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모래에 구급대원 묻고 차량 치워 은폐 시도
희생 구급대원 촬영 동영상 발견되자 인정
지난달 23일 이스라엘군이 총격을 가해 유엔 직원 한명을 포함해 팔레스타인 의료진과 구급대원 등 15명이 숨졌을 때 촬영된 동영상 화면 중 일부. 이스라엘군 주장과 달리 차량이 전조등과 경광등을 켜고 있으며 적신월사 마크도 뚜렷이 보인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유엔 직원 한명을 포함해 팔레스타인 의료진과 구급대원 등 15명에게 총격을 가해 살해한 만행이 드러난 동영상이 공개되자, 뒤늦게 잘못을 일부 인정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5일 팔레스타인 국제적십자사·적신월사연맹(이하 적신월사) 구급차, 유엔 차량, 가자 민방위대 차량에 총을 쏘아 구급대원 등 15명을 살해한 사건과 관련해 자국 병사들이 실수를 저질렀다고 인정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3일 이 사건이 일어난 뒤, 의료진 차들이 전조등이나 경광등을 켜지 않고 어둠 속에서 “의심스럽게” 접근해 발포했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실수나 책임을 부인해왔다.

이스라엘군이 뒤늦게 잘못을 일부나마 시인한 이유는 구급대원 중 한명이 휴대전화로 촬영한 동영상을 4일 적신월사가 공개해 거짓말을 지속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현장에서 이스라엘군의 총격에 사망한 구급대원이 촬영한 휴대전화 동영상을 보면, 구급차들은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다친 이들을 도와달라는 전화를 받고는 경광등을 울리면서 출동 중이었다. 차량은 이스라엘군이 경고도 없이 총을 쏘기 시작하자, 길가에 주차했으나 총격을 계속 받았다. 6분42초 동안 계속되는 이 동영상을 찍은 구급대원 리파트 라드완은 숨지기 직전에 이슬람교 신앙고백인 샤하다를 반복했고, 차량에 다가오는 이스라엘군 병사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라드완은 총격 소리가 계속 들리는 가운데 떨리는 목소리로 “어머니 용서해주세요. 제가 사람들을 돕는 이 길을 선택했어요”라고 말했다. 적신월사는 “이 영상은 거짓을 해체하고 진실을 폭로한다”고 성명을 냈다.

동영상이 공개된 뒤 이스라엘군 간부 한명은 5일 브리핑에서 의료진 차량이 전조등을 켜지 않고 접근했다는 이전 주장은 부정확한 것이었고, 이 주장은 사고를 저지른 부대의 보고를 따랐기 때문이라고 일선 부대 탓으로 책임을 돌렸다. 이스라엘군은 숨진 구급대원 중 적어도 6명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연관됐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으나,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이스라엘군 간부는 당시 구급차량들이 현장에 접근할 때 병사들은 공중 경보 모니터들로부터 차들이 “의심스럽게 접근 중”이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병사들은 앞서 하마스 대원 3명이 탄 차량에 발포했다. 이 구급차들이 하마스 차 옆에 정차하자, 병사들은 자신들이 위협을 받는다고 추측하고 발포했다는 주장이다.

숨진 구급대원들은 사망 직전에 수갑이 채워지고, 일부는 근접 거리에서 처형됐다는 보도에 대해 이 간부는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적신월사 총재 유니스 카팁 박사는 “피해자들은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표적이 됐다”며 이스라엘이 이들을 죽여놓고도 며칠 동안 행방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군은 의료진 등 15명의 주검을 모래에 묻고, 차량도 다음날에 치웠다. 유엔 등 국제기구는 사건 발생 닷새 뒤에야 현장에 접근할 수 있었다. 유엔이 주검을 수습하다가 라드완의 휴대전화를 발견했고, 모래 속에 영원히 파묻힐 뻔했던 사건의 진상도 함께 드러났다.

딜런 윈더 유엔 주재 국제적십자사·적신월사연맹 대표는 이번 사건을 2017년 이후 적십자사나 적신월사 직원에 대한 가장 치명적인 공격이라고 말했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번 사건이 “이스라엘군의 전쟁범죄 행위에 대한 추가적인 우려를 제기한다”며 독립적인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3882 [사설] ‘평화 계엄’ 주장한 尹… 여전한 궤변과 책임 떠넘기기 랭크뉴스 2025.04.15
43881 “10년 내 세상 바꿀 양자컴퓨팅 리더 찾아라” 미 DARPA, 옥석 가리기 프로젝트 랭크뉴스 2025.04.15
43880 쿠르스크 주민들 "우린 지옥에 살았다"...조국 러시아 원망 랭크뉴스 2025.04.15
43879 블루 오리진, 여성만 탑승한 우주선 발사…1963년 이후 처음 랭크뉴스 2025.04.15
43878 누적 부채 21조에 'KTX 교체' 임박…적자구조 개선 논의 필요 랭크뉴스 2025.04.15
43877 비상계엄 당시 ‘상관 지시 거부’한 군 지휘관 “항명죄로 징역형 구형 박정훈 대령 떠올랐다” 랭크뉴스 2025.04.14
43876 지하 공사장 인근 땅이 꺼진다…서울·부산 계속되는 '발밑 공포' 랭크뉴스 2025.04.14
43875 오늘·바로·지금…‘새벽’으론 부족한 배달 경쟁 랭크뉴스 2025.04.14
43874 [Who] 트럼프 관세 정책 핵심… 경제 책사 ‘스티븐 미란’ 랭크뉴스 2025.04.14
43873 폐기될 샌드위치 노숙자 나눠줬다가 해고된 프랑스인 랭크뉴스 2025.04.14
43872 "2년 전 지반 불량 지적했는데‥" 위험 신호 무시했다가 피해 커졌나? 랭크뉴스 2025.04.14
43871 가짜 신분증으로 전자담배 구매…규제 빈틈 노린 학교 앞 ‘무인 판매점’ 랭크뉴스 2025.04.14
43870 中의존의 덫…삼성은 제조기지 이전했는데 탈중국 못한 애플, 왜 랭크뉴스 2025.04.14
43869 尹, 93분간 셀프 변론… “공소장 난잡” 검찰 직격 랭크뉴스 2025.04.14
43868 [단독] "한국무용은 술도 잘 마셔" 무용학과 교수님의 '술 접대'와 '갑질' 랭크뉴스 2025.04.14
43867 일본은 하루에 60명씩 ‘고독사’…대부분 남성 랭크뉴스 2025.04.14
43866 오아시스, 티몬 인수예정자 선정… “실질 인수대금 181억원 수준” 랭크뉴스 2025.04.14
43865 뇌물 155억 약속 받고 62억 챙긴 정하영 전 김포시장 기소 랭크뉴스 2025.04.14
43864 "지금 비트코인 사야할때"…역대급 경제 대공황 경고한 '부자아빠' 기요사키 랭크뉴스 2025.04.14
43863 김경수, 文 예방 “정권교체에 힘 모아달라는 당부받아” 랭크뉴스 2025.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