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업계, 美 생산 이전 조짐
日 부품 생태계 붕괴 우려
닌텐도·식품업계까지 타격
日 수출 25조원 증발 전망
日 부품 생태계 붕괴 우려
닌텐도·식품업계까지 타격
日 수출 25조원 증발 전망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있는 닛산자동차 딜러 매장. 로이터연합뉴스
[서울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대적인 관세 공세를 펼치자 일본 주요 기업들이 본격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닛산자동차는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추진하며 관세 회피에 나서고, 닌텐도는 가격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닛산자동차는 일본 규슈 후쿠오카현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던 SUV ‘로그’의 생산을 미국 현지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빠르면 올여름부터 실행에 옮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닛산은 지난해 미국에서 약 92만 대를 판매했으며, 이 중 15만 대(16%)는 일본에서 수출한 물량이다. 당초 실적 부진으로 미국 내 생산을 줄일 계획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차에 25%의 추가 관세를 예고하자 감산 계획을 철회하고 오히려 증산을 검토하게 된 것이다.
닛케이는 “추가 관세 발동 이후 일본 기업이 생산 이전을 검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일본 내 생산이 줄면 중소 부품업체를 비롯한 관련 산업 전반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닛산이 일본 내 공급망을 유지하려면 연간 100만 대를 생산해야 하지만, 현재는 이미 66만 대 수준으로 축소된 상태다.
도요타자동차 등 다른 일본 완성차 업체들도 상황을 주시하며 미국 내 생산 이전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는 “향후 일본산 차량의 미국 생산 확대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자동차 산업은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약 10%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이에 따라 생산기지 해외 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일본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관세 충격은 제조업에만 그치지 않는다. 요미우리신문 등은 닌텐도가 차세대 콘솔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 2’의 미국 예약 판매를 돌연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원래 9일부터 449.99달러(약 66만 원)에 판매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내 판매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닌텐도는 신형 스위치를 오는 6월 5일 정식 출시할 예정이지만, 생산은 주로 중국과 베트남 등지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제품에 최대 54%, 베트남 제품에 46%에 이르는 관세를 부과할 방침을 밝혀, 생산 단가 상승은 불가피해다.
한편, 일본 식품을 수입·판매하는 미국 현지 슈퍼마켓과 식품 업체들도 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도쿄신문은 “관세 인상으로 일본 식재료 가격이 상승하면 현지 사업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국제무역센터(ITC)는 이번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일본의 대미 수출액이 2029년까지 최대 170억 달러(약 24조8000억 원)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일본 수출 품목 중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그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