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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결정에 ‘이견 크다’ 추측했지만
전원일치로 ‘파면’…결정문 106쪽
결론 중 “국회도 자제했어야” 질책엔
“쌩뚱 맞다” “타협의 결과” 분석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선고한 뒤 김형두 재판관과 함께 재판정을 나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가 지난 4일 재판관 8명 ‘만장일치’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변론을 끝낸 지 38일 만이었다. 결정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재판관들 의견차가 너무 큰 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중대한 위법행위를 저지른 윤석열을 대통령직에서 파면해야 한다”는 데는 아무런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헌재 결정문을 보면 재판관들이 어느 쪽에도 의문을 남기지 않는 ‘하나의 결론’을 만들기 위해 치열한 고민과 타협을 거친 흔적이 엿보인다. 결정문 분량만 봐도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60~70쪽 정도에서 106쪽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윤 전 대통령 측이 끝까지 물고 늘어진 ‘탄핵심판 절차 문제’와 ‘야당과 국회의 행동도 과했다’는 반박까지 하나하나 짚어가며 결정문 작성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탄핵심판은 형사소송과 달라”…재판관 4명의 엇갈린 ‘보충의견’

이번 사건의 평의가 길어진 데에는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 적용 문제’가 주요 원인이었던 것으로 꼽힌다. 재판관들은 비상계엄 선포의 위법성에 대해선 이견을 한 줄도 내지 않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선 4명의 재판관이 보충의견(결론에는 동의하지만 이유를 보충할 필요가 있을 때 내는 의견)을 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수사기관의 조서와 국회 회의록 등을 증거로 채택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의 ‘방어권’도 더 엄격하게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헌재는 ‘형사소송과 탄핵심판은 다르다’며 형사소송법 조항을 완화해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선고한 재판관들. 왼쪽부터 김형두, 이미선, 김복형, 조한창 재판관. 사진공동취재단


그런데 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결정문에 “앞으로는 전문법칙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보충의견을 적었다. “탄핵심판 절차에 요청되는 신속성과 공정성, 두 가지 충돌되는 가치를 보다 조화시킬 방안을 모색할 시점”이라고도 했다.

반면 이미선·김형두 재판관은 이와 상반되는 보충의견을 남겼다. 이들은 “전문법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헌재가 다수의 증인을 채택해 증인신문을 진행해야 하므로 절차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며 탄핵심판에선 법 조항을 보다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사소송법 적용 문제를 놓고 김·조 재판관과 나머지 6명 사이에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김 재판관의 의견은 기존의 헌재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보충의견 형태로 남긴 건 김·조 재판관 의견에 대한 반박을 결정문에 담으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긴 ‘5쪽짜리 결론’서 국회에도 일침…“보수 재판관들과 타협한 듯”

헌재는 ‘윤석열을 대통령직에서 파면한다’는 내용이 담긴 결론 작성에도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 때는 결정문의 결론이 2쪽, 노 전 대통령 탄핵 사건에선 3단락 남짓이었지만 윤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는 5쪽을 할애했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선고에서 문형배 헌재소장 직무대행이 결정 요지를 밝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재는 먼저 ‘국회도 탄핵소추안을 연달아 발의하는 등 정치적 대립을 키우는 잘못을 했다’는 취지의 쓴소리를 남겼다. 하지만 곧바로 뒤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근거로 한 계엄을 선포한 건 용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이) 국회의 권한행사를 ‘국정 마비를 초래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게 실제 현실과 다를지라도, 정치적으로는 존중돼야 한다”는 내용도 적었다.

이런 대목이 둘로 쪼개진 탄핵 찬·반 양 측을 모두 설득해 불복 가능성을 줄였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선 “윤 전 대통령의 입장을 무리하게 끼워넣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교수는 “실제 (국회가) 과한 측면이 있었더라도 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 일을 헌재가 비난하는 건 쌩뚱 맞다”며 “없어도 되는 사족”이라고 말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윤 전 대통령의 입장을 헤아리는 내용도 들어가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 재판관이 있었고, 이걸 두고 싸움을 벌이다가 결국 일종의 타협을 한 걸로 보인다”며 “처음부터 ‘탄핵을 인용해야 한다’는 결론은 어느 정도 나온 상태에서 표현의 수위를 두고 대립이 있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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