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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4일 발생한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화재’ 당시 CCTV 화면 갈무리. 당시 화재로 CCTV가 비춘 공간에서 모두 6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화면제공 부산경찰청)

지난 2월 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화재' 당시 CCTV가 공개됐습니다. 경찰이 공개한 영상 왼쪽 하단이 승강기 통로입니다. 화재 연기가 퍼지기 시작하자 일부 작업자는 즉시 대피했지만,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작업자 6명은 승강기 앞에서 모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CCTV 영상 공개와 함께 두 달 가까운 중간 수사 결과를 오늘(7일) 발표했습니다.

경찰은 "화재 당시 건물 1층에서 하청업체 작업자가 스테인리스 재질의 배관을 잘라내고 그 자리에 다른 배관을 부착하는 작업을 벌였다"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불티가 배관 뒤쪽 바닥에 난 구멍을 통해 지하 1층 천장의 배관 보온재로 떨어져 불이 났다"고 밝혔습니다.

■ '불티' 튀는 작업…방화포는커녕 화재 감시자도 부재

화기 작업이 이뤄진 곳은 반얀트리 리조트 B동 지상 1층 'PT실'입니다. 이곳엔 각종 배관이 지하 1층으로 연결되는 곳인데, 이곳에서 배관 관련 공사를 하던 하청업체는 기존 배관을 잘라내고, 밸브가 부착된 또 다른 배관을 부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반얀트리 리조트 화재 지점으로 지목된 지상1층 PT실 내부 사진. 경찰은 이 배관 중 7번 배관을 자르고 부착하는 과정에서 불티가 튀어 화재가 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료제공 부산경찰청)

스테인리스 재질의 기존 배관을 잘라내기 위해 그라인드를 썼고, 잘라낸 부분에 다른 배관을 부착하기 위한 간이 용접 작업도 이뤄졌습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불티가 튀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불티는 배관이 설치된 곳 바로 뒤쪽 바닥에 난 12개의 구멍 중 일부 구멍으로 튀어 지하 1층 천장에 설치돼 있던 배관 보온재로 옮겨붙었고 이 탓에 불이 시작됐다는 겁니다.

배관 공사에서 발생한 불티는 배관 뒤쪽 바닥에 난 구멍으로 튀었고, 구멍 아래쪽 즉 건물 지하1층 천장에 있던 배관 보온재로 옮겨붙어 불이 시작됐습니다. (자료제공 부산경찰청)

문제는 불티가 튀는 작업을 진행하는데도 시공사와 하청업체에서는 '방화포'는커녕 화기 작업 시 반드시 있어야 할 화재 감시자도 배치하지 않았습니다. 불티가 튄 구멍에 방화포를 설치하기만 했더라도 불티가 보온재로 옮겨붙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 대대적 내부 공사 중 '소방 점검'…"사고 키운 또 다른 부주의"

화재 원인과 함께 반드시 규명해야 할 점 중 하나가 바로 '스프링클러'였습니다. 이미 사용승인이 난 만큼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 설치도 마무리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 스프링클러에서 '소방수'는 뿜어져 나오지 않았습니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지하1층에 설치된 '건식 스프링클러' 배관에는 물이 없었습니다. 대신 화재가 감지될 경우 바로 물이 배관을 타고 스프링클러로 물이 분사되도록 하는 밸브가 있는데, 이 밸브는 연결돼 있지 않았습니다.

지상 1층의 '습식 스프링클러'는 배관에 물이 차 있지만, 당시 소방점검을 이유로 밸브가 잠겨 있었습니다. 소방 점검을 할 때 자칫 스프링클러가 작동돼 현장이 물바다가 될 것을 우려해 일부러 잠갔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부산경찰청 한동훈 형사기동대장은 "소방시설 점검 업체 관계자의 휴대전화 등을 포렌식 한 결과 '(스프링클러가) 작동되지 않도록 (밸브를) 잠가 뒀으니까 함부로 열지 말라'는 내용이 있었다"며 "이런 자료 등을 볼 때 스프링클러 작동은 불능 상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반얀트리 리조트 화재’를 수사 중인 부산경찰청 한동훈 형사기동대장이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 "화재 감지기가 조금 늦게 올렸기 때문에 화재 초기에 완벽하게 진화했을 거라는 생각은 할 수 없지만,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했으면 이런 대형 불이 났겠느냐는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습니다.

■ 시공사·하청업체 대표 등 6명 구속…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3번째 시공사 대표 구속

지난 2월 14일 화재 이후 합동 수사를 벌여온 경찰과 부산고용노동청은 반얀트리 리조트 시공을 맡은 업체 대표와 하청업체 대표 등 모두 6명을 지난 4일 구속했습니다.

시공사 경영 책임자 2명은 업무상과실치사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는데, 지난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시공사 경영 책임자가 구속된 건 '화성 아리셀 화재', '영풍 석포제련소 아르신 급성 중독 사고' 이후 전국에서 세 번째입니다.

이어 시공사 소속의 현장소장과 하청업체 현장소장도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고, 배관 절단과 용접 작업을 벌인 하청업체 대표와 작업자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이밖에 경찰은 공사 관계자 등 15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수사가 마무리되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찰 수사는 화재 원인에서 '인허가 과정에서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리조트 사용 승인에 앞서 법적으로 갖춰야 할 소방시설이 모두 설치된 것으로 서류상 확인되지만, 경찰이 확인한 결과 소방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부분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이달(4월) 말까지 '인허가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모두 확인한 뒤 구체적인 결과를 언론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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