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친윤계 의원들 중심으로 사퇴 종용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3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 촉구 결의안 상정 후 본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파면 이후 탄핵에 찬성했던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김상욱 의원이 대표적이다. 친윤석열계 의원들은 그를 향해 뭇매를 때리며 자신들의 잘못을 애써 숨기려 하고 있다. 법과 규정을 무시한 채 오로지 분풀이 대상을 찾은 셈이다. 이게 과거 여당의 현주소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선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김 의원 사퇴를 압박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주로 영남지역 친윤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공격이 한창이다. 그 숫자만 20명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영남권 친윤계 의원들은 단체 채팅방에서 김 의원을 욕하는 댓글을 캡처한 사진을 올리며 "모든 시민들이 김 의원을 욕한다. 탈당하라"고 요구하며 따돌린다고 한다. 또 김 의원 사진을 올리며 "당의 힘으로 당선된 사람이 왜 당의 명령을 따르지 않느냐" "국회의원 자격이 없으니 사퇴하라"는 글이 반복해서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김 의원이 줄곧 윤 전 대통령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점, 4일 서울 안국역 부근 탄핵 찬성 집회에 참석한 점 등을 문제 삼고 있다.
다른 의원들은 어떨까. 방조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김 의원 사퇴를 종용하는 글에 동의를 누르는 식이다. 지도부 역시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고 있다. 김 의원에게 직접 연락해 국회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리돌림인 셈이다. 단톡방 상황을 지켜본 초선 의원은 본보에 "어떤 계파에도 속하지 않은 김 의원에 대한 공격이 심하다"고 귀띔했다.
김 의원을 비롯한 탄핵 찬성파를 노린 공격의 수위가 고조되는 건 무책임하다. 특히 친윤계 의원들이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따른 강성 지지층의 분노를 탄찬파 의원들에게 돌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무성하다. 헌법을 수호한다는 국민의힘 당헌과도 어긋난다. 국민의힘 당헌 2조는 국민의힘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적 성취를 이끌어온 헌법 정신을 존중한다고 명시했다.
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김 의원 등 탄핵 찬성파는 비판의 표적이 됐다. 친윤계 정점식 의원은 "탄핵에 찬성했던 의원들에 대한 조치를 공론화하자"고 요구했고, 김기현 의원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 전열을 재정비하고, 다음 10년을 준비하자"고 찬탄파를 겨눴다.
하지만 당 내부에선 상식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친윤계 의원들이 자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최다선인 조경태 의원(6선)은 본보와 통화에서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을 비판하는 의원들이 과연 헌법 수호의 의지가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주주의 국가에서 위헌·위법한 비상 계엄을 한 대통령을 옹호하는 태도가 국회의원의 자격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자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