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25% 관세 대응 나선 車업계
현대차 "2개월 동안 미 가격 인상 안 해"
재고로 시간 벌지만 "가격 인상 불가피"
영국 재규어랜드로버는 4월 수출 중단
현대차 "2개월 동안 미 가격 인상 안 해"
재고로 시간 벌지만 "가격 인상 불가피"
영국 재규어랜드로버는 4월 수출 중단
3일 경기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 앞에 수출용 차량들이 대기하고 있다. 평택=뉴시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25% 관세 폭탄에 대응해 각자도생을 모색하고 있다. 관세 조치에도 가격을 동결하는가 하면, 애초 계획을 뒤집고 미국 내 생산을 늘리기로 한 기업도 있다. 저마다 관세 대응책 마련에 애를 쓰고 있는 상황이지만, 관세가 결국 현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차 "미국 가격 인상 당분간 없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이 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 당분간 현대차 미국 판매 가격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고양=뉴스1
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당분간 미국 시장 내 모든 차종의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지 않기로 했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4일(현지시간) "6월 2일까지 현재 모델 라인업의 권장소매가(MSRP)를 올리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MSRP 약속은 미국 소비자에게 훌륭한 차량을 제공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의 일부"라고 소개했다.
글로벌 판매 1위 일본 도요타도 앞서 "미국 관세에 대응해 차량 가격을 인상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도요타는 자국 내 고용 유지를 위한 기준인 '연간 300만 대' 이상을 여전히 일본에서 생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자동차 업체 중 일본산 차량을 미국에 가장 많이 수출하는 만큼 관세는 도요타에도 치명적이지만, 전략 변화보다는 일단 상황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도요타는 지난해 최대 시장인 미국에 약 230만 대를 팔았다.
당장 관세 인상분을 가격에 반영하기 부담스러운 업체들이 시간 벌기에 나섰지만, 차값 인상 우려는 확산하고 있다. 자동차 서비스 제공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딜러들은 3월 초 기준 평균 89일분의 재고를 가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 재고가 소진될 경우 상황은 또 달라진다. 로이터 통신은 자동차 전문가들을 인용해 관세로 인해 미국 자동차 소매가격이 최대 16%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닛산, 미 증산 검토... 재규어는 "수출 중단"
인도 뉴델리에 있는 재규어랜드로버 전시장. 뉴델리=로이터 연합뉴스
완성차 기업들은 관세 파고를 넘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본 닛산은 자국에서 생산하던 미국 수출용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닛산은 애초 실적 부진에 미국 생산량을 줄일 방침이었지만, 트럼프발(發) 관세 폭격에 감산 계획을 철회했다고 한다. 앞서 현대차그룹도 연간 30만 대를 만들 수 있는 미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 능력을 50만 대로 끌어올리기로 한 상태다.
이미 업계엔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영국 자동차 업체 재규어랜드로버(JLR)는 4월 한 달간 미국으로 자동차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다국적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는 생산량 조정을 위해 멕시코와 캐나다 일부 공장 생산을 중단하고, 미국 내 5개 공장에서 900명의 근로자를 일시 해고하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공급망 혼란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