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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복무한 4성장군..극우선동가 한마디에 경질?


첩보와 감청활동을 기반으로 미군의 정보 분석을 총괄하는 국가안보국(NSA) 수장이 하루 아침에 경질됐습니다. 이유가 불분명한 가운데, 그 배경에 극우선동가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현지시간 지난 3일 티머시 호크 NSA 국장의 해임 사실이 처음 알려졌습니다. 대행 역할을 해야할 웬디 노블 NSA 부국장도 해임돼 국방부 내 직책으로 재배치됐습니다.

호크 국장은 지난 1991년 공군 소위로 임관했습니다. 처음부터 신호 정보 특기를 받아, 지난 30여년간 정보 분야에서만 근무해 온 베테랑 4성 장군입니다. 특히,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 가능성이 높아진 시기,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정보전 수장을 날린 이유를 두고 여러 추측이 흘러나왔습니다.




극우선동가 백악관서 만나더니, 안보 전문가 숙청 시작


하지만, 실상은 허무했습니다. 지난 2일 극우선동가이자 음모론자인 로라 루머가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대면했고, 이 자리에서 호크 국장의 해임을 요구했다는 겁니다.

로라 루머의 방문 사실을 뉴욕타임즈가 처음 알렸고, 이후 악시오스는 백악관 국가안보실에서 숙청이 시작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후 다른 언론들이 취재에 나서면서, 호크 국장과, 노블 부국장의 해임도 이 과정에 공개됐습니다. 알려진 것만 안보분야에서 최소 8명이 숙청 대상에 올랐습니다.


전략적 실책, 개인적 비위 따위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사유는 충성심 부족. 보도 직후 극우선동가인 로라 루머의 SNS에서 의문이 풀렸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SNS에 "호크 국장은 트럼프를 비판한 밀리 합참의장이 직접 뽑았고 바이든이 임명했다"고 경질 배경을 공개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NSA를 트럼프 대통령과 동료들을 염탐하는데 쓰이도록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언론의 질문이 쏟아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녀를 만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트럼프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로라 루머는 훌륭한 애국자고, 몇몇 사람을 자리에 추천했다"며 "(해임) 권유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인사 추천, 경질 권유 모두 인정한 셈입니다. 다만 그녀가 구체적으로 NSC 숙청에 관여하진 않았다고 했습니다.



"트럼프 비판 합참의장이 직접 뽑았으니 잘라야"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전 공화당 상원 수장인 맥코넬 의원은 한탄했습니다.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수십 년간 군복을 입은 경험은 충분하지 않은 반면 '아마추어 고립주의자'들이 국방부 고위 직책을 맡을 수 있다면, 이 행정부 국가 안보 참모로 일하기 위한 정확한 기준은 뭐냐"고 되물었습니다.

국토안보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앤디킴 상원 의원은 핵심 안보분야에 비전문가가 접근하는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한국계인 그는 2년여간 NSC에 실제 근무한 경험이 있습니다. 앤디킴은 "이전에는 외교 정책에 관한 어떤 것도 NSC를 거치지 않고는 대통령에게 전달될 수 없었는데, 로라 루머는 대통령을 통해 접근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며 "정말 황당하면서도 무서운 현실"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비전문가가 대통령 외교 정책에 접근‥"황당하고 무서워"


1993년생인 31살의 로라 루머는 주로 SNS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극우 선동가입니다. 자신을 '친-백인 민족주의자', '자랑스러운 이슬람포비아'라고 소개하며 자극적인 인종차별 발언으로 주의를 끌어왔습니다. '이민자들이 이웃 주민의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허위 주장을 퍼트려 공포감을 조장하는 식입니다. 지난 대선 기간 트럼프는 캠프에 공식 합류시키려 했지만, 참모들이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아무 공식 직함이 없는 그녀의 조언이 실제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이번 사태 뿐만이 아닙니다. 지난달 말 루머는 자신의 X에, LA의 한 연방검사가 예전에 민주당 후보였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해고하라"라고 적었습니다. 불과 한시간 뒤, 해당 검사는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임면을 담당하는 법무부도 아닌 백악관 인사부서가 이메일로 해고 사실을 알렸습니다. '윗선'의 개입을 의심하게 하는 정황입니다.




"해고 이어질 것" SNS 선동가의 엄포


루머 본인은 이번 사태를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고 대통령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 있습니다. 자신의 X에 해고된 검사에 대한 언론보도를 곧바로 포스팅하며 "더 이어질 것(more to come!)"이라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이어 그녀는 주말 사이 열린 트럼프 반대 시위를 쫓아 다니면서, 스스로 '탐사보도'라고 이름 붙인 활동을 공유했습니다. 시위대 내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깃발 등을 찾아내 사진을 찍고, 이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하는 겁니다. 지지자들은 이를 보고 "커피를사주세요"라는 페이지를 통해 후원금을 보냈습니다.

아직 경질된 호크 국장 등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호크 국장은 조지 부시 대통령 때부터 줄곧 군에 몸담아왔습니다. 준장으로 승진해 어깨에 첫 별을 달게 된 것은 바로 1기 트럼프 시절이었습니다. 앤디킴 의원은 "그를 바이든이 임명한 사람이라고 하는 건 공무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모르는 것"이라며 "국가를 위해 봉사하지, 특정 대통령에게 충성심을 느끼지 않는다는 생각을 상상조차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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