두고 “국민들은 개헌이 권력 나눠 먹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고, 내란 세력을 개헌 논의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데도 불신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며 우 의장의 제안에 적극 화답한 것도 ‘정략’이 개입해 있다고 보는 게 민주당의 전반적 분위기다. ‘부동의 1위 주자’인 이재명 대표를 민주당 내 비이재명계 주자들과 안팎에서 협공해 대선 국면에서 운신 폭을 제한하려는 셈법이 담겨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월 꾸린 당내 개헌특위를 통해 대통령 4년 중임제에 무게를 둔 개헌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엔 대통령 탄핵과 파면을 거치며 수세에 몰린 당의 처지를 조기 개헌 카드로 타개해보려는 계산도 작용하고 있다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이런 전반적 분위기를 고려하면 우 의장이 물꼬를 튼 조기 개헌론은 대선 국면의 중대 변수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후보들이 개헌 로드맵을 대선 공약으로 세우고 2026년 지방선거 등까지 공약을 지키겠다고 의지를 보이는 선에서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지금 개헌을 반길 리 없고 국민의힘도 알리바이를 찾는 데 급급한 상황이라, 이해관계와 정치적 셈법이 갈리는 통에 개헌론이 설 자리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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