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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5배 10만 명 둘러싼 워싱턴기념탑
관세발 인플레·경기침체 공포에 집회 운집
5년 만에 최악 증시에도 ‘요지부동’ 트럼프
5일 미국 수도 워싱턴의 워싱턴 기념탑에서 자유의 여신상으로 분장한 한 시민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전횡에 반대하는 "손을 떼라!"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나는 관세 때문에 겁에 질렸어요(I’m tariffied). 당신은 어때요?”

정권을 잃은 미국 민주당은 지리멸렬한 상태였다. 1월 공화당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뒤 그에게만 각광이 쏠렸다. 트럼프의 전횡에 이민자가 무자비하게 쫓겨나고, 연방정부 공무원이 무더기로 잘리고, 약자·소수자가 설 자리를 잃었지만 민주당은 제동을 걸지 못했다.

반전은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고강도 관세 발표였다. 전 세계를 상대로 최소 10% 관세를 물리겠다는 계획을 공표하며, 그는 당일을 ‘미국 해방의 날’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이후 이틀간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금융 시장이 폭락했고,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자해극”이라는 게 4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평가였다.

“겁에 질렸어요, 관세 때문에”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관세 공포가 드러난 저 플래카드는 5일 미국 50개 주(州)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반(反)트럼프’ 시위에 새로 등장했다. 워싱턴 집회에 참가한 볼티모어 주민 롭 아흘릭스는 곤두박질치는 주가지수 그래프와 함께 “이러려고 (트럼프에게) 투표했느냐”는 문구를 손 팻말에 새겼다고 NYT가 전했다.

최소 1,400건으로 추산된 집회는 수도 워싱턴, 뉴욕, 보스턴, 로스앤젤레스 등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대도시 위주였지만 공화당 색이 강한 지역도 빠지지 않았고, 60만 명 이상이 참가 등록을 했다는 게 주최 측 설명이다. 150곳이 넘는 참여 단체에는 민권 단체와 노동조합, 여성·성소수자·이민자 권익 옹호 단체, 퇴역 군인 단체 등이 망라됐다고 한다.

5일 미국 수도 워싱턴의 워싱턴 기념탑 주변에서 열린 ‘반(反)트럼프’ 집회 "손을 떼라!"에는 주최 측 추산 10만여 명이 모였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이날 시위의 슬로건은 “손을 떼라(Hands Off)!”였다. 주최 측 중 한 곳인 민주당 계열 진보 성향 정치활동위원회(PAC·정치자금 모금 창구) ‘무브온(MoveOn)’의 대변인 브릿 자코비치는 트럼프가 임신중지(낙태)권과 시민권 문제뿐 아니라 사회보장, 메디케어(노령층 의료보험),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연방 공무원, 더 광범위한 미국 경제 등으로부터 전부 손을 떼기를 미국 국민은 바란다고 미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참여 저변을 넓히려 의제를 진보 이슈로 닫지 않고 열어 둔 것인데, 사흘 전 트럼프의 ‘관세 자해’로부터 강력한 시민 저항 동력을 얻은 셈이었다. 워싱턴 기념탑을 둘러싼 집회에는 전날 오후 예상 규모의 5배인 10만 명가량이 모인 것 같다고 주최 측은 전했다.

이틀 만에 시총 9600조 원 증발



NYT에 따르면 이날 집회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아 연방 공무원 해고를 주도하고 있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에 필적하는 표적이었다. 참가자들은 둘을 긴밀한 공모자로 여겼다. 그러나 머스크가 이날 이탈리아 극우 정당 ‘동맹(Lega)’ 행사에 화상으로 등장해 ‘반(反)관세’ 입장을 드러내며 두 사람의 조기 결별 가능성이 제기됐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 두려움이 부른 미국 내 파장은 대규모 시위뿐 아니었다. 이틀째 패닉에 빠진 뉴욕 증시가 4일 2020년 3월 ‘팬데믹 쇼크’ 이후 5년 만에 최악의 날을 보냈다. 이틀 만에 증발한 기업 시가총액이 6조6,000억 달러(약 9,646조 원)에 달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4일 연설에서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높이고 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우군인 공화당 중진 테드 크루즈 연방 상원의원(텍사스)마저 5일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관세 탓에 여당이 2026년 중간 선거에서 참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요지부동이다. 주말을 앞두고 보통 때보다 하루 이른 3일 사저가 있는 플로리다주(州)로 떠나 4일 오전부터 태연하게 골프를 즐겼다.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는 “이것은 경제 혁명이며 우리는 이길 것이다. 버텨 내라. 쉽지 않겠지만 마지막 결과는 역사적일 것이다.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썼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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