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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관들 심리 단계서 문구 준비
‘민주공화국 주권자는 국민’ 강조
국민 눈높이서 알기 쉽게 풀어써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린 지 사흘째인 6일,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 걸린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윤웅 기자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 결론에서 5쪽을 할애해 ‘민주공화국의 주권자는 국민’이라는 헌법 정신 등을 강조했다. 헌법재판관들은 사건 심리 단계부터 결론에 공동체를 향한 메시지를 넣기로 합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랜 숙의 끝에 나온 결정문을 놓고 헌법 조문과 민주주의 원칙을 국민 눈높이에서 알기 쉽게 풀어썼다는 호평도 나온다.

백원기 대한법학교수회장은 6일 “헌재가 결정문에서 정치적 성향이나 학벌, 남녀노소 관계없이 누구든지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용어를 사용했다”며 “특히 국민을 이해시키기 위해 결론에 굉장히 공을 들인 것 같다”고 했다.

통상 헌재는 4~5줄 정도로 간략하게 결론과 주문을 밝힌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사건 결론은 전체 결정문 114쪽 중 5쪽을 차지했다. 결론의 분량만 약 3900자였는데 박근혜(110자) 노무현(950자) 전 대통령 사건 결론과 비교해도 확연히 길었다.

결론 내용에도 공동체를 향한 메시지가 충실하게 담겼다는 평가다. 재판관들은 사건을 심리하면서 민주공화국과 헌법 정신에 대한 메시지를 내기로 합의하고 태스크포스(TF)소속 연구관들과 함께 문구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헌법연구관은 “결론 부분이 이례적으로 길었고 내용도 인상적이었다”며 “치열한 토론의 흔적 같기도 했고, 재판관들이 이 얘기를 하고 싶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결정문 결론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헌법 제1조 1항으로 시작해 “(피청구인이)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했다”는 문장으로 마무리되는 수미상관 구조를 이뤘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드러낸 헌법 1조 1항과 국가의 주권자인 국민을 강조하는 ‘대한국민’ 표현이 모두 결론에 사용돼 헌법 정신을 강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정문은 재판관들이 쓴 부분을 연구관들이 수정해서 올리거나, 연구관 연구 결과를 재판관들이 반영하는 등 재판부와 연구부가 선고 막바지까지 의견을 주고받으며 작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 관계자는 “재판관 8인과 연구부의 협업 결과물로 보면 된다”고 했다.

결정문을 통해 정치 통합을 주문하고, 비상계엄이 사법부 독립을 위협한 점을 짚었다는 점도 인상 깊은 대목으로 거론된다. 정태호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전직 대법원장 등 퇴직 법관에 대한 위치확인 지시가 결과적으로 현직 법관의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사법권 침해로 판단한 게 인상 깊었다”고 했다.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지가 부족했던 대목을 더 지적했어야 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선택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박 전 대통령 사건 때와 달리 윤 전 대통령 본인의 헌법 수호 의지가 없었던 것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며 “국가비상입법기구를 추진하려 했던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판단이 빠진 부분도 아쉽다”고 말했다.

헌재는 지난 1일 재판관 평의를 통해 윤 대통령 파면 결론을 내린 후 4일 선고가 이뤄지기까지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최종 선고요지 등 작성에는 연구관 10여명 중 고참급 3~4명만 관여했고, 나머지 연구관들은 연차를 썼다고 한다. 연구관 1명이 재판관들에게 최종 선고요지를 전달할 때도 보안을 위해 출력물이 아닌 이메일로만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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