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폭락 등 타격에도 '직진' 의지
공화당마저 "내년 중간선거 질라"
공화당마저 "내년 중간선거 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미국 워싱턴으로 향하는 기내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로 예정된 상호관세 부과 계획에 '후퇴는 없다'는 의지를 6일(현지시간) 재확인했다. 지난 2일 국가별 관세율 발표 이후 뉴욕증시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큰 폭으로 주저앉는 등 자국 경제가 벌써부터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지만, 무역 적자 해결을 위한 불가피한 성장통이라는 게 그의 논리다.
트럼프의 직진은 '우군'인 공화당마저 흔들고 있다. 관세 전쟁이 불러올 경기 침체와 여론 악화가 다음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트럼프 "무역 적자 고치려면 약 먹어야"
뉴욕증시는 지난 3일과 4일, 팬데믹 이후 최악의 폭락장을 맞았다. 이틀간 뉴욕증시가 잃은 시가총액은 6조6,000억 달러(약 9,665조 원)에 이른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집계했다. 삼성전자(약 316조 원)를 30개 살 수 있는 규모의 돈이 불과 이틀 만에 증발한 것이다.
그러나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리조트가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워싱턴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취재진에 "미국이 1조9,000억 달러의 무역 손실을 (계속) 볼 수는 없다"며 "때로는 뭔가를 고치기 위해 약을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관세는 무역 손실을 해결하기 위한 약이고, 금융시장의 혼란은 약효를 보기 위해 견뎌야 할 쓴맛쯤 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1조 달러이고, 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해결 전까지는 (관세 인하 등을)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관세가 미국에 물가 상승을 일으킬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그는 자신의 첫 임기 때에도 중국에 관세를 추가 부과했지만 인플레이션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오히려) 미국은 더 강해졌다. (이번 관세로) 미국이 가장 강력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그는 "(관세는 결국) 수십억 달러를 미국에 가져올 것"이라며 "언젠가 사람들은 관세가 매우 아름다운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썼다.
한국에서 수입된 말린 멸치 상자가 3일 미국 일리노이주 나일스의 한 한국 슈퍼마켓에 진열돼 있다. 미국이 예정대로 9일 새 관세 정책을 시행하면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품목이다. 나일스=AP 연합뉴스
공화당도 우려 "선거서 여당 벌할 수도"
그럼에도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그의 관세 정책을 두고 우려가 확산하는 분위기라고 이날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전했다. 돈 베이컨 하원의원(네브래스카)은 "주민들은 무역 분쟁이 아닌 자유 무역 협정을 원한다"고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그의 지역구는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던 지역이다.
친트럼프 성향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은 지난 5일 팟캐스트에서 "지구상의 모든 국가가 미국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 끔찍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면서 "미국이 경기침체를 겪고, 국민이 큰 고통을 겪는다면 유권자들은 여당을 처벌한다"고 말했다. 내년 11월에 있을 중간선거 필패가 불 보듯 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