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 이어 흑인 인권운동 대부 빗대
극우당, 피선거권 박탈 판결에 대규모 항의시위
극우당, 피선거권 박탈 판결에 대규모 항의시위
지지시위 참석하는 마린 르펜 의원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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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횡령 유죄 판결로 대권 도전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이 6일(현지시간) 출마 저지 시도에 굴하지 않겠다며 자신을 미국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1929∼1968) 목사에 빗댔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르펜 의원은 이날 이탈리아 극우정당 동맹(Lega) 행사에서 화상으로 연설하며 "우리는 시민권을 옹호한 마틴 루서 킹의 모범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투쟁하고 폭력과 민주주의 침해에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며 차기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킹 목사는 1950∼1960년대 비폭력주의에 기반한 미국 내 흑인 인권운동을 이끈 인물이다. 1964년 노벨평화상을 받았으나 4년 뒤 백인우월주의자에 의해 암살당했다.
르펜 의원은 RN의 전신 국민전선(FN)을 창당한 장마리 르펜의 딸이다. 올해 1월 사망한 장마리 르펜은 인종차별주의와 반유대주의를 옹호하는 프랑스 극우파의 상징으로 통한다.
앞서 르펜 의원과 함께 유죄 판결을 받은 브뤼노 골니쉬 전 유럽의회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예수 그리스도도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그는 결백했다"며 르펜 의원을 예수에 비유한 바 있다.
르펜 지지집회 '내가 마린이다'
[A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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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극우파 지도자이자 2027년 대선 유력 주자인 르펜 의원은 지난달 31일 유럽연합(EU) 예산을 유용한 혐의로 징역 4년에 벌금 10만유로(1억6천만원)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검찰 요청을 받아들여 상급심과 무관하게 5년간 피선거권 박탈을 즉시 발효했다.
르펜 의원은 법원이 자신의 대선 출마를 저지하기 위해 정치적 판결을 했다며 사법부에 공세를 펴는 한편 대권 도전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RN은 이날 오후 파리 시내에서 법원 판결을 규탄하고 르펜 의원을 지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RN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는 "프랑스 민주주의에 대한 반대가 아닌 지지 집회"라고 말했다.
르펜 의원의 정치적 위기에 유럽 극우 세력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도 지원사격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SNS에 "마린 르펜에 대한 마녀사냥은 유럽 좌파가 법률을 이용해 언론의 자유를 침묵시키고 정치적 반대자를 검열한 또 다른 사례로, 이번에는 그 반대자를 감옥에 가두는 데까지 나아갔다"고 적었다. 유럽 매체들은 르펜 의원이 1심 판결을 받았을 뿐 감옥에는 아직 안 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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