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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구 워싱턴 특파원
“시대착오적인 100년 전 정책 ‘보호관세’의 소환”(마이클 비먼 전 미국무역대표부ㆍUSTR 대표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깊은 무지의 산물”(대니얼 슈나이더 스탠퍼드대 국제정책ㆍ동아시아학 교수)
“미국의 핵심 전략자산인 ‘동맹’의 가치 무시”(돈 그레이브스 전 상무부 부장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발표한 상호 관세 조치에 대해 미국의 대표적인 통상ㆍ안보 전문가들은 일제히 깊은 우려와 함께 혹평 일색의 진단을 내놨다. 지난 4~5일 이번 관세 정책의 의미와 전망을 묻는 중앙일보 긴급 인터뷰에서다.

FILE PHOTO: U.S. President Donald Trump delivers remarks on tariffs in the Rose Garden at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D.C., U.S., April 2, 2025. REUTERS/Carlos Barria/File Phot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들은 한목소리로 이번 관세가 보복, 재보복의 악순환을 부르며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80년간 구축한 규칙 기반 글로벌 무역질서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적국과 동맹국을 안 가리는 무차별 관세는 미국이 견지해온 전략적 목표와도 맞지 않고 한국을 비롯해 미국이 맺은 소중한 동맹관계가 송두리째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세계 질서의 적’ ‘(견제받지 않는) 미친 왕’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다음은 발언 요지.

돈 그레이브스 “관세, 미 전략에 반해”
돈 그레이브스 전 미국 상무부 부장관. 그레이브스 전 부장관은 4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적인 관세 부과는 미국의 핵심 전략 자산인 동맹을 잃게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관세는 세계 무역 역학뿐 아니라 국내 산업과 노동자, 미국과 동맹국 관계에 미치는 영향까지 신중히 고려해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트럼프 정부는 관세를 공급망, 산업 경쟁력, 지정학적 무기ㆍ안보 체계 등 모든 사안을 해결할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무차별적 관세에 미 중소기업은 가장 큰 압박을 받으면서 공급망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표심 변화를 민감하게 여기는 농업 종사자들은 외국의 보복성 장벽에 더 큰 어려움에 빠질 것이다. 이는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관세는 국내 물가 상승, 상호 보복, 미국 기업의 시장 접근성 축소로 이어진다.

미국이 견지해 온 글로벌 전략의 핵심이자 전략적 목표는 동맹과 파트너를 중심으로 공고하게 유지해 온 국제적 연합 관계 등 글로벌 제휴가 바탕이 돼 왔다. ‘트럼프 관세’가 우려를 낳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과 협력해 온 동맹국에게 미치는 영향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의 근본적 전략 목표와도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한국은 이제 미국 입장에서 단순히 가까운 친구가 아니다. 한국은 미국의 전략적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핵심기술 분야의 전 세계적 리더가 됐다. 동시에 인도ㆍ태평양 지역 안보를 책임질 핵심 기둥이기도 하다. 그런 한국과의 관계를 긴장으로 몰 때가 아니라 오히려 더 가까워져야 할 시기다.

마이클 비먼 “규칙 기반 질서 균열”
마이클 비먼, 세계무역포럼 특별강연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마이클 비먼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가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2025 한국무역협회(KITA) 세계무역포럼에서 '트럼프 시대 귀환과 세계 무역질서 대격변'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2025.1.21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번에 발표된 관세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 내부적으로 수면 아래에서 논의됐던 것들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것이지만, 당시 검토했던 것보다 훨씬 급진적인 접근방식을 택했다는 점에서 놀랍다.

이번 관세는 100년 전 미국의 관세 정책이었던 ‘보호 관세’ 개념을 불러낸 것이며, 무역의 판을 근본적으로 재설정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특히 1945년 2차 대전 종전 이후 미국이 만들어놓은 규칙 기반 세계 무역질서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완전히 단절하고 한국 등 개별 국가와 맺은 자유무역협정(FTA) 논리도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

적어도 앞으로 수개월은 미국이 정한 ‘기본 관세 10%’가 유지될 것이며, 철강ㆍ알루미늄과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도 당분간 현행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몇몇 국가들은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며, 글로벌 관세전쟁은 전면적 형태로 확대될 것으로 본다.

미국의 기업과 소비자에게도 광범위하고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상품 가격이 오를 거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통상 환경의 지속적인 변화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에서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외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가 제대로 달성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대니얼 스나이더 “트럼프는 미친 왕”
대니얼 슈나이더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정책ㆍ동아시아학 교수. 사진 스탠퍼드대 홈페이지
세계 무역과 경제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은 1980년대 미ㆍ일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시절 형성됐다. 무역 상대국의 불공정 관행, 폐쇄적 시장, 비관세 장벽, 이로 인해 미국 제조업이 파괴됐다는 그의 견해는 모두 그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런 의미에서 트럼프가 새로운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 보듯 그가 훨씬 더 급진적이고 극단적으로 변모한 것은 그의 잘못된 신념을 견제할 이성의 목소리가 이너서클에 없기 때문이다.

19세기적 고립주의 국가관과 1980년 무역전쟁 이데올로기가 결합된 트럼프 대통령의 관점은 세계 경제가 자본, 노동, 상품ㆍ서비스의 흐름을 기반으로 글로벌화된 구조가 됐다는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 이 글로벌 교역 시스템이 무너진다면 회복하는 데 수년, 심지어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

특히 동맹국에 포커스를 맞춘 트럼프의 이번 공격은 미국이 만들고 주도한 전후(戰後) 질서에 대한 광범위한 해체 시도 중 하나다. 트럼프 개인의 이해관계와 이데올로기, 그리고 세계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깊은 무지의 결과다. 트럼프는 미국이 구축한 세계 질서의 적이다. 아무도 미친 왕에게 그가 크게 잘못했다고 말할 의지가 없는 것 같다. 미국 경제, 세계 경제가 큰 고통을 겪고 ‘트럼프 통치’에 종언을 고하기 전까지 이 광기를 멈출 수 있는 것은 없을 듯하다.
☞돈 그레이브스 윌리엄스 대학 정치학과, 조지타운 로스쿨을 졸업했다. 1997년부터 재무부 정책 고문을 시작으로 미국 정부 경제부처의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대통령 직속 일자리경쟁력위원회를 이끌었고, 조 바이든 행정부 때 상무부 부장관에 임명돼 4년간 ‘가치 동맹’에 기반한 경제정책을 지휘했다.
☞마이클 비먼 2017년 1월부터 2023년 1월까지 미국무역대표부(USTR)에서 일본ㆍ한국ㆍAPEC 담당 부대표를 지내면서 한ㆍ미 FTA, 미ㆍ일 무역협정 재협상을 주도했다. 현재는 스탠퍼드대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APARC) 방문학자로 있으면서 미국과 아시아 간 경제안보 등 무역정책을 연구하고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대니얼 스나이더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동아시아사 학사 학위를,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5~1990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의 도쿄특파원으로 일하면서 한ㆍ일 외교 관계 등을 취재했다. 미국의 아시아지역 외교안보 정책과 한ㆍ일 외교정책 등을 연구한 미국 내 대표적인 동북아 외교 전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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