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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안남고 1학년 7반 학생들이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선고를 지켜보고 있다. 김원진 기자


“선생님, 저희 다 이해하고 있는데 방송 끄지 말아주세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선고가 있었던 지난 4일,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5학년 교실. 학생 23명은 스크린으로 선고문을 읽어내려간 문형배 헌법재판관을 지켜봤다. 어려운 법률용어가 연이어 나와 담임인 3년차 채수진 교사가 “잠시 영상을 끄고 설명을 할까요?”라고 하자 학생들은 입을 모아 “계속 보게 해달라”고 재촉했다. 채 교사는 통화에서 “사회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던 친구들까지 하나같이 몰입해서 탄핵선고 영상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전국의 초·중·고교에선 교사 재량에 따라 헌재의 탄핵선고를 생중계로 본 학급이 많았다. 계기교육이자 민주시민교육의 일환이었다. 계기교육이란 학교 교육과정에 없는 소재나 주제를 교육할 필요가 있을 때 진행하는 비정규 교육이다.

이날 계기교육을 진행한 초·중·고교 교사들에게 물었더니 “학생들의 만족도와 수업의 효과성 모두 높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급마다 탄핵선고 시청을 하면서 나타난 교육 목표와 효과가 “조금씩 다르다”고도 했다.

경기도 초등학교 채수진 교사가 5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계기교육에서 활용한 교육자료. 본인 제공


채 교사는 초등 2개 교시를 계기교육에 활용했다. 탄핵선고 시청에 앞서 직접 만든 교육자료로 계엄의 의미, 12·3 비상계엄의 발발과 이후의 경과를 설명했다. 학생들에게 별도의 학습지는 나눠주지 않았다. 채 교사는 “학생들이 시청 직후 토론을 하면 감정적인 말이 오고 갈 것을 우려했다”며 “빠른 판단보다는 생각을 차분히 정리하는 게 중요한 시기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채 교사는 초등학생들이 SNS와 집에서 부모에게 듣는 이야기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이날도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을 이야기하며 특정 ‘세력’을 언급하는 학생이 나왔다고 한다. 채 교사는 “초등학생의 생각은 상당수 부모와 대화를 통해 형성된다”며 “학생들에게 오늘 탄핵선고를 보고 느낀점을 집에 가 부모님과도 나눠보면 좋겠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서울 금천구의 한 중학교 1학년 도덕 수업에도 탄핵선고 시청이 이뤄졌다. 도덕교사인 진영효 교사도 2개 교시를 묶어 탄핵선고 시청 전 비상계엄 사태를 설명했다. 진 교사는 “도덕 교과서에는 도덕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로 ‘정의로운 공동체’가 등장한다”며 “공부를 공부답게 만들어주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진 교사는 학생들에게 ‘계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계엄이 현실로 다가왔을 때 나와 주변의 반응’ 등을 묻는 학습지를 나눠줬다. 학생들은 “전쟁이 일어날 줄 알았다” “이러다 나라가 진짜 망하는 것 아닌가” “대피해야 하나 싶었다” “윤석열 탄핵을 간절히 바랬다” 등의 답변을 써냈다. “가족들이 무서워했다” “부모님이 깜짝 놀라 불안해하고 걱정했다”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SNS에서 민주당이 공산주의자라고 했다”는 답변도 있었다.

서울 금천구의 중학교 진영효 도덕교사가 지난 4일 탄핵선고 시청을 하며 학생들에게 나눠준 교육자료. 본인 제공


진 교사는 계기교육의 효과에 대해 “극우적 사고를 가진 학생이 자신의 관점과 논리가 떳떳하지 않음을 일깨우게 된다”고 했다. 진 교사는“평소 친구들과 대화에선 극우적 사고를 드러내던 일부 학생들도 논리를 하나하나 들어가며 설명해야하는 수업시간엔 머뭇거린다”며 “학교와 교실이 일종의 ‘극우 방호벽’이 되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천 안남고는 지난 4일 22개 학급에서 자율적으로 탄핵선고를 시청했다. 만 18세부터 투표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고등학생에겐 탄핵선고가 더 직접적인 관심사였다. 일부 학생은 자신이 특정 정당의 당원임을 숨기지 않고 밝혔다. 안남고 1학년 7반 학생들은 ‘파면한다’는 주문이 나오자 환호성과 함께 일제히 박수를 쳤다.

이날 계기교육을 진행한 이광국 교사(49)는 “고교생의 학습 수준에 따라 고도의 논리적인 토론과정을 거치려 했다”며 “학생들이 민주주의를 고민하고, 민주 시민이자 졸업한 뒤 민주적 사회인으로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도 담아 수업을 진행했다”고 했다.

‘윤석열 파면’ 직접 본 고교생들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답했다“이제 윤석열이 대통령이 아닌 거야?” 인천 안남고 1학년 7반 학생들이 4일 오전 11시22분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문형배 헌법재판관이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탄핵한다”고 주문을 읽은 직후였다. 어떤 학생은 박수를 쳤고, 파면 선고가 놀랍다는 듯 입을 가리며 “우와”를 외친 학생도 보였다. 어떤 학급은 선고 직후까지 박수나 환호성 없이 숨죽여 지...https://www.khan.co.kr/article/202504041410001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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