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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한민국호의 좌표는
차기 정권은 다르길…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대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가운데 6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 3년간 민주주의 핵심 원리인 대화와 타협의 가치를 무너뜨렸다. 정치를 없앤 자리에 시행령 국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등 일방통행식 통치를 심었다. 윤 전 대통령은 위헌·위법적 12·3 비상계엄 사태로 파면됐지만 그가 악화시킨 극단적 정치 실종 사태는 여전하다. 조기 대선을 계기로 권력구조 개편과 함께 정치의 복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의 35개월 국정운영은 정치 대신 통치에 방점이 찍혔다. “통합과 협치의 정치를 하겠다”고 밝힌 대통령 당선 일성은 금세 허언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적 반대자는 “종북 반국가세력”으로 적대시했다. 22대 총선에서 참패하자 취임 2년 만에야 제1야당 대표와 처음 회동했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25차례 거부권을 썼고, 22대 국회 개원식과 예산안 시정연설에 모두 불참했다.

민주당 주도로 국무위원 탄핵소추와 예산안 삭감이 이뤄지자 대화와 타협 대신 비상계엄령 선포 카드를 꺼냈다. 구 여권 인사들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야당의 반대로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을 때마다 비상계엄을 언급했다고 한다.

‘법 기술’ 앞세운 윤석열, 제왕적 권력 휘두르다 결국 파면

구 여야도 설득·양보 실종…의회·정당정치의 가치 잃어

권력구조 개편 필요성 커져…“차기 정권은 통합정신을”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6일 통화에서 “윤 전 대통령은 정치라는 것을 시도조차 해본 적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정치 원리를 체화하지 않은 법률가 출신들이 단기간에 정치의 중심에 서면서 문제가 악화했다고도 짚었다. 박종희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윤 전 대통령 등을 언급하며 “법 기술자들이 국회와 대통령실로 들어가면서 정치를 죽이고 사법화해버렸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정치가 사라지면서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의 공간은 극도로 축소됐다. 주요 국정과제와 민생 문제를 둘러싼 협상이 사라졌다. 야당을 국정운영 파트너로 보지 않는 대통령, 그런 대통령의 뜻을 그대로 좇는 여당, 국회 과반 의석을 기반으로 강경책으로 맞서는 야당의 무한 갈등이 이어졌다. ‘야당 주도 법안 통과→대통령의 거부→야당 재발의’가 쟁점 법안 공회전의 공식이 됐다. 계엄 선포 전까지 야당 주도로 22차례 탄핵소추안이 발의됐고, 헌정 사상 최초로 야당 주도로 증액 없이 감액만 이뤄진 정부 예산안이 통과됐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책임과 함께 거대 양당 체제의 책임을 지적했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적대적 공생관계”라며 “정치가 이뤄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치 복원 방안으로는 권력구조 개편 등 개헌이 필요하다고 조언하는 이가 많다. 장 교수는 “윤 전 대통령의 유일한 업적은 ‘바꾸지 않으면 나라가 망하겠구나’를 알려준 것”이라며 “한국 정치의 틀 자체를 새로 헌법에 디자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차기 대선 주자들이 개헌에 대한 방향을 밝히고 집권 시 개헌을 약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권력 분산이 개헌의 핵심으로 꼽힌다. 박종희 교수는 “계엄에 이르기까지 윤 전 대통령을 왜 아무도 컨트롤하지 못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사권과 감사권, 법률안 제출권, 개헌안 발의권 등 대통령 권한 축소·삭제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의회·정당 정치 복원도 필수적이다. 장 교수는 “양당제 구도에서는 여야가 상대에 협조할 인센티브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며 “상대가 못해야 다음 선거에서 승리하니 서로의 발목만 잡으며 정치가 이뤄질 수 없다”면서 양당제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비례성을 강화한 선거제로의 개편,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 등이 대안으로 제기된다.

보수·진보 정당의 방향성 재정립도 요구된다. 탄핵 정국에서 윤 전 대통령과 선을 긋지 못하고 ‘계엄옹호당’으로 우경화한 국민의힘이 법치·민주주의 수호와 같은 보수 정당의 가치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호 교수는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을 대통령 후보로 뽑고 실패한 것을 되돌아보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두고도 정권 교체 시 여당 전환을 염두에 두고 강경 투쟁 기조에서 벗어나 관용과 타협, 균형의 자세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 교수는 “민주당이 집권하게 되면 의회·지방 권력을 다 갖게 된다”며 “권력 독점은 상당히 위험하고 (민주당이) 이전과 다르지 않으면 비극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문에서도 야당 독주에 대한 지적이 나왔는데 (민주당이 이에) 엄중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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