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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리포트-항공안전 혁신방안 이달 발표
정부 '항공안전청' 신설 등 추진
LCC 정비시간 확대도 담을 듯
조류충돌 후 되레 고도 높여 의문
동체 착륙에도 활주로 손상 없어
기체결함 등 원인은 여전히 '미궁'
조류탐지레이더 운영비만 年1억
항공기 이탈방지장치 300억 달해
전문가들 "장비 도입 실효성 없다"
지난해 12월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가 동체 착륙 이후 방위각 시설과 충돌한 뒤 처참히 부서져 있다. 무안=연합뉴스


[서울경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을 맞으면서 전남 등 지자체와 유가족은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진상 규명과 유가족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국국회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특별법이 통과한 가운데 정부는 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항공 거버넌스와 제도·관리·인프라 개선 등을 총망라한 종합 안전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항공안전청을 신설하는 거버넌스 개편안을 비롯해 공항 인프라 개선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항공사고조사 인력 충원 등 사고 조사에 대한 인력 강화 방안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안전 혁신방안에 담길 내용은= 7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하순께 항공안전 혁신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번 혁신 대책에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항공안전청을 별도로 신설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안전청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36개 이사국 가운데 독일·프랑스 등 32개국이 선택한 제도다. 이들 국가는 항공 정책을 책임지는 부처와 안전을 담당하는 기관을 분리·운영한다. 미국의 경우 교통부(Department of Transportation) 산하에 연방항공청(Federal Aviation Adminstration)이 별도 기관으로 존재한다. 연방항공청은 미국 내 항공기 개발·제조·수리·운행 허가, 항공사 관리·감독 등 항공안전과 관련한 전권을 행사하는 조직이다. 영국 역시 교통부의 산하 기관으로 민간항공청(Civil Aviation Authority)이 존재한다. 민간항공청은 항공기와 항공 장비에 대한 면허와 안전관리·조종사 관리 등 항공 관련 안전 규정을 전담하고 있다. 김연명 한서대 항공융합대학원장은 “국내 공항을 운항하는 국적기와 외국 항공기 편수가 2000년 27만여 대에서 지난해 70만여 대로 2.6배 증가했다”며 “항공산업의 급성장 추세에 맞춰 항공안전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항공안전청’ 설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항공 관련 산학연이 참여하는 항공안전협의회의 상설화도 추진할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 1997년 항공기 사고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상업용항공안전팀(Commercial Aviation Safety Team)을 발족했다. 이 팀은 안전 어젠다 설정과 과거 항공사고 사례 연구 등을 통해 미국 안팎의 안전사고를 낮추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정부는 또 저비용항공사(LCC)의 관리 책임 등을 강화하기 위해 항공사 자본금 등 면허 기준을 강화하고 비행 전후의 점검 시간과 인력을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담을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사 안전관리 배점을 확대해 운수권 배분에 반영하고 항공기 생애주기 관리 등도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안전혁신위원회 위원들의 의견 등을 반영해 종합적인 안전대책을 이달 하순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고 원인은 여전히 ‘의문투성이’=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항공기가 조류떼와 충돌하면서 엔진이 정지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사고 항공기의 엔진에는 철새인 가창오리 깃털과 혈흔이 발견된 바 있다. 또 동체착륙 이후 항공기가 속도를 줄이지 못해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과 부딪힌 점이 이차적 피해 요인으로 평가된다. 당시 로컬라이저 하단부의 기초대를 콘크리트로 조성해 항공기가 충돌한 뒤 폭발을 일으켰다는 분석 때문이다. 하지만 항공사고 분석 전문가들은 기체 결함 가능성과 비상 착륙 과정에서의 특이성 등 여전히 확인해야 할 사항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사고 항공기는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가 모두 멈춰 충돌 전 4분간의 기록이 저장되지 않았다. 조류 충돌 이후 양쪽 엔진이 셧다운 된 이후 기체에 전원 공급이 중단돼 발생한 현상이다.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기내 전력이 공급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보이지만 굉장히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엔진 자체의 결함 여부는 물론 사고 당시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이유 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사고 항공기가 이틀간 13차례 35시간 운행하는 등 잦은 운행 횟수에 비해
정비 시간이 부족
했다는 지적 등 문제 제기에 따른 것이다. 사고 항공기가 조류를 발견한 뒤
복행
(착지하지 않고 고도를 높이는 행위)한 점도 의문으로 지적된다. 조류 충돌 시에도 예정대로 착륙을 진행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전해 매뉴얼에는 비상 착륙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동체 착륙과 관련해서도 명쾌하지 않은 점이 발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항공기는 관제탑과 교신에서 비상선언(메이데이)을 한 뒤 복행을 통보했다. 사고 당시 항공기가 시속 300km 이상의 속도로 활주로 중앙 부위에 터치 다운한 뒤 로컬라이저와 충돌했을 당시에도 속도가 250km 이상으로 속도가 저하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체 착륙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는 분석이다. 한 항공시설 관련 전문가는 “조종사가 엔진 정지 상태에서도 침착하게 항공기 착륙을 유도한 것으로 보이지만 동체착륙에 따른 활주로 손상현상 등이 발견되지 않는다”며 “동체착륙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속도가 줄지 않았고 이 때문에 방위각 시설물과의 충격이 컸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항공 전문가는 “사고 원인에 대해 객관적 증거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지난 201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충돌 사고도 당초 언론 등에서 제기된 조종사 과실뿐 아니라 제조사인 보잉사의 책임도 확인돼 연대 배상책임을 진 바 있다”고 언급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3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터미널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인 밝히는 데 1년 반 소요”…조사인력 확대 시급=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가족협의회는 특별법 제정을 간절하게 요구하고 있다.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야 이를 토대로 피해보상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사고 조사결과가 나오기 이전까지 생업을 포기하고 유족 관련 업무를 한 사람은 제대로 된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박한신 가족협의회 대표는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 결과는 수년이 지난 후에야 나오고, 이 결과를 토대로 피해배상·보상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며 “유가족 중에서는 생업을 포기하고 협의회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무실 운영비, 인건비, 추모식 행사 비용 등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결과는 길어질 경우 내년 상반기에나 나올 수 있다. 이승렬 사조위 단장은 지난 2월 국회에서 “1년에서 1년 6개월을 목표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1년을 초과한 조사는 중간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고 최종 보고서는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의견 등을 반영해 최종 상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공 전문가들은 사고 원인 규명이 길어지는 것과 관련 조사 인력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국토부 항공사고조사관은 총 9명이고 행정·지원 인력을 포함해도 전체 26명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 NTSB는 전체 직원이 400명에 달하며 항공 분야 인력만 1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과 프랑스 역시 항공사고조사위원회에 각각 64명, 96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국내 한 항공사고 분야 전문가는 “ICAO는 항공사고 최종 보고서와 관련 사고 발생 후 1년 이내에 일반에 공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고원인에 대한 최종보고서가 1년을 넘긴다면 앞으로 조사인력 확충 등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 “공항안전 인력 충원 등은 협의가 이뤄졌다”며 “다만 사고조사 인력 확대 등은 이번에 검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무안 공항에 고가의 장비 설치…효용성은 의문= 정부와 한국공항공사는 제주항공 참사와 관련 문제점으로 드러난 로컬라이저 안전성 개선작업에도 본격 착수했다. 한국공항공사는 제주·무안·광주·여수·포항경주·김해·사천공항 등 7개 공항에 대한 항행안전시설 개선을 본격 진행 중이다. 무안공항을 최우선으로 진행해 조속한 재운영이 가능하도록 시설 개선을 마무리할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무안공항의 활주로 종단안전구역을 현재보다 넓게 확보해 항공기의 오버런 이후에도 안전성을 강화하고 항공기 이탈방지 장치(EMAS)도 도입할 예정이다. 조류충돌 예방과 관련해선 조류탐지레이더를 무안공항에 우선 도입하고 전담인력도 확충하기로 했다.

하지만 조류탐지레이더, EMAS 등 고가의 장비 설치에 대한 효용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한 상황이다. EMAS는 설치비용이 300억, 조류탐지레이더는 30억에 달하는데도 불구하고 운용상 한계 등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한 항공관리업계 전문가는 “현재 국내 민간공항에는 조류탐지레이더를 설치한 곳이 없고 공군 비행장 1곳에서 활용하고 있다”며 “하지만 연간 운용 비용만 1억 원가량 소요되는 등 설치·유지비용에 비해 효과는 제한적이어서 군 당국에서도 민간공항에 이를 사용하는 데 부정적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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