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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원 마켓시그널부장
문형배(가운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인용 결정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외국인투자가들이 한국 증시에 등을 돌리고 순매도로 돌아선 건 지난해 8월부터다. 현시점에서 돌아보면 당시 예정됐던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2020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금투세는 2023년 1월 시행 예정이었으나 2025년 1월로 2년 유예됐다. 신규 입법이었다면 오히려 처리 확률을 높지 않게 봤겠지만 폐지 또는 유예를 위해서는 국회에서 합의해 통과시켜야만 했다. 즉 외국인들은 여야 정쟁 상황을 고려해 합의보다는 시행에 베팅했고 일종의 ‘테이크오프(take off)’ 기간으로 4개월 전부터 서서히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국회는 결국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일주일 뒤인 지난해 12월 10일 금투세를 폐지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하지만 타이밍은 이미 늦었다. 비상계엄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뒤였다. 금투세를 ‘트리거’로 시장 신뢰는 추락했고 외국인 자금 이탈은 올 3월까지 8개월째 이어졌다. 공매도 전면 재개에도, 윤 전 대통령 파면에도, 지난달 말부터 지금까지 거래일 연속 ‘셀코리아’는 진행 중이다.

반년 전 금투세 이야기를 꺼낸 건 대선까지 두 달간 리더십 공백이 불가피해 경제 불확실성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직후 무디스는 “국가 신용등급에 긍정적”이라고 했고 코스피지수는 약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 탄핵에 따른 불확실성 제거를 더 높게 본 것이다.

미국발 ‘관세 폭탄’ 이슈가 덮친 이번은 다르다. 당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교역국을 상대로 한 상호관세 부과로 세계 무역 질서를 뒤흔들면서 글로벌 시장에 연일 충격을 줬다. 한국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 조치 등 비관세 장벽을 문제로 삼았다. 제조 기업들의 핵심 생산 기지인 베트남에까지 46%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 전략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 같은 ‘관세전쟁’ 속에서도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한 통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차원에서 조선 업종 등 미국이 원하는 카드를 제시하며 관세율 인하 협상에 나서야 하는데도 이를 담당할 주체가 없다.

계엄 사태 후 4개월간 정국 불확실성이 이어지며 경제는 고꾸라졌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에 따른 장기 소비 부진으로 내수 경기는 침체 직격탄을 맞았다. 1분기 역성장 우려 속에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0%대까지 하락한다는 전망이 속속 나온다. JP모건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0.9%로 낮춘 데 이어 씨티도 0.8%로 하향 조정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통상 리스크 대응 등을 위해 10조 원의 필수 추가경정예산안의 4월 내 국회 통과가 긴요하다고 강조했지만 대선을 의식한 여야의 증액 갈등을 비춰볼 때 타협이 쉽지 않아 보인다. 포퓰리즘 공약이 남발되면 주요 경제 현안이 묻힐 수밖에 없다.

60일간의 짧은 대선 레이스 동안 정부는 새로운 정책을 꺼내기보다는 ‘넥스트’를 준비하며 몸을 움츠릴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주요 정책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을 테고 관료들은 눈치를 보며 정책 꼬리표 떼어내기에 더 주력할 것이다. 정치의 관료 지배가 극심해지면서 일을 벌이지 않고 가만 있는 게 능사라는 분위기가 몸에 배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벌써 특정 인사에게 줄을 대 정권이 바뀌면 누가 경제부총리·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에 오를 것이라며 주요 경제 수장에 대한 하마평이 오르내릴 정도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투자은행(IB) 업계 최고경영자(CEO)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고 난 하반기에나 경기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냉철하게 말했다. 리더십 공백과 정치적 혼란이라는 또 다른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대감보다는 우려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일단 지켜보자는 자본시장 심리를 풀어주는 건 지금은 정치의 영역이라고 본다. 백척간두의 위기에서 대외 신인도를 높이고 시장 변동성을 낮추는 과제를 과연 두 달 공백기 동안 정치권이 풀어낼 수 있을까.

황정원 마켓시그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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